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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총설
배경 시정오년기념조선물산공진회
배경 조선박람회
배경 일본의 각종 박람회에 출품된 조선관
배경 조선박람회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朝鮮博覽會)는 이전까지 개최되었던 공진회나 소규모 박람회의 규모에서 벗어나 대규모 박람회로 개최되었다. 개최기간은 1929년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로 이전에 개최되었던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 1915년)와 비슷한 기간이다. 장소도 역시 경복궁이었으나, 2차례의 공진회 때 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근정전의 남쪽에는 이미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이 완공되어 있었고, 광화문 또한 1927년 건춘문의 북쪽으로 옮겨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박람회장은 옮겨진 광화문을 정문으로 하여, 광화문에서 경회루에 이르는 근정전의 북쪽 공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축을 따라 형성되게 되었다.

조선박람회는 조선 식민지 통치 2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것으로 그 동안의 통치 성과를 내외에 알리기 위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전시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당시 조선의 각 도(道)의 특설관(特設館)들이 독립적으로 세워진 것 외에 내지관(內地館-일본관), 오오사카(大阪)관, 도쿄(東京)관, 교토(京都)관, 규슈(九州)관, 나고야(名古屋)관 등 일본의 지방관과 훗카이도(北海島)관, 대만(臺灣)관, 만몽(滿蒙)참고관, 화태(樺太-사할린)관 등 당시 일본 세력 하에 있던 식민지의 특설관이 세워졌다는 점이다. 주된 직영 전시관 이외에 많은 수의 특설관들이 세워졌다는 것은 ‘공진회’에서 ‘박람회’로 전시의 등급이 향상되면서 그 규모의 확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 일본의 세력범위를 선전하는 제국주의적 전시의 측면이 강조된 것이었다.
다음의 표는 당시 세워졌던 직영관과 특설관의 종류를 기재한 것이다.

표. 조선박람회의 전시주체별 전시관 구분
(굵은 글씨는 관련 도면이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전시관)
종류 개설 전시관 및 시설
박람회 직영관 산업南관, 산업北관, 쌀(米)의 관, 사회경제관, 미술공예교육관, 심세관,
교통토목건축관, 사법경무위생관, 기계전기과, 내지관, 참고관, 접대관, 수족관,
활동사진관, 축산관, 육군관, 해군관, 미터관, 산(山)의 관, 석탄관
각 도(道)특설관 경기도관, 충청북도관, 충청남도관, 전라북도관, 전라남도관, 경상북도관,
경상남도관, 황해도관, 평안남도관, 평안북도관, 강원도관, 함경남도관, 함경북도관
일본 각 부·현(府·縣)특설관 오오사카(大阪)관, 도쿄(東京)관, 교토(京都)관, 규슈(九州)관, 나고야(名古屋)관,
히로시마(廣島)관, 시가현(滋賀縣)관, 미에현(三重縣)관, 나라현(奈良縣)관,
나가사키상관(長崎商館)
(식민지) 지방관 훗카이도(北海島)관, 대만관, 만몽(滿蒙)참고관, 화태(樺太-사할린)관
기업 특설관 미쯔이(三井)관, 미쯔비시(三菱)관, 스미토모(住友)관, 농회(農會)관,
잠사(蠶絲)관, 수산회관, 축산회관, 신문관 등
경성협찬회담당 시설 연예관, 야외극장, 어린이 나라, 음식점 및 매점
기타 철도성관
부대 시설 정문, 사무국, 분수탑, 육교 등

현재 국가기록원에는 당시에 작성된 조선박람회 관련 건축 도면들이 113매 소장되어 있다. 이 중, 조선박람회장을 계획한 배치도들이 모두 조금씩 다른 내용을 기재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운데, 이는 조선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그 계획이 바뀌어갔던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다.
가장 초기의 계획안을 보여주는 도면이 [도판1]인 ‘조선박람회장배치도’이다. 이 배치도는 아직 각 도와 일본 지방의 특설관들이 출품되기 이전의 내용을 그리고 있어, 가장 초기의 계획을 보여주는 도면으로 생각된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경복궁의 남쪽에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박람회장의 시작점은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진 광화문이 되었고, 광화문을 기점으로 경회루 너머까지의 동서축을 중심으로 박람회 직영관이 배치되었다. 또한, 경복궁 남동쪽의 동십자각 부근에서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긴 출입통로를 개설하였다. 출입통로의 중간쯤인 건춘문 인근에는 박람회의 정문을 계획하였다. 광화문부터 경회루에 이르는 동서의 중심축의 좌우로는 대칭 형태로 계획된 산업북관과 산업남관, 교육관과 쌀의관, 미술공예관과 각도 심세관이 배치되었으며, 경회루를 둘러싸면서 남쪽부터 기계전기관, 교통토목건축관, 사법위생경무경제사회관, 파노라마관, 내지관, 산림관, 육군관 등이 배치되었다. 그 중앙의 경회루는 음악당 및 휴게소로 계획하고 있다. 이 동서 중심축의 북쪽으로는 각 특설관들의 부지가 예정되어 있다. 신무문과 집옥재 부근에는 음식점과 상점 구역을 계획하고, 경복궁의 북쪽 담장에 출입구를 계획하였다. 출입구 밖에도 부지를 확보하여 ‘회장부속 흥업물음식점구역(會場附屬 興業物飮食店區域)’이라 기재하고 있다.
이 초기의 계획안은 이후 계속된 수정을 거치게 되는데, 다음 단계의 배치 계획을 보여주는 도면이 [도판2]이다. [도판1]과 비교하여 직영관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선 산업남관의 건물 규모가 확대되었다. 그리고 교육관이 미술공예관과 통합되어 미술공예교육관이 되었고, 사회경제관이 분리되어 기존의 교육관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또한, 경회루 남쪽에 ㄷ자 형태로 통합되어 계획되었던 토목건축교통관·위생경무사법관·전기기계관은 각각의 독립된 건물로 분리되었으며, 파노라마관은 원형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특설관 구역 또한 본격적으로 계획되기 시작하였다. [도판1]에서 크게 구획해 놓았던 것에서 나아가 경회루 북쪽에서 집옥재 인근에 이르는 하나의 축을 계획하고, 그 인근으로 각 특설관들을 규모에 맞추어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건물에는 단지 ‘특설관(特設館)’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특설관이 어디에 들어갈지는 계획되어 있지 않다. 경복궁의 서북쪽에는 축산관을 새로 계획하고 있으며, 동북쪽(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위치)에는 ‘자공국(子供國-어린이나라)’이라 기재하여 소규모 원형 철도와 함께 놀이동산을 운영할 계획을 보여주고 있다.
[도판3][도판2] 이후 단계의 배치 상황을 보여주는 도면이다. 도면에는 잉크로 그려진 배치계획 외에 연필로 각종 표시들이 기재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정보에 따라 배치를 수정하고 있는 단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판2]의 단계에 비해 변화한 점을 살펴보면, 경회루 남쪽에 세 개의 건물로 분리하였던 토목건축교통관·위생경무사법관·전기기계관을 다시 工자형 건물로 통합하려는 계획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서쪽의 원형 파노라마관은 특설관 구역의 동쪽으로 위치가 변경되었으며, 내지관은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물 형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하였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특설관 구역에도 점차 특설관을 출품할 지방 및 회사명이 기재되기 시작하여 이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특설관 접수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북쪽의 축산관에 대해서는 기존의 계획이 폐지되고 새로운 배치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쪽 담장 바깥의 ‘회장부속 흥업물음식점구역(會場附屬 興業物飮食店區域)’에 대한 배치 계획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도판4]에서는 거의 최종 단계에 도달한 배치 계획을 볼 수 있다. 현재 동십자각 인근에 큰 장식탑을 세워 박람회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긴 출입통로를 통해 정문을 지나 광화문에 이르는 출입 계획이 확정되었으며, 각 직영관들의 배치 및 건물 계획 또한 완료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계획이 수정되던 산업남관은 1,150평의 ㅁ자와 一자가 합쳐진 형태의 건물로 최종 확정되었으며, 토목건축교통관·위생경무사법관·전기기계관 또한 工자형의 통합된 건물로 건립되게 되었다. 원래 파노라마관이 있던 자리에는 부채모양의 참고관이 새로 계획되었으며, 내지관은 기존 형태에서 조금 면적이 확장되었다. 특설관 구역을 살펴보면, 모든 특설관 자리에 지방 및 회사명이 기재되었고 일부에는 그 평면 형태도 기재되어 있어, 출품 계획이 완료되고 있는 단계임을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던 경복궁 동북쪽의 축산관은 또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설계되었다. 커다란 원형 모양의 파노라마관은 그 위치가 계속 변경되다 결국 최종 단계에서는 계획이 폐지되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경복궁 북쪽 구역이다. 이전 계획에서는 경복궁 북쪽 담장에 출입구가 설치되고 그 북쪽에 부속 음식점구역이 있었던 것에 비해서, 기존 출입구 부분에 육교를 설치하여 두 구역을 하나로 통합하고, 출입구를 그 바깥으로 확장하였다. 육교를 계획함으로써 떨어져 있던 두 구역을 하나의 내부 구역으로 통합하게 된 것이다. (육교는 [도판10] 참조.)
[도판5]는 최종 단계의 조선박람회장 배치를 보여주는 도면이다. 진입로와 직영관 구역은 [도판4]의 단계에서 확정된 계획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설관 구역의 각 특설관들은 그 평면형태가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공국(子供國-어린이나라)’ 부분에도 각종 실외 배치물들이 기재되고 있으며, 육교 건너 북쪽의 음식점 구역에는 번호와 상점명이 기재되어 건물의 분양이 거의 끝나가는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박람회 내 각 직영관의 대부분은 ‘조선 양식(조선의 건축양식)’으로 통일되었다. 이는 조선박람회의 건축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며, 직영관이 모두 르네상스 양식이나 제세션 양식과 같은 서구 양식으로 이루어졌던 조선물산공진회(1915년)의 건축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 ‘조선 양식’은 조선물산공진회의 전시관 입면 장식과 마찬가지로 창고형 건물에 덧붙여진 장식적인 것이었다. 건물의 구조체는 한옥의 구조가 아닌 서양식의 목조 구조였으며, 채광을 위한 고측창이 달린 솟을지붕을 갖추었다. ‘조선 양식’은 전시관의 지붕과 처마, 창, 외부 기둥, 벽체 등에 장식적 효과로서 부가되었으며, 지극히 기능적으로 설계된 전시관의 구조체에 부가된 장식이었으므로 전체적인 비례와 형식은 본래 조선의 전통 건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이들 직영관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건물들이 동일한 크기와 형태를 취했다. 산업남관과 북관, 쌀의관과 사회경제관, 미술공예교육관과 심세관이 서로 같은 입면으로 설계되었으며, 이 6동의 설계에는 박길룡 또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도판6]은 건춘문 인근에 세워졌던 박람회장 정문과 매표소(切符賣場)에 대한 도면이다. 도면에 기재된 입면도를 보면, 조선 전통의 궁궐이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각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지만, 단면도에서 보이는 그 구조는 한국 전통의 목구조와는 큰 차이가 있으며, 오히려, 서구식 목조 기법에 일본식 목구조를 혼합한 형태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앞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박람회 직영관에 대한 ‘조선 양식’은 단지 장식과 의장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도판7]과 [도판8]에서도 잘 살펴볼 수 있다. 이 도면들은 사회경제교육관과 쌀의관(米ノ館)에 대한 도면으로 [도판7]은 전면부에 덧붙게 되는 소위 ‘조선 양식’의 기둥과 장식재 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례와 형태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조선 전통의 건축과는 거리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도판8]은 같은 건물의 후면 부분 단면도이다. 도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후면과 상부 지붕의 구조는 조선 전통의 목구조와는 아무 상관없이 서구식의 트러스 공법이 적용되어 지어졌으며, 지붕 또한 전통 건축의 지붕 물매와 상관없는 낮은 경사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도판9]은 소규모 직영 전시관이었던 미터관(メ-トル館)의 입면도이다. 이 도면에서도 역시 창호의 모양, 기둥 결절부의 장식, 처마선 등은 조선의 전통적 형태를 모방하고자 하였음을 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비례와 입면 구성의 형태는 오히려 조선 양식이라기보다는 일본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영관들이 이와 같은 ‘조선 양식’으로 지어졌던 것에 비해, 각 특설관들은 각 지방의 특징이나 기호에 맞추어 매우 다채로운 양식으로 설계되었으나, 그에 관련된 도면은 소장되어 있지 않다. 각 지방 및 회사의 특설관들은 각 담당 지방 및 회사에서 계획하여 출품하였으므로, 관련된 도면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도판>
도판1. 조선박람회장배치도, 1929년 추정 상세보기
도판2. 조선박람회장배치도, 1929년 상세보기
도판3. 조선박람회장배치도, 1929년 추정 상세보기
도판4. 조선박람회장배치도, 1929년 추정 상세보기
도판5. 조선박람회장배치도, 1929년 상세보기
도판6. 조선박람회정문기타신축공사설계도/정문급절부매장상세, 1929년 상세보기
도판7. 조선박람회사회경제관미노관신축일부변경설계도, 1929년 추정 상세보기
도판8. 조선박람회산업관신축공사설계도/산업관배면후면상세, 1929년 상세보기
도판9. 조선박람회미터관신축공사설계도, 1929년 상세보기
도판10. 조선박람회육교가설개소토공설계도, 1929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