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전 국민의 맨손체조 < 국민체조 >
-
아침 조회 시간이나, 체육대회 등 학교에서 운동장에 단체로 모이는 날이면 양팔 벌려 줄을 맞추고 구령에 맞추어 열심히 국민체조를 했었다.
지금도 이 음악만 나오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억속의 맨손체조 동작들.
이번 달에는 추억 속 국민체조에 대해서 알아보자. -
01 국민체조 시~ 작
1980년대생 이상이라면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 으로 시작하는 체조 구령과 음악을 들으면서 맨손체조를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 체조가 1977년 3월 ‘새 국민체조법 12가지’에 의해 각 기관, 특히 학교에 보급된 ‘국민체조’이다. 국민체조는 음악과 구령에 맞추어서 하는 12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졌으며, 표준 음악에 구령을 붙인 사람은 경희대학교 교수였던 유근림이다. 당시에 국민들에게 체조를 보급한 이유는 체육을 생활화하고 국민 체위*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체력적 측면에서 그 나라국민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표준. 또는 바람직한 몸의 크기나 건강상의 정도
온 국민, 즉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동작을 고안하였는데, 군대식 동작이 많은 편이었다. 그 내용과 동작은 간단하면서도 운동량이 크고, 실제 하는 대상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1999년 ‘새천년 건강체조’로 바뀌기까지 20년 이상 지속되었다.
02 우리나라 체조의 역사
우리나라 체조의 역사는 1895년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갑오개혁 당시 고종이 교육입국조서를 반포하면서 「학교 설치령」이 시행되었는데 이때 체조가 교육과정에 도입되었다. 이 시기의 체조는 군대식 체조를 그대로 가져와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 후 근대 교육제도가 확립되어 ‘체육’이 정식 교과목이 되면서 체조는 체육교과 의 한 과정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맨손체조를 비롯해 매트, 철봉, 뜀틀 등 기계체조와 조를 편성하여 함께하는 체조 등을 가르쳤다.
우리나라에서 맨손 체조를 국민 전체에 보급하여 실시하도록 한 것은 1953년부터였다. ‘국민보건체조’ 라는 이름의 이 체조는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3년 12월 30일 김영일의 지도로 서울 시공관에서 신제(新制) 국민보건체조 발표회를 가짐으로서 시작되었다. 이 체조는 아침 일찍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구령에 맞추어 동작을 하는 것이었는데, 동작은 비록 달라졌지만 그 시행방식이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식민화를 강화하기 위해 했던 ‘황국신민체조’(흔히 ‘라디오체조’라고 함)와 비슷해 일제에 대한 깊은 비판없이 이를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 라디오 체조형식은 이후 오랫동안 체조 보급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1961년 5.16 이후, 국민정신을 단합하고 체위를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동작의 ‘재건체조’가 고안되었다. 이 재건체조는 10개 종목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또한 이전의 국민보건체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아침 일찍 학교나 마을 회관에 모여 라디오 소리에 맞춰 체조를 해야만 했다.
1972년 보급된 ‘신세계체조’는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공무원들의 체위향상과 체육진흥을 위해 만들어졌다. 공무원들의 주도로 조기회를 결성하여 아침 일찍 나와 마을을 청소하고 신세계체조를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건전한 정신을 심겠다는 의도였다. 공무원들은 조회나 점심시간에 신세계체조를 하도록 강요받았다.
공무원에 대한 체조 보급에서 더 나아가 1974년 7월 만들어진 ‘새마을체조’는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74년 4월 문교부의 요청에 따라 대한체육회의 사회체육위원회 및 대한체조협회가 공동으로 시안을 마련, 강습회와 실험과정을 거쳐 확정된 새마을체조에는 사람들이 따라 하기 쉽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율동이 가미되었다. 동작은 노래 가사에 부합되게 만들어져 일반 체조의 순서를 따르지 않았고, 체조 동작 자체가 부드럽고 동작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이후 1977년에는 전 국민에게 보급할 목적으로 12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국민체조’가 만들어졌는데,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국군의 도수체조와 동작과 진행순서가 거의 유사하였다. 국민체조는 이후 22년간 각급 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보급되었다. 오늘날 체조라고 하면 국민체조가 생각날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뿌리깊게 남은 것도 그만큼 긴 기간 동안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1999년에는 국민체조가 전체주의적 군사문화의 반영이라고 보고 이를 대체할 체조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새천년 건강체조’를 만들게 되었다. 군대식의 정형화된 동원형 체조에서 탈피하고,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과 움직임을 현대인들의 생활 변화에 적합한 동작으로 구성하였다. 이 후 ‘새천년 건강체조’는 2010년 ‘국민건강체조’로 이름을 변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