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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진보당 사건이란 > 진보당사건기록공개의 의미 및 역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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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에서 공개하는 진보당사건 기록은 서울특별시경찰국 수사기록과 육군특무대의 수사기록, 서울지방검찰청의 기록, 그리고 재판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명은 공안사범기록(조봉암외)이고, 분량은 1만 4천여쪽으로 총42권으로 편철되어 있다.
이 기록들을 통해 진보당 사건 전개과정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건기록 공개의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진보당 사건기록은 다른 무엇보다도 진보당사건의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을 사실에 기초하여 재구성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다.
우선 서울시경의 진보당사건의 수사과정을 볼 때 그것이 동해안반란사건, 박OO 간첩사건(1957년), 근로인민당재건사건(1957년 12월), 정OO 간첩사건 등 크고 작은 각종 간첩사건과 진보당 · 조봉암의 연관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1959년 1월 12일 치안국이 공식적으로 진보당과 조봉암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 이전부터 서울시경에서는 정OO, 박OO 등 간첩들과 접선 협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기간 중 수사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은 서상일, 송남헌, 김성숙 등 모두 해방직후 좌익과 관련이 있는 혁신세력들로서 서상일의 민주혁신당과 조봉암의 진보당이 결별하기 전부터 혁신정당운동에 가담해 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이 시기까지의 수사방향은 주로 진보당을 여러 간첩사건과 연결시키려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한편, 육군특무대도 조봉암에 대하여 수사하였다. 1958년 1월 9일 간첩용의자에 대한 정보보고를 받고 내사하던 중 1958년 2월 8일 양이섭을 검거하고 조봉암의 간첩혐의를 수사하게 된다. 양이섭과 조봉암의 간첩혐의 수사는 특무대 및 서울지검의 조사를 거쳐 기소되었고, 1958년 5월 15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진보당 사건 제9회 공판부터 양이섭, 조봉암의 간첩행위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게 되었다.
이상의 기록에 나타난 사건의 전모는 서울시경이 북한 간첩단 사건과 연관하여 무리하게조봉암과 진보당을 수사한 사실, 진보당과 간첩들의 접선협의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고 평화통일론의 불법성을 혐의로 들어 진보당을 해체하기 어려워지자 육군특무대까지 나서 조봉암의 간첩혐의를 수사하고 기소한 정황들을 충분히 포착할 수 있다.
진보당사건의 진실규명과 관련하여 문제의 핵심은 육군특무부대와 검찰이 제시한 피의자 신문조서라고 할 수 있다. 양이섭이 2심 공판에서 수사기관 및 1심에서의 자백을 번복했다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번에 공개된 ‘양이섭 신문조서’ 어디에서도 조봉암이 북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 줄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조봉암은 양이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그것이 북한에서 보내온 공작금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알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양이섭은 조봉암과 일제시기부터 경제적인 관계를 맺어 온 사이로서 이따금 도움을 준 것에 불과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양이섭의 신문조서만으로는 조봉암이 간첩이라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기록물의 공개로 그간 ‘조봉암 구명위원회’가 주장해왔던 증거불충분, 국가보안법상의 범죄구성 요건 미흡, 증거재판주의 위배 여부 등의 쟁점을 재검토할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건의 직ㆍ간접적 당사자들(판사, 수사관, 연구자)에 의해 구성되어 왔던 사건의 진실들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진보당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이 기록물이 공개됨으로써 당시 아시아 최고의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로 알려졌던 이동화의 사회주의이론, 그리고 이른바 혁신계라 불리었던 중간파 및 좌파들의 사회주의 및 통일론, 북한에 대한 생각 등을 깊이 있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우파에 속하는 서상일보다도 해방 후 조봉암과 함께 민족자주연맹활동을 했던 중간좌파들이 오히려 조봉암과 진보당의 강령,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는 것이 앞으로 한국의 진보(정당)세력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본다.
(오유석, 성공회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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