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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나는 <타임머신>

억울한 고등어, 한때는 임금님께 진상하던 귀한 몸

『조선왕조실록』 - 세종 때 10여년 넘게 함길도 진상품목에 올라

고등어 이미지

수협중앙회는 해양수산부 후원으로 지난 7월 6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수산관련 기관·단체장,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등어 소비촉진을 위한 직거래행사를 열어, 시가 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이날 김영석 해수부 장관과 김임권 수협회장 등은 고등어를 구워 참석한 시민들에게 직접 시식을 권유하고,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소비촉진 캠페인을 가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고등어 소비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던 비린내 제거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한데 이어, 7월 11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영양교사와 학생, 푸드 컨설턴트, 요리학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 20여 종을 선보이는 품평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이에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과 고등어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건강한 수산물 밥상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7월 22일 찜닭과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에서는 K팝스타 인앤추(IN&CHOO)를 안동간고등어 홍보대사로 위촉한데 이어, 안동상공회의소와 안동간고등협회가 공동으로 낙동강 둔치에서 안동시, 농협, K-water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안동간고등어 국민생선 선포식」을 열고, 고등어 소비촉진을 위한 범시민 캠페인을 펼쳤다.

이처럼 전국에서 고등어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영양가까지 높아 국민생선으로 손꼽히는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누명을 썼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주방 면적, 조리 시간, 사용 연료 등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변수를 간과한 채 진행된 조사임을 밝히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떠난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금어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고등어 잡이가 시작되었지만,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자 해양수산부, 수협 등 관련기관과 유통업체, 어민들이 대대적인 소비촉진에 나선 것이다.

고등어의 억울한 누명은 또 있다. 지속적인 우리말 사용하기로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때는 ‘사바사바’라는 표현이 유행했었다. 떳떳하지 못한 뒷거래나 아부, 비위 맞추기 등을 ‘사바사바한다’고 하는데, 고등어의 일본 이름인 ‘사바’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한 일본인이 관청에 민원을 부탁하러 가면서 고등어 두 마리를 작대기에 꿰어 메고 갔는데 이를 본 이웃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당연히 ‘사바사바(고등어)’라고 했는데, 바로 여기서 지금의 ‘사바사바’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1564년 프랑스 샤를 9세는 4월 1일을 새해 첫날로 하는 새로운 역법을 채택했는데,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자 홍보를 위해 이날 선물을 주고받거나, 가벼운 거짓말로 새해 분위기를 내게 했다. 여기서 만우절이 유래되었는데, 이날 거짓말에 속은 사람을 물고기만큼이나 어리석다는 의미로 4월의 물고기라고 했다. 여기서 어리석은 물고기가 4월에 많이 잡혀 프랑스인들이 4월의 물고기라고 부르는 고등어이다.

길이가 30~50㎝ 정도로 옆면이 약간 납작한 방추형인 고등어는 언제부터 이렇게 불렸을까.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고, 다만 등이 둥글게 올라 있는데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조선왕조실록』에는 고등어, 고도어(古道魚),『동국여지승람』은 옛날 칼 모양이라는 의미로 고도어(古刀魚),『자산어보』에는 푸른 무늬가 있다는 의미로 벽문어(碧紋魚), 1469년 편찬된『경상도속찬지리지』에는 고도어(古都魚)로 표기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 3년인 1421년 고등어가 처음 등장한다.『세종실록』1월 13일 네 번째 기사는 예조가 각도의 진상물품의 허실에 대해 보고한 내용이다. 각 도가 올린 진상물목에는 빠진 특산물이 많다. 함길도는 고등어는 기재했으나, 내장 젓은 기재하지 않았으며, 제주도는 진상품목이 아주 많으니 계절에 따라 품목을 정하여 진상하게 할 것으로 건의했다. 이에 임금은 물목(物目)에 기재되지 않은 품목을 모두 진상하게 하라.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주도는 면제해 주라고 명했다.

고등어는 우리나라 삼면 바다에 모두 분포하는데, 2~3월쯤 제주 근해로 올라와 점차 북상하여 한 무리는 동해로, 다른 무리는 서해로 올라갔다가

고등어 이미지

9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남하하는 회유성 어류이다. 당연하지만, 동해로 올라가는 고등어가 많으면 서해는 흉어이고, 반대인 경우는 동해에서 덜 잡힌다.

간고등어가 나오기 전에는 건고등어를 유통했다. 1426년 6월 16일 두 번째 기사는 백언(白彦)이 마른 고등어 2짝과 어린 오이와 섞어 담근 ‘곤쟁이젓(작은 새우와 비슷한 갑각류로 서해안 서식)’을 진헌했다는 내용이다. 이로 보아 조선 초기에는 소금에 절이지 않고 건조시켜 보관했던 것 같다.

대체로 동·서해의 흉어 주기가 40여 년인데, 세종 재위 때는 서해가 흉어기였던 것 같다. 세종 11년인 1429년 중국에 사신을 보내는데, 중국이 요청한 물목(物目)에 고등어가 포함되어 있다. 4월 13일 첫 번째 기사는 임금이 지신사 정흠지에게 내린 명이다. “듣건대 중국 사신들이 어물을 많이 요구한다는데, 중국에서 생산되는데도 고도어와 대하를 요청할 것 같다. 그때가서 준비하려면 힘들터이니 미리 준비해 두어라.” 3개월여 후인 7월 19일 두 번째 기사는 중국에 보내는 물품목록이다. 지난 5월 2일 서울에 도착한 흠차태감 창성, 윤봉 등이 전한 물목대로 해물(海物)을 좌군동지총제 권도를 통해 보낸다는 내용으로 고등어 2백 근을 포함한 17종의 생선과 황어젓 6통 등 젓갈류 10종이다. 이때가 한여름이었음에도 이처럼 많은 생선과 젓갈을 보낸 것을 보면 생선 가공과 젓갈 담그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세종실록』152권은 이때 편찬된 지리지 황해도편인데, 여러 목과 군·현 중 고등어가 나는 곳은 해주목의 2개 어장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155권은 함길도편인데 동해안을 끼고 있는 전체 군·현에서 고등어가 잡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 사신이 가져 온 물목과 『세종지리지』만 보면, 서해안에서도 고등어가 잡히기는 하지만, 궁중에서 쓰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에 함길도는 해안가 전역에서 고루 잡혀 백성들 밥상에도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존경받는 성군 중에 한 분인 세종은 지나치게 고기를 좋아해 생선은 즐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록에는 몇 년째 진상품으로 고등어가 올라오자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다. 1434년 5월 4일 세 번째 기사이다. 함길도 감사가 송어와 고등어를 올리니 임금이 물었다. “이미 처음 나온 물건이 아니면 진상하지 말라고 명했는데, 어찌 이 물건을 또 올렸느냐.” 이에 도승지 안승선이 아뢰었다. “감사가 처음 나온 물건만 한번 올리고 다시 올리지 않으면 송구스러워 또 가져 왔다고 했다. 또 고등어는 다른 도에서는 잘 잡히지 않고 별미여서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임금은 “신하가 진상하는 마음을 탓할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지 말라 한 것을 어긴 것은 잘못이다. 고등어를 다시는 올리지 마라.” 하였다.

세종의 이 명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실록에서는 더 이상 고등어에 관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날로부터 67년여가 지난 연산군 7년인 1501년『연산군일기』에 고등어가 등장하는데, 국내 고등어와는 관련 없는 것으로 일본에 표류했다가 돌아 온 제주도 관노 장회이가 일본에서 보고 겪은 일을 아뢴 것이다. “왜인들은 노루, 사슴, 멧돼지, 꿩, 물개 등을 사냥하는데 사슴과 노루는 가죽만 벗기고 고기는 먹지 않고 버린다.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은 고등어, 오징어, 방어, 도미, 대구 등을 잡는데, 날 것을 조금에 절여 보관하더라”는 내용이다.

실록에는 고등어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편찬된 지리지나 경제서에는 빠짐없이 고등어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다양한 조리법도 전해져 오고 있다. 정약용의 형으로 실학자 중에 한사람이던 정약전(1758~1816)이 저술한『자산어보』에는 고등어의 특성은 물론, 회유시기와 경로, 어로법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로 보아 옛날이나 요즘이나 고등어는 천상 국민생선인 것 같다.

한때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고등어는 여전히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고 좋아하는 생선이다. 값은 싸지만 영양성분은 아주 풍부해 100g에 단백질이 20.2g, 지질이 10.4g 들어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갈치의 18.5g, 7.5g 보다 높고, 무엇보다 불포화지방이 많고, 각종 질병 예방효과가 있는 오메가3가 등푸른 생선 중 가장 많다. 성어기를 맞은 고등어를 식탁에 자주 올려 여름철 건강도 지키고 어민들도 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