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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 결정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 결정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국회의 결의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한 여론 조사는 1994년 12월 국민의 86%가 월드컵 유치를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월드컵 유치에 온 국민의 뜻이 하나로 결집되었음을 보여주고 이 유치 운동을 국가적 유치 운동으로 한 차원 높인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전 국민의 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 1995년 1월 18일 대회 유치 스티커 배포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한국은 정부와 유치위원회가 힘을 합쳐 대회 유치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런데 유치 활동에 하나의 미묘한 상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동 개최론’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의 피터 벨라판(Dato' Peter Velappan)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아와서 “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공동 개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같은 아시아권이면서, 이웃하여 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지나친 경쟁으로 서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걱정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정몽준 회장은 3월 22일 인터뷰에서, “공동 개최 분위기에 대한 전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 했다. 그런데 이 말이 한국이 공동 개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주돈식 문화체육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단독 개최에 있으며, 일부에서 나온 공동 개최는 정부 방침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FIFA 조사단 조사일정(안)계획수립(1995), DA0140052

FIFA 조사단 조사일정
(안)계획수립(1995), DA0140052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공동개최론’이 “서로의 유치 활동을 혼란시키기 위한 트릭일지 모른다.” 면서 서로 경계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 점차 달아오르면서 5월 23일 제 14회 아시안 게임의 부산 개최가 확정되자, 일본은 이 사실을 가지고 한국이 월드컵 경기를 개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흠을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의 견해에 대해 유치위원회 송영식 사무총장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열릴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 개최 기간이 중첩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2002 FIFA 월드컵™ 유치신청서를 받은 FIFA는 1995년 10월~11월에 개최 후보국의 사정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홀스트 슈미트 독일축구협회 전무를 단장으로 한 이 조사단은 한국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머물며 개최 후보 도시인 포항 · 부산 · 대전 · 수원 · 인천 · 서울 등에서 경기장과 연습장 그리고 숙박 · 교통 · 통신 · 의료 · 안전 등을 항목별로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를 마친 슈미트 단장은 “경기장 시설이 훌륭했다. 특히 잠실 경기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조사단은 일본에서도 같은 조사를 벌였으며, 결과 보고서에서 두 나라가 각각 2002 월드컵을 개최하는데 모두 적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 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 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이에 따라 FIFA는 한일 양국에 대하여 공동 개최 문제에 대한 태도를 알고 싶다는 질의서를 발송하게 됐다.

한국은 FIFA의 제안을 놓고 심사숙고한 다음 마침내 “단독 개최를 원하지만 만일 FIFA가 공동 개최를 결의한다면 그 결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답신했다. 일본의 답신도 내용이 같았다. FIFA는 집행위원회를 소집하여 1996년 5월 31일 오후 2시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잭워너 집행위원은 매우 간결하게 결과를 발표하였다. “코 호스트(Co-host)!”

FIFA는 마침내 공동 개최를 결정한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FIFA의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팽팽했던 경쟁을 끝냈다. 그리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월드컵 역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