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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특성

이번 대회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국가별, 대륙별 실력 평준화였다. 월드컵 대회 사상 최초로 역대 우승국 브라질·이탈리아·독일·우루과이·아르헨티나·잉글랜드·프랑스가 모두 출전하여 자칫 우열이 쉽게 가려질 것 같았지만 축구공은 역시 둥글었다. 이어 축구 강국을 가름하는 가장 명료한 척도인 준준결승에 유럽의 독일·터키·잉글랜드·스페인과 남미의 브라질 외에, 아시아의 축구 강국 한국, 북중미의 뜨는 해 미국, 개막전 회오리의 주역 아프리카의 세네갈이 명함을 올려놓음으로써 본선에 진출한 전 대륙이 고루 분포하는 평준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 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 위원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2003)

한국의 준결승 진출은 단순한 평준화 현상을 넘어 월드컵 72년 역사에서 최대 이변이자 그 동안 국제 축구계로부터 소외되어온 변방 국가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한국의 돌풍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2001년 FIFA 공식 랭킹 5위 포르투갈을 1 대 0으로 꺾었을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2라운드에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포르투갈을 꺾은 한국에 대해 LA타임스는 ‘위대한 스포츠 정신’이라고 극찬했다. 박지성의 결승골은 로이터통신에 의해 이번 대회 베스트 골로 선정되었다. 이후 한국은 우승 후보국 반열에 오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하면서 파죽지세로 준결승에 올랐다. 특히 이탈리아와 펼친 준준결승전은 2002 FIFA 월드컵™ 최고 명승부로 평가되었다.

1998년 프랑스대회에서 ‘아트 사커’를 등장시켰던 기술 분야에도 변화가 왔다. 기술 축구로 대표되던 남미 스타일과 힘의 축구로 불리던 유럽적 특징은 이제 어느 대륙,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체력과 조직력을 결합하여 90분 내내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박진감 넘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특히 조직력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그 비중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 프로리그 소속 선수들이 본국 대표로 대거 출전하면서 3-5-2, 4-4-2, 4-2-3-1 같은 다양한 포메이션이 공존하는 현상을 연출했다. 3-5-2 시스템은 리베로와 미드필더의 역할을 확대한 전술적 포메이션으로, 이탈리아와 일본이 대표적으로 구사한 포메이션이었다. 한국은 약간 변형된 3-4-3 전법을 구사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4-4-2 포메이션은 가장 보편적인 전법으로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가 많이 구사하는 수비 위주의 포진이었다. 4-2-3-1 포메이션은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같은 팀들이 많이 쓴 전법이었다. 세계 축구계는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 축구 전술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는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한 과잉 제스처,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강화되었다. 비디오 테이프가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자료로 공식 채택된 것도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비디오 분석 결과에 따라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