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대학문화의 꽃 < 대학축제 >
‘캠퍼스의 낭만’하면 ‘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학생들은 동아리와 전공 활동을 축제를 통해서 알릴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는 기회여서 축제 전부터 각종 공연이나 전시 등 부대 행사를 준비하고 축제 기간 동안 체육제전, 종합예술제, 각종 경연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 대학축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요즘 대학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축제의 주인인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천편일률적 축제 프로그램에 회의를 느끼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축제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대학문화의 변천사라 할 수 있는 대학축제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대학축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600여 년 전 조선시대 유일한 국립대학 ‘성균관’의 축제에까지 이른다. 당시 성균관의 축제는 기숙사를 오픈하고, 외부인의 출입이 유일하게 허용되는 날이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부모님, 친척까지도 참여하면서 명륜당 앞마당에서는 먹거리 등 놀이문화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현대적 형태의 ‘대학축제’의 서막은 경희대학교의 전신인 신흥대학교에서 1956년 10월에 열린 제1회 대학제를 시작으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각 대학에서 개최되었다. 1960년대의 대학 축제는 ‘축전’으로 불리며 포크댄스, 가장행렬 등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였는데, 주요 행사로 마라톤, 쌍쌍파티, 메이퀸 선발대회, 학술제, 문학회, 캠프파이어 등이 열렸다. 이 중 단연 인기를 끈 것은 쌍쌍파티라 불린 무도회와 메이퀸 선발대회였다. 이성 교제에 엄격했던 당시에 젊은이들은 대학축제를 통해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대학축제에 서양의 ‘카니발’적 요소만 가득해 ‘어색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민속 행사도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1960년대 이화여대 개교기념 축제에서는 매년 메이퀸 선발대회가 열렸는데, 해군 군악대까지 동원하여 성대한 대관식을 열어주었다. 5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이 축제는 당시 10여 군데 대학에서 벌어지는 봄 축제의 대미(大尾)를 장식하였다. 메이퀸 선발은 숙명·덕성·수도여대 등 여자대학교는 물론 연세·한양·단국대학교 등 남녀공학에도 있었다.
1970년대의 대학 축제에서는 전통문화인 ‘탈춤 부흥 운동’이 일어나 탈춤, 씨름,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가 축제의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며, 마당극이나 운동권노래 공연 등 대학축제가 비판과 풍자의 기능을 수행했다. 1980년대 들어서도 축제의 주요 행사로 풍물굿, 줄다리기, 마당극, 노래극 등 공동체 문화적인 행사가 열리면서, 단과대별로 개최하던 대학축제를 ‘크게 하나 된다’는 의미의 ‘대동제(大同祭)’로 바꾸게 되었다. 1984년 5월 고려대가 ‘석탑 대동제’란 용어를 처음 쓰자, 부산대에서도 1985년부터 개교기념 축제 때 ‘효원 대동제’라고 축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고려대의 석탑대동제에서는 합동 위령굿과 길놀이, 마당극, 줄다리기와 같은 새로운 축제판을 선보였고, 대동제를 알리는 대형 걸개그림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국 대학축제 대부분이 ‘대동제’라고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1980년대 대학 축제에서는 정치색이 짙은 학술제나 토론회, 모의재판 같은 행사가 많이 열렸고. 잦은 데모로 축제가 지연되기도 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축제에 ‘통일 대동 한마당’처럼 통일을 주제로 내건 대학들이 많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의 과도한 좌경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학들이 서서히 ‘탈정치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학축제에서는 민속적이거나 정치적인 색채가 많이 빠지게 된다. 프로그램도 칵테일쇼, 사주카페, 동안(童顔)선발대회 같은 흥미 위주와 연예인 초청공연, 장터 등 오락성 행사가 성황을 이루었다.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개성과 다양성을 더 중요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대학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인기가수의 공연이었고, 단과대나 동아리별로 주점을 열기도 했다.
이런 축제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2010년대에는 대학들이 연합하는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의 신촌에서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의 대학 연합체가 ‘신촌대학 문화축제’를 개최해 신촌지역 상인 및 지역주민들과 ‘축제’로 소통하기도 했고, 부산에서도 ‘대학종합축제한마당’이 열렸으며, 전라남도의 순천대학교는 ‘향림가요제’를 통해 재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다.
대학축제는 대학문화의 꽃이다. 파릇파릇한 청춘의 한 때,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축제로 계속 되기 위해서는 축제의 기획부터 프로그램 공모, 축제운영 조직구성 등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또 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축제야 말로 진정한 대학의 문화로 남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