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기 조선에 거주하던 이들은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제도적으로는 거의 정치적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물론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일부(지방세 5원 이상납부자) 조선인과 일본인들에게 부분적으로나마 정치적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면협의회는 물론이고 도회나, 부읍회조차도 허울뿐인 의결기관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공식부문의 정치 특히 국가자원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정치는 일제시기에도 대단히 활발했다. 이른바 민원사건을 둘러싼 이른바 ‘유지(有志) 정치’(뒷거래 정치), 혹은 로비와 진정, 뇌물과 향응을 매개한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총독부 권력은 공식부문의 정치참여를 허용치 않는 대신, 진정과 탄원 등에 대해서는 가급적 호의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진정과 탄원 행위(혹은 이를 해결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바로 일제의 조선 지배를 인정하고 동의하는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이 문서철에 편철되어 있는 각종 진정서들은 하나같이 ‘‘거국일치 만민보익’, ‘성업완수 멸사봉공’, ‘진충보국’ 등은 물론이고, ‘일시동인의 은혜’,‘ 국책상 이익’,‘ 대동아공영권 확립’,‘ 이천만민의 부 총독 각하’ 등의 문구를 앞세우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