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의 여파로 물가, 임금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가운데 1938년도 이왕가의 예산 역시 긴축 예산을 편성하였다. ≪소화13년도이왕가예산≫을 통해서 본 1938년도 이왕가 세입세출 예산총액은 2,419,133원으로 전년도 예산 2,333,422원과 비교하면 83,711원 증가한 것이다. 세입세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세입은 경상부에서만 2,419,133원이고 세출은 경상부 2,223,131원, 임시부 193,982원이었다. 이왕가의 세입은 역시 세비가 1,800,000원으로 주를 이루고 나머지는 채권이자, 주식배당금, 예금이자, 창경원·덕수궁 입장료 수입 등으로 이루어졌다. 세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봉급 및 제급여 599,827원이며 다음은 이강, 이건공가 보급금으로 186,000원, 영선비 79,235원, 예비금 120,000원 등이다. 이 해에는 2년 전부터 덕수궁에 신축중이던 미술관이 완공되면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예산이 요구되었다. 미술관에서 근무할 사무관 1명을 비롯한 직원들을 채용해야 했고 시설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경비, 미술관에 전시품을 운송해오는데 사용될 경비 등이 예산에 편성되었다. 이왕가 예산은 여러 가지로 전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모든 연회가 중지됨으로 해서 향연비가 전액 불용 처리되었다든가 전쟁에 출정한 군인, 전상자 및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기 위한 예산이 특별히 편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38년 이왕가 세비세입세출 결산을 보면 세입은 2,927,660원 02전이었고 세출은 경상부 2,140,363원 19전, 임시부 190,538원 12전, 합계 2,330,901원 31전으로 세입 초과액이 596,758원 71전이었다. 이 해 세입초과액에 대해서는 불용처리하지 않고 전액 다음해 이월 사용하는 것으로 결산을 종료하였다. 이해 세입이 예산에 비해 많아진 것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왕가의 수입 중의 하나인 목재의 가격도 상승하여 삼림수입이 예산액 116,800원보다 많은 174,007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예금이자 수입과 관람료 수입 등도 전반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세출이 증가한 것은 왕전하가 조선에 잠시 돌아오는데 사용된 경비와 여러 차례에 걸친 지방시찰에 사용된 경비가 여행비로 추가 지출되었고 조선에 머무는 동안 거처할 곳을 수선하기 위한 영선비가 예상 외로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또 관동대지진으로 인해서 대기(大磯)에 있는 별궁이 파손되어 수선을 위한 경비 8,600원이 지출되기도 하였다. 세출 임시부로 부동산 구입비 1,400원을 지출한 것은 난곡목장(蘭谷牧場) 부근에 있는 민유지를 구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