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컨텐츠 바로가기

MENU CLOSE


기획 특집

권한은 분산하고 책임은 높이고
민주주의 정신의 구현, 지방자치

대한민국 헌법 제8장(제117조~118조)은 지방자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조에도 이 법은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제9차 헌법이 개정된 1987년 10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정부는 10월 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제정했다. 「e-기록 속으로」(10월호) 기획특집은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인 지방자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방자치를 이야기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를 일컫는 말로,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 형태를 말한다. 1935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우리 민족도 예전부터 백성들을 일컬어 ‘민초(民草)’라고 했으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프랑스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역시 “자유에 대해 마을회의(town meeting)가 지니는 의미는 학문과 관련하여 초등학교가 지니는 의미와 같다. 마을회의는 자유를 시민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가져다 줄 뿐 아니라, 그 자유를 어떻게 누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라며 지방자치의 민주주의 밀접한 관계를 언급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

지방자치의 시작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의 역사는 부침을 겪었다. 1공화국 시절인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되었고 6.25전쟁 중인 1952년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의원선거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4년 뒤인 2차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을 선거로 뽑았다.

4.19혁명 직후 수립된 2공화국 시절은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960년 12월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은 최초로 모든 지방정부의 집행·의결기관을 선거를 통해 구성할 수 있었다.

  • 경기도 시흥군 안양읍 남면 선거투표 모습(1956)

  • 1960년 지방선거 안내 방송

지방자치의 후퇴

하지만 이후 군사독재 시기에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을 시작으로 전국 지방의회는 해산되었고 지방자치는 전면 중단되었다. 제3공화국 헌법 부칙에 ‘지방의회의 구성시기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였으나 법률로 정하지 않았고, 제4공화국 헌법 부칙에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제5공화국 헌법 부칙에 ‘지방의회는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고, 그 시기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였으나 법률을 제정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부활

제6공화국 시대에 이르러 그동안 단절되다시피한 지방자치단체의 부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헌법 지방자치 관련 부칙조항이 삭제되고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폐지되었다. 1988년 4월에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그 후 2차례의 개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 후 1991년에 지방의원 선거를 실시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구성하였다. 1995년 6월 27일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동시에 선거로 뽑으면서 지방자치가 전면 부활하게 되었다.

  • 서울시의회 테이프 커팅식(1991)

  • 부산광역시 동래구 초대 민선자치단체장 취임식(1996)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실시 이후 조례제정개폐청구제(1999), 주민투표제(2004), 주민소송제(2005), 주민소환제(2007) 등 더욱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참여 제도가 마련되었다.

최근 광역 및 기초의원들의 사건·사고 소식이 뉴스 지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여론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지방의회를 폐지하고 관치행정을 하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는 우리가 21세기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시민으로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민주주의의 실험장인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는 민주적 사고를 함양하고 일상에서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현대의 지방자치 개념은 과거의 지방분권처럼 국가의 간섭과 지원을 전적으로 배척하는 절대적인 지방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도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지방정부의 국가발전에의 적극적 동참이라는 시대적 수요에 적응해 나가는 상대적·협조적·참여적·적극적 분권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지방정치로의 참여 부족, 열악한 지방재정 등의 문제점을 국가와 지자체는 함께 논의하고 지역주민도 주체가 되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민과 지자체의 협력 속에 지방자치의 완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