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언제 들어도 아련한 그리움, 졸업식의 추억
기록으로 되돌아 보는 그 시절 '졸업 풍속도'
서울대학교 졸업식 모습(1952)
해마다 졸업식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는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으로 1946년 만들어진 초등학교의 졸업가이다.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사용되어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으며, 나이가 있는 세대에게는 첫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학창시절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이소연)은 졸업시즌인 2월을 맞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졸업식 관련 기록물을 소개한다.
졸업은 학생이 학교에서 정해진 교과목의 교과과정을 전부 마치는 것을 의미하며, 졸업식은 졸업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이다. 졸업은 상급학교 진학 또는 사회진출의 출발점이자 다짐의 시간이며, 가족·친구·후배의 축하를 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졸업식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학창 시절 정든 교정을 떠나며 선생님과 친구, 후배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이러한 졸업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그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개화기 이후의 일이다. 근대적 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각 학교에서는 주로 미국의 영향을 받은 졸업식이 거행되었으며, 이때 실시된 졸업식의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졸업식 개최시기는 학기제(學期制, 한 학년의 학사를 일정기간으로 나누는 제도)를 토대로 운영되었는데, 몇 번의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졸업식 시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의 졸업식이 주로 2월에 개최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1961년 「교육법시행령」개정 시 제1학기를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로, 제2학기를 9월 1일부터 익년 2월 말일까지로 변경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 6.25전쟁 중에는 수업을 못하거나 학기를 단축 운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1952년 서산국민학교 졸업증서를 보면 현재와는 다르게 3월 31일이 졸업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졸업식의 백미는 역시 각종 상장인데, 1950년대에도 있었던 6년 개근상은 근면과 성실을 상징하는 값진 상이었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은 대단했는데, 1952년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연희대학교(현 연세대학교) 제2, 3회 졸업생이 동시에 학사 학위를 수여받은 사진기록은 힘겨웠던 피난길 속에서 천막을 치고 목조 가교사를 짓느라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기가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정든 학교를 떠나며 눈물을 흘리는 거제 일운국민학교 졸업생들의 모습과 양쪽으로 늘어서서 환송하는 재학생들의 모습은 지금은 보기 힘든 그리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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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교통부 효창유치원 졸업식(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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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고등학교 졸업식(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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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졸업식이 있는 건물 앞에 운집한 사람들(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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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육군 사관학교 졸업식(1955)
1950년대 효창유치원 어린이들의 졸업식에 모인 학부모들의 모습과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식에 가득 운집해 있는 군중들의 모습 등에서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마치고 마무리 의식으로 진행했던 졸업식이 사람들에게 상당히 큰 의미를 지녔음을 짐작하게 한다. 1955년 육군 사관학교 제1회 졸업식에서 마지막 학년으로 올라가는 상급생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손가락에 임관반지를 직접 끼워주고 있는 장면도 이채로운데, 이는 육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전통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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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운국민학교 제18회 졸업사진(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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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성심여자고등학교 졸업식(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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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 제1회 졸업식(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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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철도간호학교 졸업식(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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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국민학교 제5회 졸업생(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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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청운중학교 졸업식(1987)
교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학생들의 의젓한 모습, 졸업생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 등 1950~1980년대 예전 졸업식의 풍경을 통해 지난날 학창시절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오늘날의 졸업식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간소화되어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ㆍ답사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고,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운동장이 아닌 교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졸업식을 치르기도 한다. 대학의 경우 취업난으로 인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졸업식 풍경은 달라지더라도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의미만큼은 퇴색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