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교황,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다
문재인 대통령 –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2018.10.18.) /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대통령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논의와 함께 김정은 북방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갈 수 있다”라고 방북 의사를 밝혔다. 2014년에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미사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며 회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창경궁 정도의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市國, The Vatican City State)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자 대변자로서의 이름은 교황청(The Holy See)이다. 1947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교황사절을 파견하면서 우호를 다지기 시작한 이래 70여 년 동안 우리나라와 교황청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래된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천주교는 신해·신유·병인박해 등 초창기에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그 교세는 꾸준히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와 교황청은 1963년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이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고 여러 교황사절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와 교황청의 관계는 1947년 방 파트리치오(Patrick J. Byrne) 주교가 교황사절로 파견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6.25전쟁 중 방 주교는 피랍되어 ‘죽음의 행진’* 때 안타깝게 순교하였다. 이 당시 방 파트리치오 주교와 같이 피랍되었다가 정전협정으로 귀환한 토마스 퀸란(Thomas F. Quinlan) 주교가 1954년 제2대 사절로 파견되어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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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사절 토마스 퀸란(구주교) 방한(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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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교 김수환 추기경 서임식 참석 연설(1969)
이후 1963년 12월 11일 우리나라와 교황청은 공동성명을 통해 공식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하였고, 이듬해 초대 주한 교황청 대사(안토니오 델 쥬디체)가 부임하였다.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가 80만 명에 불과하던 1969년 3월에는 천주교 2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하였다.
당시 47세의 젊은 김수환 대주교는 최연소로 추기경에 임명되었는데, 2009년 선종(향년 86세) 때까지 우리나라 천주교의 대변자이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김포공항 도착 직후 한국 땅에 입맞춤하는 모습(1984)
1980년대에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이어졌고,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도 이루어지면서 상호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의 천주교 전래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방한하였다. 바오로 2세가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 땅에 입맞춤하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989년 제44회 세계성체 대회를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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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의 교황 공항 영접 행사(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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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차 세계 성체대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여의도 미사 주도(1989)
2000년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하였으며,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2014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