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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화재는 한 순간, 복구는 한 평생 < 산불예방 >

최근 건조한 봄 날씨에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은 올해 3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봄철 산불 예방과 상황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월호에선 산불과 관련된 기록물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불예방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산림보호법」 제2조에는 “산불이란 산림이나 산림에 잇닿은 지역의 나무·풀·낙엽 등이 인위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에 타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산불이 일어나면 대형화재로 번져 수많은 목지와 자연 경관이 소실된다. 애써 가꾼 산림이 한순간 잿더미로 변해, 원상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 산불예방 캠페인(1993)

  • 산불조심 캠페인(1996)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벌거숭이산들이 대부분이었다. 1960년대부터 헐벗은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식목과 조림 등 녹화사업에 매진한 결과, 전 국토에 산림의 비율이 63%를 차지할 정도로 우거진 숲을 이루어, 외국의 산림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우리의 산림녹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올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애써 가꾼 숲도 한순간 산불로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산불은 일단 발생하면 진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숲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연료'를 가지고 있으며, 화재 면적도 집 한두 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고, 산악이라는 지형 특성상 소방관들이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산불의 경우 숲의 상부만 타는 경우도 있다. 불길이 나무 밑의 덤불이나 그 아래 땅에 닿기도 전에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서 가지로 빠르게 번져나가기 때문에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형 산불에서도 이와 같은 강력한 ‘불바람’이 발생하기도 한다.

생태학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산불은 방심한 작은 불씨에서 시작될 수 있다. 숲은 국민 모두의 허파이자, 국가 경제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광복 후 반세기 넘게 이뤄낸 금수강산을 지키려면 산림녹화에 들인 노력의 몇 곱절을 산불예방에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산불 피해지원 및 예방대책(2000)

01 강원도 동해안은 조선시대부터 최다 산불발생 지역

산불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성종 20년인 1489년 2월 24일 강원도 양양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여 민가 205호와 낙산사 관음전이 탔는데, 이 지역은 공교롭게도 2005년 4월 4일 발생한 양양·낙산사 산불지역과 동일지역이다. 『승정원일기』에도 인조 21년인 1643년 4월 20일 강원도 양양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다. 정조 13년인 1789년 5월 14일에는 산불이 3건 발생했는데, 장소는 경북 영일 진전, 경남 밀양 고예, 경남 양산 내포였다. 조선시대 문헌 중 산림피해에 대해 가장 상세히 기록된 사례로, 불에 타서 소실된 나무를 보고한 점으로 미루어 피해면적이 상당히 넓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산불 기록 중 최대 규모는 순조 4년(1804)에 발생한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민가 2,600여 호, 사찰 6곳, 창고 1곳과 막대한 곡식이 소실되고 확인된 사망자만 61명이었다. 또한, 최대 인명피해를 기록했던 산불은 현종 13년(1672) 때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해안 특히 강원권역이 역사적으로도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왕들은 화재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현대에도 대형화재에 자주 사용되는 방화벽(화재 발생 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우는 벽)은 이미 태종 15년(1415)에 만들어졌다. 태종은 화재 대책에 특히 엄격했는데, 방화벽 제작을 명한 그 해 1월 ‘경칩 이후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거듭 내리는 한편, 집이 붙어 있으면 화재 발생 시 옆 건물로 번지기 쉬우므로 가택 밀집지역의 중간 집을 헐고 곳곳에 물을 비축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에 들어와 1990년대 이후 기록적인 산불은 1996년 강원도 고성 산불로 피해면적이 3,800ha에 피해액이 227억 원이었다. 2000년에는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는 동해안 산불이 일어나 4월 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8박 9일 동안 계속된 산불로 산림 2만 3,700ha가 잿더미가 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840ha 정도)의 80배 가까운 지역의 산림이 불에 탄 것이다. 피해액도 1,000억 원이 넘는데, 조사 결과 산불 원인은 군부대 내 소각장에서 불씨가 날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초속 26미터가 넘는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어 진화에 무려 12만 5,500명이 동원되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삼척, 동해, 강릉, 경북 울진까지 번진 이 불은 울진 원전 코앞까지 갔으나, 필사적인 진압으로 막아냈다.

이후에도 2005년 강원도 양양의 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되고 973ha의 피해면적에 394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강원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났으며, 2017년에도 5월 6~7일에 걸쳐 강릉·삼척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200ha의 산림이 타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2019년 4월에는 고성·속초 등에서 축구장 4천개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는 등 강원도 지역에는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봄철에 강원 동해안지역에서 유난히 대형산불이 잦은 것은 이 시기 남고북저형의 기압 배치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을 때 대기 상층에 있는 따뜻한 공기로 인해 초속 30m 가까운 돌풍으로 변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한뉴스 제1692호] 산불예방캠페인(1988)

02 ‘방심 속에 화재 있고, 관심 속에 예방 있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기후’와 ‘지형적인 요소’가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등 ‘인위적인 활동’과 만나면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또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로, 산불로 인한 연중 피해액의 89%가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봄철 입산자나 산 주변 농가에서는 산불예방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산과 인접(100m 이내)한 곳에서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 입산 금지구역 출입, 화기물 소지 등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창밖으로 담뱃불을 버리는 행위도 담뱃불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산불을 발생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한 산불조심기간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채용되는 지자체 산불예방진화대원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중요하다. 해마다 정부는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해 전 행정기관이 산불경계근무에 들어가지만, 산불예방은 1년 내내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수 십년 간 길러온 소중한 산림 자원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