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장애 극복 선수들의 인간승리, 더 큰 감동 <패럴림픽> 도쿄 올림픽 이어 8월 24일 하계 패럴림픽 개막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다양한 종목에서 많은 선수들이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림픽의 이런 감동은 뒤이어 개막하는 패럴림픽으로 이어진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도쿄 하계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8월 기획특집으로 패럴림픽을 소개한다.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더 큰 감동의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義足)을 단 선수들이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전 세계인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패럴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인정하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가 주관하는 대회이다.
1948년 영국의 루드윅 구트만 경(Sir Ludwig Guttman)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척추 상해를 입은 군인들의 재활을 목적으로 경기를 열었는데, 첫 번째 대회는 런던 하계 올림픽과 같은 날 개최되었다. 1952년에 열린 두 번째 대회에는 네덜란드 참전 군인들도 참가하면서 국제적인 대회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60년 7월 로마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대회부터 제1회 패럴림픽으로 공식화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68년 제3회 이스라엘의 라마트간(Ramat Gan)대회 때부터 참가했다.
‘패럴림픽’은 원래 척추상해자들의 경기여서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패러플리직(paraplegic)’이라는 단어와 ‘올림픽’을 합쳐 ‘패럴림픽(Paralympic)’이라 불렀다. 이후 척추장애 이외에 시각장애, 뇌성마비, 절단 및 기타장애인 등이 함께 참가하면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에서는 ‘Para’를 ‘함께(with)’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다시 정의했다.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장애는 근육의 손상, 수동적 운동장애, 사지 결핍, 다리 길이의 차이, 저신장, 긴장과도, 운동실조, 아테토시스, 시각장애, 지적장애 등 10개 항목으로 분류된다. 다만, 패럴림픽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적장애의 경우는 참가의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스페셜 올림픽대회(Special Olympics)에 참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계·동계 올림픽에 이어서 같은 곳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은 육체적인 장애를 뛰어넘는 인간승리를 보여주며 장애인들에게 재활의 의지와 용기를 심어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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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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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휠체어 400m(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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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남자 50m 결승(1988)
01 올림픽보다 먼저 따낸 금메달, 패럴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송신남
우리나라는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노렸지만, 첫 번째 금메달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나왔다. 레슬링에 출전한 양정모 선수가 대한민국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그러나 패럴림픽에서의 금메달은 이보다 4년 앞선 1972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패럴림픽에서 휠체어탁구인 ‘탁구 TT1(패럴림픽 종목)’에 출전한 송신남 선수가 따냈다. 베트남전 참전 중 목에 총탄을 맞아 척수장애를 입은 송신남 선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인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었으며, 뒤이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 한국인 최초 올림픽 2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동계 패럴림픽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 패럴림픽에서 알파인스키 한상민 선수와 2010년 벤쿠버 패럴림픽에서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는 성적을 거뒀다. 동계 패럴림픽 역대 최고 성적은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나왔다. 총 36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전 종목에 참가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핀란드, 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1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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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참가계획(2000)
02 1988년 제8회 서울 패럴림픽부터 성화봉송 시작
1988년 서울올림픽(9.17~10.2)이 끝난 후 10월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제8회 패럴림픽이 열렸다. ‘도전과 극복, 평화와 우정, 참여와 평등’을 대회 이념으로 총 61개국 4,319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였다. 휠체어테니스가 시범종목으로 치러졌고, 육상, 수영, 축구 등 16개의 정식종목과 세부종목 729개가 치러졌다. 한국은 금메달 40개, 은메달 35개, 동메달 19개로 종합 7위를 차지했다. 또한 서울올림픽에 참여했던 2,500명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6,000명의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봉사활동도 자랑거리였다.
서울패럴림픽에서는 최초로 장애인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었고 이후 패럴림픽에서도 동계·하계 모두 성화봉송을 하게 되었다.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때는 장향숙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이 한국인 최초로 패럴림픽 성화를 봉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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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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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 개막식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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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 폐회식 (1988)
03 올림픽 기록을 능가하기도
패럴림픽이 최고의 장애인 스포츠대회로 주목받는다 해도, 기록 면에서는 일반 올림픽 선수와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6년 리우 패럴림픽 육상 경기에서는 패럴림픽 선수들이 올림픽 참가자들을 능가하는 성적을 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알제리의 아브델라티프 바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1,500m 결선 경기에서 3분 48초 29의 세계 기록으로 우승했다. 2~4위 선수도 3분 50초보다 빨리 결승선을 끊었다. 이는 앞서 같은 트랙에서 열린 올림픽 1,500m 경기 금메달리스트인 매슈 센트로위츠(3분50초00)보다도 빠른 기록이었다. 선수들은 시각장애 T13등급으로 가이드 없이 혼자 달릴 정도는 되지만, 시력이 일반인의 10% 수준이고 시야도 좁아 반경 20도 미만밖에 볼 수 없었다. 흐릿한 눈으로 앞만 보고 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올림픽 육상 선수들은 기록보다는 순위를 중요시해서 결승선 500m 이전까지 서로 눈치를 보며 달리기 때문이라며 ‘메달 전략이 개입된 달팽이 경주’라는 혹평이 있기도 했다. 반면에 시각장애인 선수들은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며 '눈치 보기 경기'를 할 여유도 없이 초반부터 온 힘을 다해 뛰다 보니 장애인 선수들의 기록이 올림픽 선수들의 기록보다 빨랐고, 외신들은 이를 ‘패럴림픽의 역설’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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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휠체어, 시각장애)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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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시드니 장애인올림픽대회 농구 (2000)
04 장애인의 새 희망이 될 사이배슬론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첨단 보조장치를 통해 경기를 겨루는 방식이다. 과학으로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셈인데,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이 합쳐진 단어이다. 사이배슬론은 과학자와 공학자, 장애인이 함께 과학 기술로 승부를 겨루게 되므로 자신에게 얼마나 잘 맞는 첨단 보조 장치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제1회 사이배슬론대회는 2016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고 한국, 미국, 독일 등 세계 25개국에서 74개 팀 3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이배슬론의 종목은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 전기 자극을 이용한 자전거 경주, 로봇 의수 경기, 로봇 수트 걷기, 로봇 의족 경기, 전동 휠체어 경주 등 총 6개이다. 우리나라는 제1회 대회에서 서강대학교 웨어러블 로봇 연구팀과 김병욱 선수가 ‘로봇 수트 걷기’ 종목에 출전해 세계랭킹 3위, 동메달을 따냈다. 제2회 사이배슬론대회는 2020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출전팀이 속한 국가별 분산 개최방식으로 규정이 변경됐다. 이 대회에서는 한국의 김병욱 선수와 이주현 선수가 ‘착용형 로봇 부분’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사이배슬론은 장애인들을 위한 첨단의 재활로봇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고, 과학자들의 연구 경쟁도 독려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회로, 앞으로 새 희망의 패럴림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