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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영상소개

  • 분야

    경제

  • 생산연도

    1968

  • 감독

    한탁성

  • 생산기관

    공보부 국립영화제작소

  • 관리번호

    CEN0003268~CEN0003270

  • 재생시간

    24분 00초

영상해설

  • 알뜰한 주부 최우수상 수상자의 수기를 담은 영상기록이다. 남편의 적은 월급과 손수건 여미기 부업으로 가계부 겸 일기를 적어가며 매달 총수입의 40% 이상을 저축하는 등 알뜰하게 살림하여 미래설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자막

  • (00:32)
    시상자 : 상장, 최우수상 김혜순. 위자는 여원사가 제정한 알뜰한 주부 최우수 수상자로 뽑혔기, 상장과 함께 상금 20만 원을 수여함. 
    
    지난 2, 3일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나는 너무나 벅찬 감격에 마음 둘 바를 모르고 지냈다. 어떠한 곤란을 앞에 두고 오로지 그것을 이겨 나가려고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가 너무나 크게 비춰 송구스러운 마음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일기가 곁들인 가계부를 또박또박 적어가면서 알뜰하게 살아보려고 애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간다. 아빠가 새해 선물로 사다 주신 영원사 가계부에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정부에서는 올해를 전진의 해라고 정했지만 나는 우리 가정을 기반의 해라고 정했다. 더군다나 조건부 직장에 있는 아빠가 일 년 후에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우리는 기반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수입을 늘리고, 둘째 검소한 생활을 해서 저축을 하고, 셋째 살림 밑천이 될 밭을 사야 한다. 절약·검약에 앞서는 것이 수입이다. 아빠의 봉급 만 3,000여 원으로 우리 여섯 식구는 적자 없는 살림을 꾸려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집 살림을 아빠의 월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수입을 늘일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지 나도 해야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건 갓을 여미는 일. 한 장에 6원, 하루에 열 장을 여미면 60원 벌이가 된다. 그런데 하도 수건 갓의 무늬를 오래 들여다봤더니 눈이 아물거린다. 참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 : 여보, 당신. 눈이 피로해 보이는데 오늘 그만하구려. 
    김혜순 : 괜찮아요. 이제 한 장 남았는데 마저 해야죠.  
    
    (03:28)한 달분 일감을 주고 일삯 1,620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벌어보는 돈이다. 부지런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빠를 따라 진주에 오기에까지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내 고향은 지리산 밑 산골 마을, 물레방아 돌고 태고로부터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항상 이가 시리도록 차다. 이러한 대자연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나는 자랐다. 사변 때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이시던 그이와 결혼을 하고 오막살이에서나마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며 단란한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완고한 동네 사람들은 타지방 사람과 연애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는 항상 차가운 눈초리로 대했다. 아빠는 제대하고 그곳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때부터 그이는 남달리 특산물이 많은 지리산지구의 개발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오랜 연구 끝에 석 달 열흘 밤을 새워가면서 만든 지리산지구 종합개발안이 전국 과학전에서 특선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에덴동산을 떠나야 했던 아담과 이브같이 어디로 갔으면 하던 우리에게는 아빠가 진주 농대의 조건부 조교로 영전하게 된 것은 뜻밖의 희소식이었다. 
    
    (05:19)이리해서 시작한 진주생활, 진주 변두리 칠암동에 1,000원짜리 사글셋방을 얻고 이사를 했다. 그런데 앞으로 1년 있으면 아빠의 조건부 직장이 끝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연초에 가계부에 비상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를 한다고 해서 가족들의 영양을 등한하게 할 수는 없다. 자연이 적은 찬거리나마 신경이 간다. 한 주일에 두 번, 돼지고기 한 근씩을 사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먹기로 한다. 그런데 찬거리 이전에 주식문제가 일어났다. 
    
    남편 : 이건 아무래도 불공평해. 엄마라고 해서 보리밥만 먹으면 되겠니? 오늘부턴 모두 골고루 섞어 먹기로 하자. 
    아들 : 엄마! 나도 보리밥 주이소. 선생님이 그러는데 쌀밥만 먹으면 영양에 안 좋다 카드라.
    딸 : 어무이! 나도 보리밥 주이소. 
    
    실은 아빠라 해서 쌀밥, 맏이라 해서 쌀밥, 막내라 해서 또 쌀밥, 도시락이라 해서 쌀밥. 그리고 보면 항상 나는 꽁보리밥이었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아빠의 고집으로 식사의 개혁이 이루어져 다 같이 보리혼식을 하기로 했다. 어머니로서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건강을 위한다니 하는 수 없으나 어딘가 모르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07:12)그리고 식생활을 경제해서 남은 돈은 무조건 저금해 간다. 5월이 되자 겨우내 해오던 수건 갓 여미는 일감이 떨어졌다. 어떻게 하면 땅을 사기 위한 저금을 계속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아빠가 한사코 반대하는 것을 마다하고 농사원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남은 덕형이가 집을 보는 일이다. 덕형이는 하루 2원씩만 주면 좋다고 집을 보는 것이 기특하다. 만일 덕형이가 집을 보지 않는다면 나는 돈벌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전부터 아는 최 주사는 아빠가 농대에 나간다고 사모님이라고 하면서 날더러 화학실에서 쉬운 일을 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도 남들과 똑같이 일을 해야 한다. 내 사정을 모르는 최 주사는 내가 일 나온 것이 퍽 의외로운가 보다.
    
    최 주사 : 사모님, 날이 더운데 일하시기 힘드시죠?
    김혜순 : 아휴, 이거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요. 
    
    (09:26)그런데 일을 시작한 첫날 뜻하지 않던 난관에 부닥쳤다. 남의 말 좋아하는 아낙네들은 작업장에 뛰어든 나를 보고 터무니없는 쑥덕공론을 폈다. 
     
    아낙1 : 어휴, 저거 좀 보래이. 강 선생 사모님 아닌교?
    아낙2 : 참 별일이제? 아 없는 사람들이나 벌어먹게 할끼제 월급쟁이 남편 있것다, 왜 저리 궁상을 떠노?
    아낙3 : 대식이 엄마가 그러는데요, 저 아주머니가 바람난 게 틀림없다 쌌드라. 
    아낙4 : 그게 농사원 서기캉 눈이 맞아 그런다 카드라. 별꼴이제? 
    
    남들은 나보고 천부당만부당한 억측을 한다. 그들의 말에 호미를 쥔 내 손에 힘이 풀린다. 하지만, 화장 냄새 대신 땀내와 거름내를 내 몸에 배게 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흉 될 것도 없거니와 내게는 물리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이해해 주는 날까지 신년 초의 계획을 도저히 바꿀 수는 없다. 
    
    (10:31)농사원 일을 해온 지도 어느덧 한 달, 그간 덕형이가 늘 집을 봐왔다. 덕형이가 집을 보지 않았던들 일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덕형이의 노고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덕형이의 고집이 터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집을 안보겠다고 한다. 1원을 보태서 3원을 줘도 싫다면서 엄마 따라 나서겠다고 한다. 생각 끝에 누룽지를 주고 겨우 달래어 집을 나갔는데 덕형이의 일이 마음 놓이지를 않는다. 언제 나는 저렇게 애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덕형이가 더욱 불쌍한 생각이 든다. 농사원 일이 때로는 무척 힘에 겨웠다. 그러나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더라도 마음은 줄곧 날을 듯 가볍다. 첫째로 집안 살림에 보탤 수 있고, 둘째로는 건강하기에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며, 셋째로는 앞날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농사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 농사원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무슨 농사전문가라도 된 것 같이 농사에 관한 많은 지식을 배워왔다. 한편, 농사원에서는 야채를 싸게 살 수 있다. 돈도 받고 부식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일하러 오는 인부들이 많다. 오후에 경애는 아침에 일러두었던 데로 야채를 사러 왔다. 
    
    경애 : 어머이.
    김혜순 : 어, 경애 왔구나. 덕형은 집을 잘 보든? 
    경애 : 울지도 안 하고 잘 보고 있심니더. 
    김혜순 : 어. 
    
    (12:45)농사원 일이 늦게 끝나니 자연히 우리 집 저녁밥은 언제나 4학년짜리 경애가 짓는다. 박 노인은 정말로 많이 준다. 20원어치가 시장의 4~50원어치가 되고도 남는다. 다음에는 박 노인에게 담배라도 한 곽 사드려야지. 남의 도움에 공짜가 없다는 타산보다는 서로 오고 가는 정이 마음을 적신다. 경애는 무거운 듯이 들고 간다. 
    
    관리원 : 박미순 씨, 이선임 씨, 김혜순 씨. 
    
    오늘은 또 봉급날. 지난 한 달 동안 일해 온 결과 봉급 아닌 노임 2,030원을 받았다. 일당 80원, 참으로 80원을 벌려면 땀 한 말을 흘려야 하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일해 온 것에 비하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돈에는 나의 무한한 노력이 들어가 있기에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몇 갑절 되는 돈보다도 내가 번 돈의 가치가 더욱 소중히 여겨진다. 나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보다도 적은 돈이지만 그 가치를 알았다는 것이 돈으로써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귀중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14:11)여름철이 지날 무렵 농사원 일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밭을 사기 위한 돈을 저금할 길이 까마득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야 묘안이 뜨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뿐이다. 궁리 끝에 찾아낸 것이 보따리장수이다. 보따리장수를 시작하자 나는 무척 많은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다. 때로는 먼 시골까지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보따리장수는 수입이 뜻밖에 많았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나는 10여 년 동안 허덕여오던 빚을 청산하고 저축하는 살림을 꾸며왔다. 그러기 위해서 물론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도 벌었거니와 우리 집 계획을 성취시키기 위해서 나는 1원, 2원일지라도 쓸데없는 지출은 방지하고 살아왔다. 그리하여 우체국에 내 집 드나들듯이 찾아가서는 저금을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물, 언제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다. 나는 일요일에도 늘 쉬지 않고 장사를 해왔으나 오늘은 그동안 밀린 빨래가 하도 많기에 하루 쉬기로 했다. 매일같이 혼자서 쓸쓸히 집만 보아오던 덕형이는 엄마와 같이 있으니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다. 덕형이에겐 정말로 미안하다. 내년부터는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을는지, 오늘은 내가 늘 하던 이발 영업을 아빠에게 빼앗겼다. 현숙이는 미술에 취미가 많다. 꼭 미술가가 되겠다고 한다. 
    
    (16:41)
    남편 : 지금 오오, 당신?
    김혜순 : 네. 
    딸 : 어무이! 어무이가 깎을 때보다 아부이가 깎으이께 더 아프예. 
    인숙엄마 : 아이고, 이 집 보래이? 희안하데이? 무면허에다가 무허가 이발소를 채려 놓고 설랑 내사 경찰에 가서 마, 보고할끼라. 
    
    인숙엄마는 떠들썩하니 야단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에도 알뜰한 살림을 위한 수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이발을 하니 한 달에 320원이 절약된다. 바둑 가족 같은 우리 집, 세형이는 아빠에게 아홉 말 대국이다. 
    
    남편 : 물려줘어!
    세형 : 안 됩니더!
    부인 : 아이, 당신은 애하고 하면서 뭘 그렇게 물려달라고 합니까?
    남편 : 아, 안 물리면 내가 지는걸? 아. 이, 요거 하나만 더 좀 물리자. 
    세형 : 안 할랍니더. 질라카면 자꾸 물리라카니 나 아버지캉 다시 안둘랍니더!
    남편 : 얘, 얘. 이리와! 응? 
    
    (17:55)우리 집에서는 하루에 한 끼는 꼭 콩나물죽 아니면 분식이다. 오늘 저녁은 수제비국으로 정했다. 정부의 혼식장려도 우리 집에는 헛구호일 만치 철저히 분식가족이다. 그런데 조미료를 치다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족들은 얼마나 맛이 있어 하랴. 국수를 수제비로 바꾼 것도 까닭이 있다. 국수를 누르는 수공비가 한 달에 120원, 이 돈이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약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고 또 찾아서 해야 한다. 수제비를 남달리 좋아하는 덕형이는 욕심을 부린다. 학교교육에 못지않은 가정교육, 아빠는 가정교사가 되어 지도하니 얘들의 성적이 나아진다. 경애에게는 문학적 소질이 있는 것일까? 
    
    경애 : 아버지예, 나 오늘 글짓기해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어예.
    남편 : 그래? 어디 한 번 읽어봐. 
    경애 : 우리 집의 꽃. 검둥이 엄마, 백인 아빠. 한자리에 모이면 웃음꽃이 활짝. 동생은 가수, 오빠는 북치기. 
    
    분명히 문학소녀다. 소설가가 될 것인가 기대해 본다. 흑자인생, 말이야 쉽지만 10원, 아니 5원 내지는 덕형이의 용돈 2원을 아끼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그러한 결과로 나는 매달 총수입의 40%이상을 저축할 수가 있었다. 식생활을 경제하느라고 잘 먹지는 못했어도 우리 집안은 항상 행복하고 평화스럽다. 잘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란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식구 6명의 저금통장이 마련됐고, 우리 집 나름의 금고도 만들었으며 살림도 점차로 늘어갔다. 
    
    (20:24)드디어 우리 집 저금이 5만 원을 돌파했다. 이 돈은 우리에게 마치 큰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빠는 농협에서, 나는 우체국에서 돈을 찾았다. 연초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것이다. 결혼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삭월세 방에서 2만 원짜리 전세방을 얻어서 이사를 했다. 집안 식구 누구나 다 기뻐했지만, 특히 애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 역시 근면하고 또박또박 저축한 것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오래 꿈꿔오던 양계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향에 버린 거나 다름없는 야산을 200평에 3만 4,400원 주고 샀다. 이곳에 뽕밭도 만들고 양계도 곁들이면서 감나무를 심으려 한다. 그러면 우리의 1차 계획은 달성되는 셈이다. 이 밭에 대한 아빠의 기대는 대단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빠의 강한 생활력에 경의를 표한다. 
    
    (22:28)이제 나의 생활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1원을 아껴가면서 생활비를 절약하고 또박또박 가계부를 적어가면서 규모 있는 살림을 해 온 대가는 엄청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모든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아담과 이브처럼 떠났던 내 고향 지리산으로 하루속히 돌아가야겠다. 그곳에서 아빠는 자나 깨나 꿈꿔 오던 지리산 연구를 계속하고 나는 그간 배운 지식을 이용해서 새로운 농사도 짓고 동네 사람들을 도와가며 평화롭게 살아야지. 그리고 숱한 사연이 깃든 우리들의 얘기를 소설에다 담아봤으면... 돌이켜 보면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던 지난 1년, 나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다. 꿈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는 것. 행복도 먼 곳에 있지 않고 항상 나의 발밑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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