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67
배석인
공보부 국립영화제작소
CEN0003196~CEN0003206
109분 31초
(00:22) 영감 : 감초에 대추라. 감초에 대추라. 아하~ 이놈의 감초가 모두 곰팡이가 슬었구나. 쯧쯧. 부인 : 여보! 영감 : 어? 부인 : 아니, 여보. 영감 : 왜? 부인 : 아니, 거 손님도 없는데 약은 무슨 약을 지은다고. 영감 : 에... 내 솜씨 잊어버릴까 봐. 연습해 두는 거 아니요. 왜? 부인 : 아, 장사도 안되는 약방 차라리 팔아서 떡이나 사 먹읍시다. 영감 : 원, 사람두. 떡 좋아한다. 부인 : 나, 장에 갔다 오겠수다. 영감 : 허, 이놈의 전화통 불난다. 아, 여보시오? 어, 문희냐? 뭐, 뭐, 뭐, 뭐, 뭐라고? 뭐 선봐달라고? 막내딸 : 정말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운 스포츠맨이에요. 그리고 아주 박력 있는 남자예요. 영감 : 뭐 박력? 소용없다! 인마, 중이 제 머리 깎는 거 봤냐. 어? 아무 소리 말고 이 애비가 정해주는 사람이나 똑똑히 붙잡아 둬! 어 원 참. 딸 여섯을 두다 보니까 마지막에는 괴상망측한 소리 다 듣겠네. 막내딸 : 우리 아버지는 약간 히스테리인데다가 17세기적인 외고집이 있거든. 미스터 리 자신 있어? 미스터 리 : 아무려면 쫓겨나기밖에 더하겠어? 막내딸 : 하하하 그럼 됐어. 자, 박력 있게 나가자! 미스터 리 : 오케이. 영감 : 내 참 이놈의 연애편진가 로보트레턴가 참 잘도 온다. 오늘 어디 들어만 와봐라. 어디 보자. 집배원 : 영감님, 시대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지는 법이랍니다요. 영감 : 뭐 여러 말 할 것도 없이, 이제 로보트레타 가져오지 말게 어! 집배원 : 아, 로보트레타가 아니라 러브레터에요. 으~음. 영감 : 어, 아는 척 마라 인마. 그 말이 그거지 뭐 별거 있냐! 나 그런 말 몰라도 침만 잘 놔. (02:36) 영감 : 야, 야, 야, 야, 야. 인마! 어디다 함부로 손을 대! 막내딸 : 미스터 리, 인사드려 우리 아버지야. 미스터 리 : 아, 안녕하세요. 영감 : 뭐. 인마 인사 필요 없다. 인마 너 도대체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남의 규수한테 손을 대. 너 어디 오늘 맛 좀 봐. 맛 좀 봐. 막내딸 : 아이, 아버지 왜 이러세요. 창피하게. 영감 : 비키라는 말이야. 아 이놈이 사람 치는데. 막내딸 : 아이고 아버지 어서 일어나세요. 영감 : 너 이놈이 스포츠맨이라든가 뭐라더니만 아주 날쌔게 피하는구나. 미스터 리 : 저, 여기. 영감 : 인마 너 저리 가!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영감 : 허허, 이놈 이거 비웃살 좀 봤나. 인마, 내가 어떻게 돼서 니 빙장어른이냐? 어! 막내딸 : 아이, 아버지 왜 이러세요. 미스터 리 : 아버님. 이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영감 : 뭐,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가! 내가 저 신식자전거 박살을 내기 전에 썩 물러가. 미스터 리 : 물러가겠습니다. 막내딸 : 아버지 너무하세요. 영감 : 뭐, 너무해? 이런…. 저, 저거 먼지내는 것 봐라. 막내딸 : 미스터 리! 부인 : 아니 저 사람이 근데. 아니 얘 문희야! 지금 오토바이 타고 간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아니냐? 막내딸 : 몰라요! 부인 : 왜,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막내딸 : 아버지한테 물어보세요. 부인 : 울기는 왜…. 거 영감은 왜 큰소리치고 야단이오. 왜 그러우? 영감 : 그 로보또레턴가 뭔가 네다섯 통 오고 이 가문의 망신이란 말이야. 부인 : 성질도 참. 얘야, 그 길바닥에서 울고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참 울리기는 왜. 참 그 저 네 통이나 온 편지는 어디 있어요? 영감 : 저 방안에 있어요. 거, 불쏘시개 하든지 휴지를 하던지 마음대로 하구려. 부인 : 거 달래서 애 좀 들여보내요. 영감 : 글쎄 들어가라고. 들어가라고. 길바닥에서 질질 짜지 말고 썩 들어 못 가! (04:55) 부인 : 아니 여보, 이거 딸애들한테서 온 게 아니요? 영감 : 뭐, 딸애들한테서? 아니 정말 이거 딸애들한테서 온 거 아니요. 허허, 내가 잘못 봤구나. 부인 : 이건 광주 애꺼구요, 이건 울산 애꺼, 이것도 부산 애껀데요. 청주 애꺼도. 속초 애 것만 없고 다 왔구려. 응. 영감 : 에~ 여보, 해가 서쪽에서 떠요. 하하하. 딸 부잣집에 효녀가 났구려. 부인 : 에구 갑갑하오. 어서 좀 읽어 보슈. 영감 : 음.. 허~ 아버님 그간 옥체일양만강하옵십니까? 천고마비 계절에 한 번 다녀가옵소서. 아하, 여보 이게 초청장이구려. 부인 : 네? 영감 : 음, 우리 속상한데..저 우리 여행이나 떠납시다. 으, 여행이나 떠나자고. 그렇지 않소? 우리가 살면 몇 백 년 살겠소? 부인 : 어서 마저 읽어봐요. 광주 애 거예요. 영감 : 아버님, 어머님 우리 형제가 모두 의논하여 아버님 회갑 전에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여보, 자식들이 정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가 좀 괴롭더라도 우리 한 바퀴 휙 돌아야지 않겠소? 어? 예, 문희야! 너 꼼짝 말고 집 지켜. 내가 어머니 모시고 한 바퀴 휙 돌아올 테니까. 부인 : 여보! 청주 큰아이네 집부터 갑시다. 영감 : 암, 그렇고말고 큰애네 집부터 먼저 가야지. 하하하하하. (노래)팔도강산 팔도강산 좋을씨구 나를 찾아 백 리길 팔도강산 얼싸안고 아들 찾아 천 리길 에헤야 데헤야 우리강산 얼씨구 에헤야 데에야 우리살림 절씨구 잘살고 못 사는 게 팔자만은 아니더라. 잘살고 못 사는 게 마음먹기 달렸더라. 줄줄이 팔도강산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08:19) 역내 방송 : 청주, 청주. 여기는 청주역입니다. 내리실 손님은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영감 : 저쪽, 저쪽. 큰딸 : 여보세요? 네? 어머, 아버지 지금 오시는 길이세요? 영감 : 그래, 나 지금 오는 길이다. 그래, 사돈어른도 안녕하시고? 그래 그래 너희 어머니도 같이 왔다. 그래, 바꿔달라고? 큰애야 큰애. 큰딸 : 여보, 어머니, 왜 오시기 전에 전보라도 치시지 않고? 부인 : 너희 아버지가 전보 칠 필요 없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그냥 왔지. 얘, 근데 김 서방도 잘 있니? 큰딸 : 네, 지금 옆에 같이 있어요. 아이 참. 어머니, 저 오늘 어쩌면 애기를 낳을지도 몰라요. 부인 : 여보, 은희가 애기를 낳는데요. 영감 : 뭐, 애기를 낳아?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경사가 어디 있나. 기왕에 낳을 바에는 아들이나 쑥 빼 낳으면 좋겠다. 부인 : 오냐. 얘야, 니가 인제야 이 애미의 소원을 풀어주는구나. 오냐. 그래, 그래. 내 이제 곧 가마. 고맙소, 여보, 영감. 어서 갑시다. 영감 : 가만있자, 이거 이거 아주 달라졌는데. 예전과는 아주 딴 판인데. 부인 : 글쎄 말이유. 그렇지만 영감,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하지 않았소? 영감 : 글쎄 염려 말고 날 따라와요. 부인 : 여보, 지금 몇 시나 됐소? 영감 : 가만있자, 아이구 이거 11시 반인데 이거 큰일 났네. 부인 : 11시 반? 이거 큰일 났구려. 통행금지에 걸리고 말겠소. 에휴. 영감 : 여보, 우리 무조건 뜁시다. 부인 : 여보, 난 지쳐서 더 뛸 수가 없소. 영감 : 글쎄 힘을 내요. 힘을 내라고. (10:29) 첫째 사위 : 이봐, 힘을 내. 힘을. 내가 있으니까. 큰딸 : 거참 당신도. 힘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첫째 사위 : 아니 이거 아주 야단났는데 이거. 큰딸 : 난 아직 괜찮으니 마중 좀 나가보세요. 첫째 사위 : 여보, 여보 걱정 말고 아기나 낳아. 지금 우리 소원을 풀어주는 순간인데 마중 나간 사이에 아들놈이라도 쑥 나와 봐. 애비 꼴이 뭐가 되어. 큰딸 : 그래도 잠깐만 나가보세요. 첫째 사위 : 응, 아 그려. 큰딸 : 네. 첫째 사위 : 그럼 나가 볼까? 큰딸 : 여보, 나가지 말아요. 나 좀 붙들어 줘요. 첫째 사위 : 그려, 힘을 내. (11:11) 부인 : 여보, 좀 천천히 가요. 영감 : 빨리 와요. 사돈 : 아니, 이 사람이 눈이 멀었나. 이거. 사람을 막 쳐. 영감 : 객지에 나와서 내가 야간통행금지에 걸려야 속이 시원하겠냐? 사돈 : 아, 이런 답답한 사람 봤나. 충청북도에는 야간통행이 없어. 영감 : 뭐, 야간통행금지가…. 사돈 : 아니 이거 사돈어른 아니요? 사돈마님. 부인 : 네. 아이고. 사돈 : 아이구머니. 웬일이시오. 이 밤중에 이거? 영감 : 밤차에 올라오느라 이렇게 됐수다. 부인 : 아, 여보. 얼른 갑시다. 어린애가 벌써 나왔겠어요. 사돈 : 애! 진규야, 진규야, 어머님, 아버님 오셨다. 첫째 사위 : 네, 지금 나가유. 사돈 : 빨리 나와! 아, 뭘 해? 아이. 첫째 사위 : 아, 가만히 계세요. 지금 아주 급하게 됐슈. 부인 : 이 사람아 내가 급하네. 내가 들어가야 해. 여보게! 영감 : 이거 봐, 자네가 왜 급한가. 왜 급해? 아기 엄마가 급하지. 부인 : 아 거 좀 가만히 좀 있어요. 좀! 여보게 어서 문 좀 열게. 영감 : 이제 아무도 급할 게 없다. 부인 : 어서 문 좀 열게 사돈 : 야, 야. 진규야! 뭐여, 고추여 뭐여? 아이구 답답혀. 첫째 사위 : 고추에요, 고추! 부인 : 고추랴. 사돈 : 아이구 장모님, 장인어른 오셨슈? 영감 : 사돈어른. 사돈 : 밤새도록 술 먹게 됐슈. 영감 : 좋아요, 좋아. 사돈 : 들어가슈. 첫째 사위 : 아이고 아버님. (12:44) 영감 : 여보, 여보. 부인 : 이양반이 주책도 없지 어딜 들어온다고 그러우. 여보게. 김 서방! 거 좀 미역 좀 담그게. 첫째 사위 : 예, 예. 저, 미역은 이거 다 넣을까요? 부인 : 어, 미역 좀 조금만 물에다 담가. 내 곧 나가겠네. 첫째 사위 : 네. 아 뜨거. 뜨거. 영감 : 사돈어른 저, 동방예의가 좋기는 하지만은 이런 때 불편하단 말이에요. 사돈 : 아, 저기. 금줄을 꽈야 되것슈. 영감 : 가만 가만 그럽시다. 큰딸 : 어머니, 저도 아들을 낳았어요. 저도 이제야 며느리 노릇을 하게 되었나 봐요. 부인 : 오냐. 얘야, 내 평생의 소원을 풀고 보니 이 애미도 눈물이 다 나오는구나. 사돈 : 마누라, 이 사람아! 자네가 진규 낳았을 때 내가 금줄 꽜지. 이제 나 혼자 손주보고 또 금줄 꽈. 사람 죽긴. 오래 살고 볼껀디. 영감 : 사돈어른 이, 저, 내가 큼직한 걸로 골라 왔시다. 사돈 : 아, 아 요걸 고추를 끼워야 사내자식인지 알아요. 영감 : 암 그렇고말고요. 허허허허. 사돈 : 이거 고추하나. 좋은 풍습이예유 영감 : 그래요. 사돈 : 자, 손주 좀 봐유. 영감 : 이제 산모방에 들어가도 여보, 괜찮을까? 부인 : 들어가 보시죠. 들어가세요. 큰딸 :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사돈 : 일어나지 말어, 얘, 뭐 좀 먹어야지. 영감 : 이 놈 좀 보시오. 얼마나 잘 생겼는가. 하하하. 사돈 : 사돈, 이 우리 집안에 인물 났슈. 영감 : 아, 이게 누구 핏줄인데. 하하하. 사돈 : 아, 그리고 아가. 나 이제 손주도 보았고 또 사돈 내외도 오셨으니까, 충청도 유랑을 시켜드릴껴. 니 마음 어뗘? 큰딸 : 아버님, 꼭 그렇게 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 사돈 : 그려, 그럼 내 모시고 다녀올게. 자 받아라. 영감 : 잘 받아라. 받아라. 잘 받아라. 사돈 : 사돈, 사돈사이처럼 좋은 벗이 없어유. 첫째 사위 : 저, 아버님! 아 이왕이면 부여로 먼저 가세유. 사돈 : 부, 부여? 백마강. 어. (15:30) 사돈 : 자, 사돈. 사자도 보시고 백화점도 가슈. 영감 : 예. 부인 : 나 좀 붙잡아 주오. 영감 : 자 올라와요. 부인 : 영차, 아. 사돈 : 아, 사돈마님 올라 서유. 부인 : 괜찮습니다. 영감 : 자, 올라와요. 사돈 : 사둔, 잘 보시유. 영감 : 야, 참 좋다. 좋아. 사돈 : 장관이쥬? 이거이 백마강이에유. (16:00)(노래)백마강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 궁녀를. 사돈 : 사돈, 이 역사책을 보면 삼천궁녀가 요 백마강에서 몸을 던졌다는 거에요. 영감 : 하. 이 여보. 사돈 : 삼천궁녀라는 거는 이 대단한 거예요. 영감 : 그러게 말이에요. 사돈 : 이 백제의 문화 참 화려하죠. 영감 : 네. 사돈 : 기가 막히죠. 요 계백장군. 이 백제의 명장입니다요. 영감 : 허, 참 잘 만들었소. 사돈 : 그리고 저, 고란사의 고란초 보셨쥬? 그 꼭 풀꽃같이 자란단 말씀이에유. 그 부여의 명물뿐이 아니라 우리 한국의 자랑입니다. 그게. 영감 : 그래서 고란사라고 했군요. 그래. 사돈 : 자, 이제 단풍이 벌건 속리산으로 들어서 보셔유. 사돈 : 기가 막히쥬? 영감 : 예. 사돈 : 참 사돈은 좋을 때 오셨슈. 저기 들어가면 기가 막힙니다. 절경이여유. 아, 사돈 정말 어때유? 영감 : 참,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요. 사돈 : 예, 아름다운 곳이지. 충청북도에 와서 속리산의 법주사를 못 본다면 사람 그려놨는데 눈알 빼놓은 거라구유. 아, 참말이유. 영감 : 하하하 사돈 : 여기, 여 물 좀 보소. 기가 막히죠? 부인 : 누가 아니랍니까? 영감, 이것 좀 보우. 얼마나 좋우. 사돈 : 사돈, 사돈 마님. 저게 팔상전이라고. 영감 : 예. 사돈 : 유명한 겁니다. 참 한국의 국보요. 영감 : 여보, 이게 국보래. 사돈 : 어때요, 사돈? 영감 : 참 우리나라 문화가 정말 찬란하구려. 찬란해. 부인 : 여보, 어쩌면 저렇게 잘 지었을까? 부인 : 저렇게 큰 부처를 무슨 수로 세웠을까? 영감 : 그러게 말이요. 사돈 : 사돈, 이 저 말이요. 그, 저 저게 동양에서 제일 큽니다. 이 부처의 특색이 말이죠. 이게 시멘트로 만든 겁니다. 부인 : 사돈어른. 우리 사위가 일하고 있는 공장이 여기서 멉니까? 사돈 : 아니요. 멀지 않아요. 버스로 3시간만 가면 돼유. 아, 그러지 않아도 맨 마지막에는 우리 아들놈 공장에 가려고 했는데. 아, 시간 없는데 우리 지금 떠납시다유. 부인 : 네. 영감 : 그럼 시멘트 만드는 것도 보겠군요. 사돈 : 그래요 그래요. 부인 : 여보 갑시다. (19:55) 영감 : 어서 한 번 써봐. 부인 : 맞나? 아, 영감도 써야지. 그 모자 잘 봐주쇼. 직원 : 네, 염려 마십시오. 영감 : 어때? 첫째 사위 : 아버님! 아이고, 벌써 도착하셨어요. 부인 : 이 사람아~ 영감 : 그래 어떤가? 우리 모양이 어때? 근사한가? 첫째 사위 : 허허허, 정말 근사하시네요. 일류산업전사 못지않아요! 허허허. 사돈 : 못지 않대유. 영감 : 허허, 다만 늙은 게 탈이죠. 첫째 사위 : 허허허, 우리 장모님이 제일 멋쟁이시네유. 부인 : 이사람, 별소리 다 하네 첫째 사위 : 자, 우리 공장 구경 하실래유? 사돈 : 니가 앞서! 첫째 사위 : 일루 오세유. 오세유. 사돈 : 아, 사돈. 우리 아들이 이 공장에 다녀도 나 처음 구경왔어요. 영감 : 그래요? 첫째 사위 : 이 공장 말고도 이렇게 큰 공장이 5~6개는 더 있어유. 첫째 사위 : 이 기계가 덩어리를 만드는 기계예유. 이걸 구워내면 시멘트가 돼유. 영감 : 그래, 시멘트는 여기서 구워내나? 첫째 사위 : 아니에유. 한 번 구경 하실래유? 부인 : 영감 들여다 보시우. 영감 : 어디..이야. 여보 당신도.. 부인 : 어지러워서 난. 첫째 사위 : 저, 아버님도. 아버님도 와 보세유. 부인 : 그러세요. 사돈 : 아이고 어지러워유. 영감 : 이렇게 무진장 쏟아져 나오니까, 그 법주사 미륵불도 이 시멘트 신세를 질 수밖에요. 사돈 : 사돈 말씀 맞아유. 만사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제 눈으로 봐야 된다구유. 봐야 돼요. 영감 : 아, 봐야죠. 봐야죠. (22:46) 첫째 사위 : 저, 시장하실 텐데 식당으로 가세요. 사돈 : 아녀, 차 시간 없다고. 첫째 사위 : 아, 차 시간은유…. 부인 : 괜찮아, 괜찮아. 여보 참. 첫째 사위 : 저, 이거 가져가세유. 아버지 가시다가 약주라도 대접하세유. 사돈 : 어, 내 저 목욕하고 술 마실거여. 사돈어른 둘이서. 첫째 사위 : 그렇게 하세요! 영감 : 자네 처 데리고 한 번 올라와. 첫째 사위 : 네. 사돈 : 니 처 보고 몸조심하라구 혀! 첫째 사위 : 아, 네. 영감 : 나 이런 구경 살아생전 처음 해봐요. 사돈 : 나도 처음이예유. 첫째 사위 : 그럼 살펴가세유. 사돈 : 유성온천으로 갈꺼여. 부인 : 아이고, 내 이 정신 좀 봐. 여보게, 아기 잘 길러야 하네. 첫째 사위 : 아이고 염려 마세요. 부인 : 애미도 잘 부탁하네. 첫째 사위 : 아, 그럼요. 네. 네. 몸조심 하세유. 부인 : 나 가. 첫째 사위 : 네. 네. 네. 부인 : 들어가. 영감 : 한 번 놀러와. 첫째 사위 : 조심하세유. 어서 가세유. 부인 : 아버님 회갑 날 잊지 말게. 첫째 사위 : 네, 네! 영감 : 둘 셋 넷, 다, 여 일곱,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니라. 여보, 마누라 기분 어떻소? 부인 : 아이구 참, 영감도. 원 주책이슈. 에이구 참. 영감 : 하나, 둘,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아홉 , 열이로구나. 사돈 : 아이구 사돈 거 너무 세셔서 기운 없으시것시유. 나가서 점심식사나 하셔유. 영감 : 잠깐만, 잠깐만 더 기다리십쇼. 아 세던 건마저 마저 세고 나가야지요. 사돈 : 그러셔유. 영감 : 스물이로구나. 하나, 둘,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아홉… 사돈 : 아이 난 더워. 나가것슈. 고만 세세유. 영감 :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영감 : 사돈어른 그 유성온천이 그렇게 물이 좋다면서요? 사돈 : 암만유. 유성온천이 한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충남의 자랑이에유. 영감 : 이 뭐 약소하지만 이건 내가 내는 겁니다. 어서 드쇼. 영감 : 아이, 별말씀을. 나도 돈 있슈. 아이. 젓가락이 약해. 허허, 이거 속이 텅 비었네. 아니, 이거 젓가락이 왜 이렇게 약한가? 부인 : 아이 참. 영감도 망령이슈. 영감 : 허허, 그렇게 먹는 거야? 사돈 : 그, 사돈어른께서는 집안에만 계시지 말고 바깥바람 좀 쏘이셔야 되겠어유. 영감 : 예, 허허허. 사돈 : 세상물정도 아실 겸. (26:00) 영감 : 여보, 오늘 아주 피곤한데. 부인 : 그저 집 나오면 고생이지 뭐예요. 나도 피곤해 죽겠어요. 영감 : 참, 여봐 차장! 차장 : 네? 영감 : 여기서 광주까지 몇 시간 걸리나? 차장 : 두 시간이면 가요! 영감 : 어, 두 시간? 승객 : 저, 여보쇼. 부인 : 네? 승객 : 손님은 전라도가 처음이요? 부인 : 예, 딸네 집에 가는 길이에요. 승객 : 하, 참. 댁의 따님은 참말 좋은 곳에 시집왔구만. 나도 전라도가 그 고향이지만 말이여, 좌우간 우리 전라도만큼 산세 좋은 곳이 없제. 우선 내장산만 가보시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온통 불바다가 되고 말이여. 빨갛게 물든 단풍. 아 그라고 그 뭣이냐. 무주 구천동이 또 있제. 아, 꼬불꼬불 골짜기가 에누리없이 30리나 되는디 맑디맑은 물소리에 새소리까지 개평으로 들린당께. 아, 또 있지! 참말로 우리 전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아, 호남 비료공장도 있드라고. 잉! 아, 그 으째서 호남평야에 풍년이 드느냐 하면 말이여잉. 다 그 비료공장 덕택이제. 부인 : 그런데 댁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승객 : 이, 나말여? 남원 간당께. 남원요. 부인 : 아니, 남원이라면 춘향이가 난 곳이 아닙니까? 승객 : 아따, 남원 말고 춘향이가 또 있드랑가? 흐흐흐. 보쇼, 춘향이 매운 절개야말로 이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잉 좌우간 춘향이 같은 절개가 세상에 어딨것어라우? (노래)춘향가 (28:54) 몽룡 : 춘향아, 내 너를 두고 갈 생각을 하니 이 아니 답답하랴. 춘향 : 도련님, 언제는 남원 땅에서 평생 살으실 줄 아셨소? 어찌 나와 함께 가길 바라요? 도련님이 먼저 가시오면 뒤따라 올라갈 것이오니, 아무 걱정 마시옵소서. 몽룡 : 아이구, 정말 답답하구나! 정말 몰라주는구나. 춘향 : 혼정신성 할지라도 이 춘향이와 같이 있지 마옵소서. 몽룡 : 춘향아! 상전이 벽해가 된 들 내 어이 너를 잊을쏘냐? 내 올라가 뜻을 이루게 되면 너를 불러올리리라! 춘향 : 도련님! 몽룡 : 춘향아! 부인 :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영감 : 아, 이 돌았나. 사람 잠꼬대를 이렇게 하나. 으. 차장 : 다음은 광주입니다. 내리실 분 준비해주세요! 영감 : 광주네. 광주. 내릴 준비 합시다. 허, 이 양반 남원까지 오신다더니 졸고 있구만. 영감 : 저, 말 좀 묻겠습니다. 경찰1 : 네! 영감 : 이, 52번지에 살던 박노식이라는 사람 어디 이사 갔는지 모르겠소? 경찰1 : 박노식 씨라? 박노식 씨라고 자네 기억하나? 경찰2 : 부안으로 간 사람이 아닐까? 이 사람 직업이 토건업이죠? 영감 : 옳지! 어어, 맞았소. 이 사람 어디 이사해 갔소? 경찰2 : 부안으로 가셨습니다. 영감 : 부안으로? 경찰2 : 섬진강 간척공사장으로 가셨습니다. 부인 : 네~! 영감 : 고맙소. 부인 : 아휴, 고맙습니다. 영감 : 가요. 잘들 해요. 경찰1 : 안녕히 가십시오. 부인 : 아이고, 요즘 경찰은 어쩌면 그렇게 친절할까. (31:15) 부인 : 영감! 부인 : 저, 영감 이제 다 끝난 모양이로군요. 아이고. 영감 : 여보 조심해요. 부인 : 에휴, 여보. 그 저 사위 보러 왔다가 하마터면 천당 갈 뻔 했구려. 영감 : 여보 그 뭐하느라고 이렇게 천지를 진동시키고 이렇게 요란스러운고. 부인 : 그러게. 그러게 말이유. 영감 : 저 실례합니다. 직원 : 네. 영감 : 여기에 혹시 박노식이라고 어디 있습니까? 직원 : 아, 예. 원무주임을 찾으시는군요! 영감 : 예, 예. 직원 : 주임님 무전입니다. 둘째 사위 : 여기는 사장, 여기는 사장. 박노식입니다. 오바. 무전 : 장인, 장모님 오셨습니다. 오바. 둘째 사위 : 어! 장모, 장인? 곧 간다고 그러쇼. 오바. 야! 둘째 사위 : 장인! 부인 : 여보게! 이 사람아! 아버님 뵙게. 둘째 사위 : 아이고, 장인어른. 아따, 이곳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잉. 영감 : 이 사람아 사람을 불러놓고 이사를 가면 어떻게 하나? 둘째 사위 : 아 편지를 했는디 못 받아봤구먼 이라잉? 부인 : 아이고, 이 사람아! 뭐 받아보나 마나 만나봤으면 됐지 뭐. 근데 집안은 다 별거 없나? 둘째 사위 : 예, 뭐 별거는 없습니다만 그 애미는 새끼들 때문에 생활한다 하면서 아 살은 찐단 말입니다. 부인 : 그래야지. 그래. 그래. 둘째 사위 : 이왕 오신 김에 여기 구경 좀 하실랍니까? 어이, 어이, 거기 좀 서쇼 잉. 서쇼. 저, 저거 타고 한 바퀴 뺑 돕시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습니까? 부인 : 이 사람아 내가 들겠네. 둘째 사위 : 괜찮습니다. 서란 말이지, 서. 올라오세요. (33:57) 둘째 사위 : 장인어른, 이걸로 말입니다.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저 바다를 보십시오. 지금은 저 저기 바닷물이 들락날락하지만은 말입니다. 앞으로 이 둑만 완성되면 저것이 몽땅 논밭이 됩니다. 영감 : 이 사람아, 내가 귀 생기고 이런 소리 처음 듣네. 아니 무슨 수로 이 바다를 막는단 말인가? 어? 글쎄 이 넓은 바다를 말이야. 둘째 사위 : 네. 이번 이 공사만 완성되면 여기서 12만 석이나 곡식이 안 나옵니까? 하여간 이번 이 간척공사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도 모양이 싹 변해버린단 말입니다. 영감 : 여보, 그 옛날엔 뽕나무 밭이 변해서 바다가 된다더니만. 이젠 바다가 변해서 옥답이 되는구려. 둘째 사위 : 허허, 좋은 세상이란 말입니다. 부인 : 그래. 영감 : 이 사람아, 그건 그렇고 이 넓은 바다에 물은 무슨 수로 대지? 둘째 사위 : 그, 그것도 문제없습니다! 둘째 사위 : 하여간 그래서 그 미리 섬진강 다목적댐을 안 만들어 놨습니까? 영감 : 다목적댐이라니? 둘째 사위 : 네, 그래서 그 꿩 먹고 알 먹는 얘기죠. 그 댐의 물로 발전도 하고 이 간척지에 물을 대주니께 흐, 참말로 얼마나 좋습니까! 영감 : 어쨌든 요새 사람들은 머리가 좋단 말이야! 부인 : 아, 그럼 뭐 지금 세상 사람들이 당신처럼 옹고집만 부리는 줄 아슈? 영감 : 원, 이 사람 또. 부인 : 그렇지 않나?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아, 젊은 사람들이 박력 있게만 나가면이야 뭐 안 될 일이 있습니까? 부인 : 그래, 그래. 영감 : 저, 자네도 박력 좋아하나? 둘째 사위 : 암요, 하여간 나가는 데만 박력 있으면 잘 나가면 된단 말입니다. 부인 : 아이고, 영감. 둘째 사위 : 저, 저기, 저기 좀 보십시오. 장인어른 저리 가서 전라도 막걸리 한 잔 하실랍니까? 영감 : 좋지. 부인 : 뭐? 영감 : 알았다. 아냐. 저, 저 서산 낙조가 아주 노을이 좋단 말이지. 둘째 사위 : 그렇죠! (36:16)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는 요렇게 삽니다! 허허허. 영감 : 좋아. 둘째 사위 : 아버지, 요 모자 꼴이 뭡니까요? 하여간 내일 새걸로 싹 갈아 드릴께요. 영감 : 음, 좋아. 자네가 제일이다.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자, 어디를 돌아다녀 보십시오. 어디 가야 나 같은 사위가 있는가. 이리 주쇼. 이리 주쇼. 허허허. 앉으십쇼. 앉으십쇼. 아따, 어떻게 새끼들이 많은지요. 어질러 싼지 참말로. 영감 : 허, 그게 좋은 거야. 그게 좋은 거야.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 한 잔 더 할까요? 영감 : 술? 둘째 사위 : 예! 아 먹을 때 확 먹어버립시다. 잉? 영감 : 좋아, 좋다! 둘째 사위 : 마누라, 여기 술상 좀. 아유, 자는 모양입니다요. 내가 깨워올랍니다. 부인 : 애미야! 건너가 봐라. 둘째 딸 : 아유, 여보. 금방 다녀온다더니 그래 겨우 이 꼴이유? 둘째 사위 : 아, 그 장인어른 약주한잔…. 둘째 딸 : 아휴, 몰라요! 둘째 사위 : 아유, 장모님. 늦어서 정말 죄송하구만이라. 부인 : 이 사람아, 이. 흠. 영감 : 여보, 마누라! 부인 : 지금 몇 신데 이 양반이. 으이구 참 내. 으이구, 냄새야! 거 무슨 약주를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영감 : 여보, 마누라. 여자란 따지고 덤비기 전에 그 남자들의 기분을 알아줘야 할 게 아닌가? 허허허. 둘째 사위 : 으, 참. 아버지 말씀 한번 잘 하셨습니다. 둘째 딸 :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영감 : 여보, 마누라! 둘째 딸 : 정말 아버지도 너무 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대접하려고 술상을 차려 놓고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세요. 영감 : 허허, 그래. 그럼 한 잔 더 해야지!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부인 : 이런…. 이. 아예 술독에서 사시구려. 둘째 딸 : 아버지도 참, 이제 그만 주무세요. 영감 : 아, 가 가 가만있자. 볼 건보고 자야지. 둘째 사위 : 예, 예. 뭔지는 몰라도 보셔야죠. 부인 : 보기는 뭘 보신다고 그래요. 영감 : 거, 사람. 아 손주 녀석들 봐야 할 게 아닌가. 허허허. 둘째 사위 : 예, 예. 아버지는 말씀마다 옳은 말씀만 골라서 하십니다. 가만히 계십쇼. 어이, 일식아! 할아버지 오셨다. 일어나거라. 일어나. 부인 : 냅두게, 자는 애들을 가지고. 둘째 딸 : 아니, 저 사람이 자는 애들을 왜 또 깨울까? 부인 : 얘, 얘! 그냥 둬라. 중하니까 그러지 않니. 영감은 거 오시자마자 보시지도 않은 애들을 거. 고만 좀 주무쇼. 영감 : 아이고, 무슨 소리 하고 있소? 내가 여기 잠자러 왔나? 부인 : 고집은 참. 영감 : 얘, 얘 너 술상 차려라. 부인 : 또 술이에요? 영감 : 가만있거라. 가만. 술상 차려와. 어서! 부인 : 내가 가마. 내가. 둘째 딸 : 어머니, 괜찮아요. 제가 갔다 올게요. 부인 : 몸도 무거운 아이. 아이, 영감도 주책이슈. 속상해서 정말. 영감 : 무슨 소리. (38:58) 둘째 사위 : 자, 일렬로. 코 좀 닦아라. 좀 들어가 들어가. 부인 : 이리 온. 할아버지께 인사해야지. 둘째 사위 : 자, 모두 11명입니다. 차렷! 자, 신고할랍니다. 요놈이 맨 위 일식이, 요놈이 이식, 아닙니다. 아닙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저놈이 이식이, 또 요놈이…. 영감 : 여보게, 여보게, 여보게. 그만두게 내 기억력으로는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네. 부인 : 자, 이리 온. 아이들 : 할아버지. 둘째 사위 : 자, 아버지. 요놈이 막내입니다. 막내. 둘째 딸 : 아이고, 얘들아! 어서 그만 가서 자거라. 어서 가 자! 둘째 사위 : 아, 야들이 뭘 한다고 그래쌌는가? 자, 이불 잘 덮고 자라잉. 부인 : 여보게, 이리와. 영감 : 전쟁판보다 더하구나. 둘째 사위 : 저 놈들때문에 도대체 정신이 없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따듯하게 데워오지도 않고 이게 뭔가. 부인 :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짠 것 같다. 졸아서 그런지 영감 : 자고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그랬네. 둘째 사위 : 허허허, 뭐 저도 그런 거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 저 사람이 어머니를 닮은 모양입니다요. 허허허. 영감 : 사람, 참 닮을 게 없어서 애기 많이 낳는 걸 닮나? 부인 : 아이고 양반, 얘, 민자야! 너희 언니한테 비한다면 아이들이 많아서 좋긴 하다마는 그 애미 애비가 견뎌내겠니? 둘째 딸 : 아이, 저 먹을 것은 지가 타고 난다는데요. 영감 : 얘, 그래도 열이면 한 죽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시대가 달라. 둘째 사위 : 예, 허기야 그렇습니다만 어찌 그 마음대로 안 돼…. 영감 : 마음대로 안 되다니? 오호라! 자네는 바다를 막아서 농토를 만드니까 쌀 걱정이 없다. 그 말인가? 그래서 왕창 낳아버렸나? 허허허 둘째 사위 : 원, 장인어른도. 아, 그래도 장인어른이 딸이 많으니까 나 같은 사위도 안 봅니까? 허허아 참. 이왕 오신 김에 제주도 구경 해보실랍니까? 제주도요? 부인 : 제주도? 영감 : 제주도? 나 한 번도 못 가봤는데 둘째 사위 : 예, 우리도 아직 구경 못 가봤습니다만, 경치가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이왕에 오신 김에 이번에 제주도 구경 한번 하십시오. 영감 : 그래, 그래. 제주도. 허허허. 부인 : 여보게, 애들 덕에 우린 죽기 전에 제주도 구경을 다 하는구나. 둘째 사위 : 아이고, 어머니 또 우시기는. 허허허. 부인 : 그래, 어서 들게. 영감 : 자, 가만가만. 둘째 사위 : 왜요? 영감 : 여기에서 제주도를 가려면 목포항에서 연락선을 타렸다! 응? 둘째 사위 : 아이고, 우리 격식은 차려봅시다. 아이고, 아버지 참 고집 되게 셉니다. 그걸 버리라고 해도 안 버리시고. 영감 : 아, 괜찮네. 둘째 사위 : 자, 이거 쓰십시오. 이게 최신식이라는 것입니다. 워매, 얼마나 잘 어울리는거요. 영감 : 여보 아주 안성맞춤이요. 부인 : 아요, 어쩌면 저렇게 잘 맞을까. 여보게. 자네 돈 썼네. 어서 탑시다. 둘째 사위 : 어서 타시지요. 어서 타시지요. (42:42)(노래)목포의 눈물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 아가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부인 : 영감, 저기가 제주도요? 영감 : 그럼. 저기가 제주도요!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도 하고 그리고 대문이 없고 거지가 없고 도적이 없다고 해서 삼무도라고도 하지. 부인 : 도둑이 없군요. 얼마나 좋을까. 영감 : 여기가 제주항이요. 영감 : 여보. 저기 해녀들이 아니요? 부인 : 영감 저기 좀 가보십시다. 우리. (노래)삼다도 소식 삼다도라 제주에는 아가씨도 많은데 바닷물에 씻은 살결 옥같이 귀엽구나. 미역을 따오리까. 소라를 딸까. 비바리 하소연에 물결 속에 꺼져가네 음 음 물결에 꺼져가네 영감 : 영감 보이소. 저 무슨 굴이지요? 남자 : 삼성혈이라고 해서 지금으로부터 2650년 전에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이 세 분이 저 굴에서 솟아났죠. 영감 : 아, 그러니까 고 씨, 양 씨, 부 씨 세 분이시란 말이죠. 그래서 삼성혈이다. 참 아름다운 전설이다. (47:37) 도어맨 : 어서 오세요. 할아버지 영감 : 어, 잘했어. 정말 좋더라. 부인 : 영감. 거, 집에다 전화 좀 걸어봅시다. 걱정이 돼서 난 당최 죽겠소. 영감 : 아니, 여보 여기가 어디라고 서울에 전화를 하오. 섬 속인데. 부인 : 안되나? 영감 : 아이, 안 돼! 도어맨 : 할아버지, 왜 서울에 전화가 안 걸려요? 곧 나오는데요. 부인 : 그러면 되는구만. 영감 : 허허, 이 사람도 돌았구먼. 도어맨 : 몇 번이신데요? 부인 : 72국에 7379번이요. 도어맨 :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부인 : 빨리 좀 해주오. 영감 : 내 이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전화가 되다니. 내 이거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부인 : 신기하지 않우, 응? 영감 : 여보 저기 신호야. 여직원 : 서울 나왔습니다. 부인 : 어, 서울. 나왔구려. 영감 : 아, 나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가만, 가만, 가만. 어, 누구냐? 막내딸 : 어, 여보세요? 저 문희예요! 영감 : 이거 이웃집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잘 들리는구려. 허허허. 부인 : 어, 그래. 뭐라구요? 영감 : 가만, 가만. 나 말이야 지금 제주도. 여기 무슨 여관이지? 여직원 : 제주도 관광호텔이에요. 영감 : 나 지금 제주도 관광호텔에 있다. 얘, 문희야. 너 요새도 그 건달이 같은 놈 만나냐? 어이? 막내딸 : 네, 그럼요! 안 만나요. 아버지. 영감 : 야 그래야지. 집에 별일 없지? 부인 : 아이, 나 좀 줘. 좀. 문희야! 얘 그 집은 아무 일 없겠지? 그래, 그래. 얘 오늘 너희 아버지하고 부산으로 떠난다. 영감 : 비행기로 간다고 해. 비행기로. 부인 : 오냐, 오냐. 그래 집 잘 봐라. 영감 : 나 좀 나 좀. 부인 : 아이구 참. 끊어졌어요. 아 아까는 안 나온다고 우기고 야단이더만.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서 야단이에요. 영감 : 그 섬 속인데 잘 들리네. 고마워. 부인 : 그럼요. 얼마나 잘 들린다고요. 영감 : 여보, 빨리 갑시다! 비행기 시간 놓치겠소. 빨리 가! 승무원 : 할아버지? 영감 : 어? 승무원 :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이륙할 때는 못 피웁니다. 영감 : 예, 미안스럽습니다. 부인 : 어서 끄쇼. 승무원 : 할아버지 드세요. 영감 : 이거 얼마요? 승무원 : 그냥 드리는 거예요. 영감 : 이게 그냥이라는 거구만. 그러면 손주녀석들 갖다 줘야지. 자! 승무원 : 드세요. 부인 : 여보, 호사하는구려. 영감 : 흐흐흐. 이게 다 남편 잘 만난 덕이 아니요. 부인 : 이구, 내가 아이를 잘 낳아준 덕이에요. 영감 : 원, 사람도. 여보. 잘 봬요? 여보, 나도 좀 바꿔 앉읍시다. 바깥구경 좀 해봅시다. 에이, 여보, 희한하다 희한해. 부인 : 좀 바꿔 앉읍시다 좀. 영감 : 부산에 벌써 다 왔어요. 뭘 바꿔 앉아. (51:35) 영감 : 여보, 저기 넷째 아니요? 어. 넷째네. 넷째 딸 : 어머니! 부인 : 어. 은아야, 은아야! 넷째 딸 : 일찍 나오려는데 차 때문에 늦었어요. 안녕하셨어요 아버지? 영감 : 나 이제야 세상이 넓은 줄 알았다. 넷째 딸 : 아버지 아주 멋쟁이가 되셨네요. 어, 그래. 부인 : 얘, 근데 저 허 서방은? 못 나왔구나? 넷째 딸 : 네, 급한 회사일 때문에. 부인 : 어, 아 그럴 테지. 아 그만한 사업에다 사장 노릇까지 할 테니 오죽이나 바쁘겠니? 영감 : 그건 그래. 넷째 딸 : 자, 어서 가세요! 부인 : 가자, 가자. 허허허. 아니, 얘! 이게 누구 차냐? 넷째 딸 : 네, 근데 좀 구형이에요. 영감 : 얘, 이만하면 탈만 하다. 아이구. 여보, 여보. 부인 : 아, 영감 이거 고장 나요. 영감 : 얘, 너 남편 덕 톡톡히 보는구나. 넷째 딸 : 아이 저 정도야 보통이죠. 뭐. 어서 타세요. 부인 : 오냐, 그래. 영감 : 여보, 이거 아주 푹신푹신하네 그려. 부인 : 얼마나 좋으오? 아이구. 지가 운전을 다 하는구려. 넷째 딸 : 그럼 우선 집으로 모시기 전에 부산 구경부터 시켜 드리겠어요. 부인 : 그래, 그래. 넷째 딸 : 해운대 경치가 어떠세요? 부인 : 아유, 얘 참 좋구나! 넷째 딸 : 다음은 시내로 들어가겠어요.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부인 : 그래, 얘 참 좋다. 아이구! 좋다. 허허. 영감 : 부산이 서울보다 더 좋은 것 같구나. 부인 : 그러게 말이요. 넷째 딸 : 지난 몇 해 동안에 이렇게 달라졌어요. 지금도 도시계획 사업이 한창인걸요. 어머니, 여기가 광복동 거리에요. 여기는 청도구요, 아버지, 저곳이 새로 생긴 부산 감천 화력발전소에요. 영감 : 야, 웅장하다. 넷째 딸 : 그리고 이것은 조선공사예요. 영감 : 조선공사라니? 넷째 딸 : 조선공사는요 배 만드는 곳이에요. 요즘 여기서 만든 우리나라 배가요 원양어업을 위해서 안 나가는 바다가 없데요. 어머니, 여기가 제1부두에요. 영감 : 그 참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남의 나라 물건을 들여만 오던 이 항구가 이렇게 달라졌다. 어! (노래)울며 헤어진 부산항 울며 헤어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니 연락선만 가는 거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은 사람끼리 영감 : 여보, 마누라! 나 좀 살려주쇼! 여보, 마누라! 선장 : 할배요, 곧 내려 드릴게. 참으이소. 마! 영감 : 좀 빨리 내려주시오. 넷째 딸 : 아버지! 부인 : 아이고, 영감. 당신 놀라지 않았소? 영감 : 얘야, 저 물건만 수출하는 줄 알았더니 사람까지 수출하는구나. 넷째 딸 : 어서 집으로 가세요. 부인 : 아이 참. 고맙소! 영감 : 아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부인 : 어찌나 놀랬는지... (56:29) 영감 : 아, 집 좋다. 부인 : 아. 참 좋다. 넷째가 제일 좋은 집에서 사는구나. 넷째 딸 : 아유, 어서 들어가세요. 부인 : 오냐. 영감 : 여보, 참 좋다. 넷째 딸 : 어서 들어오세요. 아버지 여기서 잠깐만 쉬세요. 그이도 곧 오실 거예요. 부인 : 괜찮다. 넷째 딸 : 아버지도. 어머니 차 끓여 올게요. 부인 : 얘는 차는 뭐. 아이고, 편하네. 영감 : 정말 으리으리하게 사는구랴. 부인 : 아이구, 영감. 영감 : 가만있자. 이것 좀 벗고. 부인 : 영감, 에이그 저게 다 뭘까요? 나전칠기라는 게 아니요 저건? 영감 : 글쎄 말이야. 허 서방이 이런 걸 외국에 수출하는 모양이지? 부인 : 어, 수출? 그래서 그렇게 돈을 잘 버는 모양이요. 영감 : 그래, 그래. 그러게. 여보, 헤헤헤. 저거. 저게 인삼주가 아니요? 부인 : 또 술이요? 영감, 사위가 오거든 같이 들어요. 영감 : 여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야 있소? 우선 목마른데 한잔합시다. 부인 : 아, 저 양반. 영감, 아 이따가요 물어나 보시고 들어요. 영감 : 하, 자식 집에 와서 물어보긴 뭘 물어보오? 부인 : 왜 이렇게 고집은 세. 영감 이리 앉으셔. 영감 : 여보, 이거 먹음직스럽군. 손이 안 닿는구나. 여보, 여보. 내 등에 올라가서 저것 좀 내려요. 부인 : 아, 왜 이러슈? 글쎄. 정말 이러시기유? 영감 : 허허, 글쎄 올라가서 저거 내리라고. 부인 : 글쎄 일어나요. 이 양반이 뭐 하는 짓이요? 글쎄 일어나요. 영감 : 허, 글쎄 올라가라니까 그래. 부인 : 아유 참, 고집하고는 영감 : 글쎄 올라가요. 아, 하도 목말라서 한잔하려고 그러는 건 데 뭘. 당신은 술 먹는 사람 기분 몰라요. 부인 : 아이고! 영감 : 여보! 다치지 않았나? 부인 : 저걸 어떻게 하우? 저거 깨졌으니. 넷째 딸 : 어머니, 이리 오셔서 차 드세요. 부인 : 어, 그래. 넷째 딸 : 아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 부인 : 저…. 넷째 딸 : 어서 이리 오세요! 부인 : 얘, 큰일 났다. 저 술병을 내리다 그만. 넷째 딸 : 이를 어째? 그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고려자기인데. 90만 원 주고 산건데. 영감 : 뭐, 90만 원? 넷째 사위 : 여보! 부인 : 뭐, 90만 원? (59:52) 넷째 사위 : 아이고, 장인어른 반갑습니다. 장모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오늘 외국에 수출할 물건이 많아서 이거 좀 늦었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와 거기 서 계시는교? 이리 와서 앉으시소. 영감 : 그래, 앉아요. 넷째 사위 : 오늘 제가 동래 온천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앉으시소. 앉으시소. 영감 : 여보…. 넷째 사위 : 야, 참말로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제가 톡톡히 낼랍니다. 우선 제가 준비해 놓은 인삼주부터 한잔하십시다. 인삼…. 어이? 인삼주 어쨌노? 어이? 넷째 딸 : 제가 실수해서 깨어 버렸어요. 넷째 사위 : 뭐라꼬? 부인 : 여보게, 저 자네 장인이 술을 잡숫고 싶어 해서 병을 내리려다가 내가 그만 실수를 해서 고려자기까지 깨쳐버렸네. 영감 : 그렇게 됐네. 넷째 사위 : 뭐예? 와 장난들 하노. 넷째 딸 : 여보, 여보. 여보! 넷째 사위 : 시끄럽다. 마! 그 고려자기 얼마짜리인지 니 알지 않노? 늙은이들이 노망에도 분수가 있지 뭐꼬? 넷째 딸 : 여보, 기왕 이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가 초대한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참으세요. 넷째 사위 : 뭐라꼬? 내가 그럼 참았지. 안 참았단 말이가?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 같으면 내 말도 안 한다. 어이? 넷째 딸 : 아니, 여보! 어서 들어갑시다. 이러고 있으면 우리 꼴이 뭐가 되겠어요? 넷째 사위 : 듣기 싫다! 누가 고려자기를 깨 달라고 그 늙은이들을 초대한 줄 아노? 부인 : 여보게! 자네 장인이 처음 보는 술이라 맛 좀 보려다가 그렇게 됐는데 너무 화내지 말게. 영감 : 가, 가요! 가. 부인 : 아, 왜 이러슈? 얘, 그만 갈란다. 넷째 사위 : 그 술이야 대접하려고 사 놓은 게 아닙니까? 부인 : 글쎄 그만둬. 영감 : 내 서울 올라가서 내 집을 팔아서라도 내 그 90만 원 갚음세. 염려 마시게. 넷째 사위 : 그 물건이야 구하기 어렵다는 거지, 누가 돈 달라 카는 겁니까? 영감 : 자네가 그, 자네가 말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래. 사람이 그러면 못써! 어! 내 안에서 다 들었어. 여보 가, 가. 가자고! 부인 : 아, 왜 이러우 글쎄. 영감 : 자네, 윗사람 대하는 태도 그러면 못써! 넷째 : 아이 아버지. 아버지가 참으세요! 영감 : 내가 올라가서 90만 원 보내줌세! 넷째 딸 : 아버지 참으세요. 영감 : 놔, 놔! 부인 : 글쎄, 그만 둬요! 얘, 은아야. 울지 마라. 그 양반 고집이 꺾일 고집이냐? 어서 들어가라. 어서. 넷째 딸 : 아이, 그렇지만 이대로 가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 부인 : 괜찮다. 우리 걱정은 말고 그저 허 서방 잘 섬겨라. 그게 제일이다. 알았지? 아이고, 얘 나, 갔다 오마! 넷째 딸 : 아이 어머니. 부인 : 갔다 올 텐데 울긴 왜 울어. 자 어서 들어가 보게. 영감 : 여보, 빨리 나와! 부인 : 아, 나가요. 넷째 사위 : 여보. 넷째 딸 : 당신이 잘못했어요. 어서 가서 사과하고 모시고 오세요! (01:04:54) 영감 : 여보, 너무 상심할 것 없소. 자식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 부인 : 자식 낳아서 기를 때는 이런 꼴 보려고 기른 건 아니었는데. 영감 : 허, 그래서 자식이란 키우는 재미밖에 없다지 않소? 부인 : 세상 고르지도 못하지, 그 중 제일 착한 사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영감 : 흠, 사람이 되먹어야 좋은 사위지. 그까짓 돈 좀 있으면 뭐 하오? 부인 : 여보 영감 : 응? 부인 : 시장하시지 않우? 영감 : 음, 난 괜찮은데. 참 당신이 시장하겠구려. 부인 : 나보다도 당신이 어디 가서 국물이라도 좀 사 잡숩시다. 영감 : 그래. 부인 : 은아냐? 얘야, 너희 아버지 고집통에 지금 떠나려던 참이다. 어, 여관에서 잤다. 오냐. 넷째 딸 : 그이가 찾아 나섰다 그냥 왔지 뭐예요. 어머니, 그렇게 가시면 어떻게 해요? 그이하고 같이 갈 테니 기다리세요. 부인 : 글쎄, 나올 것 없다. 나오지 마라. 영감 : 여보, 빨리 와! 부인 : 아, 나가요! 영감 : 하, 이 차 시간 늦겠다. 넷째 딸 : 어머니! 부인 : 영감, 지금 셋째 있는 곳이 여기서 멀우? 영감 : 가까우면 뭘 하오? 자식들이야 다 그런 거지 뭐. (01:07:15) 셋째 딸 : 번번이 이 꼴이야. 사람이 가만히 있다가 그렇게 하면. 셋째 사위 : 어허, 또 시작일세. 아이 그 사람 원. 에이그. 셋째 딸 : 무슨 놈의 야근이 그리 잦아요? 셋째 사위 :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니 그럼 내가 이거라도 생겼다는 말이야? 셋째 딸 : 아, 누가 알아요? 야근을 밥 먹듯 하니. 아니 여기가 무슨 부잣집 하숙집인 줄 아세요? 셋째 사위 : 아, 당신 어쩌려고 이렇게 짜증만 내는 거요? 아니 내가 야근 아니면 미쳤다고 당신을 놔두고 이 밤중에 나가겠어? 셋째 딸 : 듣기 싫어요! 혼자서 살아야만 과부인가. 뭐? 독수공방하는 게 과부지! 어서 그년한테 찾아가 봐요! 난 잠이나 자야겠어요. 셋째 사위 : 아, 정말 이렇게 할래? 참내…. 자, 부인. 진정해요. 내 일 끝나는 대로 내일 아침 일찍 올게! 셋째 딸 : 보기 싫어요! 어서 나가요. 셋째 사위 : 아이 참. 내 원. 사람 환장하겠네. 내 말이 거짓말이거든 내일 회사에 나와 보면 알게 아닌가? 셋째 딸 : 흥! 누가 속아 넘어갈 줄 아나? 영감 : 넌 그 입 때문에 사고란 말이다. 그 입! 셋째 딸 : 뭐가 사고예요? 툭 하면 야근, 툭 하면 야근하고 나가버리잖아요. 영감 : 쓸데없는 소리. 확실한 것도 모르면서 남편 모함하는 거 아니야. 셋째 딸 : 다 아버지 고집 때문이에요. 싫다는 걸 억지로 보내 놓으니 이 꼴이지 뭐예요. 부인 : 에휴, 참. 여기까지 와서 이런 꼴을 보다니. 얘야, 어디냐. 그 사람 간 집이? 얘, 가보자. 어서 일어나! 영감 : 어허. 부인 : 빨리 일어나! 당장 찾아가 가지고 요절을 내버리자. 영감 : 아니, 여보. 이 밤에 가긴 어딜 간다는 거요. 어딜? 부인 : 이 양반이 부산 사위집에서는 먼저 날 끌고 나오시더니. 일어나요. 어서! 영감 : 아, 그야 그때는 기분이 나빴으니까 그랬지. 여보, 당신 고정해요. 부인 : 뭐요? 이 양반이. 난 뭐 지금 기분이 좋아서 이러는 줄 아슈? 영감 : 에이, 나 시끄러워서 자야겠다. 부인 : 원. 영감 : 에이, 가려면 내일 아침에나 갑시다! 내일 아침. 부인 : 아니, 이 양반이 이런 억지를 부리시니. 참. 영감, 좀 일어나요. 영감 : 글쎄, 이거 왜 이래. 글쎄 부인 : 궁상떨지 말고. 영감 : 글쎄. 여보 가려면 내일 아침에나 갑시다. 부인 : 원, 이런 능청이 있나. 이런. (01:10:01) 경비 :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영감님? 영감 : 나 말이오? 경비 : 어디 가십니까? 영감 : 어, 나 저 안에 저 이 과장 만나러 들어가는 길이요. 경비 : 이 과장요? 영감 : 응. 왜, 있소? 없소? 어? 경비 : 뉘신지? 영감 : 저…. 나는 이 과장의 장인어른 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내 마누라요. 저기 쟤는 이 과장의 사모님이 되는 사람이요. 경비 : 아이고, 이거 몰라 봬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럼. 부인 : 네! 영감 : 여보, 있다지 않소? 부인 : 아, 누가 아니래요? 영감 : 이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란 말이오! 부인 : 에이그, 이 철때기 없는 자식아! 공연한 오해를 해가지고. 영감 : 이건 또 뭐요? 경비 : 이걸 달고 들어가십시오. 영감 : 여기에다가? 경비 : 네, 네. 부인 : 네, 네. 영감 : 당신도 달아요. 그리고 너도 달아라. 그래, 내 안에 들어갔다 나오리다. 경비 : 네, 안녕히 가십시오. 부인 : 아이고, 고맙소. 셋째 딸 : 수고하세요. 셋째 사위 : 아버님! 아이고 아버님. 영감 : 여보게, 여보게! 허허. 부인 : 이 사람아! 셋째 사위 :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고, 어머님. 부인 : 이 사람아! 잘 있었나? 셋째 사위 : 아 오시자마자 연락을 하시지 않고. 왜? 영감 : 여보, 여보. 당신 그게. 하하하. 부인 : 아, 왜 그래요? 영감 : 아, 지가 무슨 기술자라고. 허허. 부인 : 아, 왜 그래요? 이리 오너라. 셋째 딸 : 엄마, 뭐가 묻었어요. 부인 : 뭐? 셋째 사위 : 허허. 저 공장에 오시면 다 그런겁니다. 영감 : 야, 야. 그냥 더 둬라. 공장 왔던 기념으로 더 둬. 부인 : 아니, 이 양반이 왜 이래요, 참. 셋째 사위 : 저, 우리 공장이 어떻습니까? 부인 : 참 좋아! 영감 : 여보게, 들어가세. 들어가. 셋째 사위 : 구경하시죠. 영감 : 여보게, 여보게! 자네 처, 처. 부인 : 같이 가봐. 어서! 영감 : 옳지! (01:12:03) 셋째 사위 : 우리 공장에서는 휘발유 외에도 여러 가지 기름을 하루에 2,900드럼씩이나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프로판가스, 아스팔트, 정유, 중유, 항공유, 윤활유 등 부산물이 스무 가지는 더 됩니다. 셋째 딸 : 참, 여보.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비료공장 구경시켜 드리고 올 테니 당신 옷 갈아입고 오세요. 셋째 사위 : 저기, 그래, 그래. 아버님, 어머님. 저 먼저 들어가서 구경들 하시지요. 옷 갈아입고 곧 오겠습니다. 영감 : 그래. 부인 : 그래, 속히 오게. 영감 : 씩씩하다. 씩씩해. 셋째 딸 : 저, 여기 이 공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제5비료공장이고요, 그리고 또 저기 저 뒤에 보이는 것이 제3비료공장이에요. 영감 : 야, 저 울산공업센터, 센터 하더니만 야 거 참 굉장하구나. 부인 : 에유, 영감. 울산 뭐라구요? 영감 : 어허, 울산공업센터. 부인 : 아, 공업센터…. 영감 : 이 고장에게다가 이렇게 공장을 세운다 그 말이야. 영감 : 저 해님을 좀 보오. 부인 : 아이고, 어쩜 저렇게 좋은가! 영감 : 마치 꿈 많은 우리 자식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것 같구려. 부인 : 우리 부처님께 빌고 갑시다. (노래)신라의 달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여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오산 기슭 위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01:16:03) 영감 : 여보, 이 강원도는 산밖에 볼게 없군 그래. 승객 : 아니, 뭐요! 여보쇼. 그 산이 보통 산인 줄 아쇼? 아, 밖을 좀 내다보시오. 아 그 석탄이라는 광물이 다 어디서 나오나? 거, 잘 보시오! 부인 : 네. 영감 : 아니, 여기가 석탄산이 아니요? 부인 : 그러게 말이요. 영감 : 참 무진장이구려. 무진장이야. 참, 석탄이 기계로 묻어나오는군. 참 강원도 산이야말로 노다지로군 그래. 승객 : 아, 그뿐이겠소? 우리 강원도의 경치야 아, 그 천하가 다 아는 경치이지요. 허허허. 영감 : 하하. 참. 선경이다 선경이야. 부인 : 좋기도 하지 뭐유? (노래)정선아리랑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도두 뫃고 팔자에 없는 아들딸 낳아달라고 백일 정성을 말고 얼씨구 타관객리 외로이 난 사람 괄시를 마라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씨구 넘어간다 영감 : 여보, 여기가 설악산이요. 부인 : 예.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마라 산골에 큰 아기 난봉난다 부인 : 거참 시원하다. 영감 : 어. 부인 : 여보, 정말 선경이로구려. 영감 : 어, 참 옥류암이요. 오죽하면 비선대라고 그랬겠소? 허허허. 부인 : 정말. 영감! 영감 : 응? 부인 : 옛날 생각 안 나우? (노래)즐거운 잔칫날 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 복순이가 시집가고 삼돌이가 장가가요 어서 한잔 드시오. 나도 한잔 주시오 오늘 같은 좋은 날 아니 먹고 어쩌리오 들엔 동백꽃 향기 넘쳐흐르고 신방에는… 영감 : 그러고 보니까, 우리 젊었을 때 보다 세월이 많이 변천했소. 여보, 내가 소리 하나 할게. 소리. 만고강산 유람할 때. 아이, 아이, 아이야야야야! 부인 : 글쎄요 어서. 영감! 내 손잡으쇼. 이리 와요. 영감 : 아이고, 여보. 왜 뭣하러 내려 왔소? 부인 : 그러니까 부군일칙이라는게 아니오. 저기 나가서 옷 갈아입읍시다. 영감 : 여보, 옷이야 금방 마를 옷인데 뭘. 부인 : 말 좀 듣자고요. 영감 : 시원해서 좋다. (01:19:50) 영감 : 에이 이 파도. 부인 : 영감 영감 : 어? 부인 : 여기가 속초요? 영감 : 어 여기가 속초야. 아줌마 : 돌이엄마. 우린 언제나 배 한척을 가져보겠수. 다섯째 딸 :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어업자금이 나온다니까 그때는 형편이 풀릴게 아니우? 아니, 어머니! 부인 : 미애야.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얘야. 다섯째 딸 : 아버지. 어머니. 부인 : 왜. 다섯째 딸 : 소식도 없이 웬일이세요. 부인 : 자식두, 기왕 내킨 김에 너 보러 왔다. 영감 : 그래, 신 서방은 여전히 바다에 잘 나가느냐. 다섯째 딸 : 네 마냥 그렇죠 뭐. 아버지, 집으로 가세요. 어부 : 자 빨리 내리게. 어부 : 어이 영빈이. 술 한 잔하고 가세. 다섯째 사위 : 이 사람아 밤낮 술만 마시면 어떡하겠나, 나 먼저 가겠네. 다섯째 사위 : 여보, 여보. 다섯째 딸 : 인제 돌아오세요? 다섯째 사위 : 어. 다섯째 딸 : 아 근데 여보. 다섯째 사위 : 응? 다섯째 딸 :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오셨어요. 다섯째 사위 : 뭐! 장인장모께서?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호오. 저, 장모님 오셨어요? 부인 : 아이고 신 서방 왔나보오. 다섯째 사위 : 아이고, 이거 장모님 안녕하셨습니까. 부인 : 그래. 다섯째 사위 : 안녕하셨어요. 안녕하셨어요. 영감 : 그래. 얼마나 고생했는가. 부인 :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다섯째 사위 : 아 뭘요. 이렇게 건강하지 않습니까. 영감 : 그게 제일이야. 어서 들어와. 부인 : 그래, 어서 들어와. 다섯째 사위 : 아이고, 먼저 들어가세요. 장모님. 네 어서 들어가세요. 저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부인 : 응? 왔다 가지 않고…. 들어오게. 영감 : 얼른 들어오게. 다섯째 사위 : 네. 여보. 다섯째 딸 : 응. 다섯째 사위 : 내 가서 맛있는 막걸리 좀 받아올게.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여보.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고기 좀 사오게 돈 좀 있으면 더 줘. 다섯째 딸 : 내게 무슨 돈이 있어요. 품삯도 벌써 저금해버렸는데. 다섯째 사위 : 그렇지만 이 먼 강원도 속초까지 오셨는데 사위체면도 세워야지. 다섯째 딸 : 우선 외상으로 어떻게 해보세요. 우리의 정성이 문제지, 진수성찬이 문제겠어요? 다섯째 사위 : 우리 저금해놓은 돈 찾아 쓰면 어때. 다섯째 딸 : 아이고, 그 돈은 당신 배 사려고 저금한 게 아니에요. 다섯째 사위 : 그렇지만 말이야. 배는 당장 살 형편이 못되니까. 우선 좀 찾아 쓰자고. 다섯째 딸 : 그건 안돼요. 다섯째 사위 : 허허 이거. 당장 돈이 없는데 야단났는데 이거. (01:23:03) 부인 : 여보. 영감 : 음? 부인 : 살기가 어려운 모양이로구려. 영감 : 잘사는 애들도 있으면 못사는 애들도 있는 법이라오. 다섯째 사위 : 여보, 장인어른 주량이 보통이 아닌데 이거 가지고 되겠어? 다섯째 딸 : 그렇지만 당장 어떻게 하겠어요. 다섯째 사위 : 약주 한 되로야 사위체면이 서나 이거. 여보, 아 어떻게 하자고 이걸 넣는거야? 다섯째 딸 : 자 어서 들어갑시다. 영감 : 여보. 다섯째 사위 : 여보. 아니 저 여보. 여보.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거 물을 타지 말래두 자꾸 타고 그래. 다섯째 딸 : 그건 물을 탄 게 아니라 우리의 정성을 탄 거예요. 다섯째 사위 : 에이. 그래도 이거….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오냐. 영감 : 어어어 들어오너라. 부인 : 아이 뭘 이렇게 챙기느라고. 영감 : 저런. 다섯째 사위 : 오래 기다리셨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영감 : 아이 이 사람아 괜찮아. 부인 : 그리 앉게. 영감 : 무슨 술을 이렇게 또 많이 받아왔나. 부인 : 자네가 따라주게. 다섯째 사위 : 장인어른의 주량이야 세상이 다 아는 거 아닙니까. 자 드세요. 제가 바닷놈 솜씨를 한번 내봤습니다. 모양은 없어도 맛은 참 좋을 겁니다. 영감 : 모양은 봐서 뭘 하노. 그저 생선이란 것은 싱싱한 맛에 먹는 거야. 부인 : 이 사람아. 넉넉지 않은 살림에 우리가 와서 정말이지 폐가 많네. 다섯째 사위 : 아이 장모님도. 제가 아무리 못 살아두요. 영감 : 야. 아주 술맛 참 좋다. 여보, 이 강원도는 물맛이 좋아서 그런지 술맛이 꿀맛이구려. 부인 : 그러게요. 영감 : 거, 참 좋다. 여보게 자네도 한잔 하게나. 응? 다섯째 사위 : 아니 장모님부터 하시죠. 부인 : 아닐세, 자네나 먼저 하게. 영감 : 이 사람아, 내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지마는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보겠다고 온갖 힘을 다 기울이구 있고 또 나라에서도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는 모양인데 자네는 아직 살림살이가 어려운 모양일세. 다섯째 사위 : 뭐, 저라고 평생을 못살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부인 : 그럼. 다섯째 사위 : 저도 잘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이 사람과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3년을 두고 저금해왔습니다. 이제 배 한척만 사면 그땐 저도 아마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부인 : 그래야지. 다섯째 사위 : 장모님. 저도 꿈을 가지고 있는 놈입니다. 부인 : 암. 다섯째 사위 : 장인어른. 저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영감 : 암, 희망을 가져야지. 음! 그저 사람이라는 것은 만사에 자기 마음 가질 탓이야. 다섯째 사위 : 장모님도 한잔 드십시오. 부인 : 음? 괜찮네. 내가 뭘…. 다섯째 사위 : 아이, 드세요. 영감 : 들게 들어. 자네도. 다섯째 딸 : 어머니 조금만이라도 좀 드세요. 부인 : 오냐. 그래. 영감 : 어쨌든 자네 부부가 금실 좋게 몸 편히 사는걸 보니깐 응? 우리가 기쁘네. 여보, 술맛 어떻소. 응? 부인 : 정말 좋구나. 어떻게 담갔으면 이렇게 맛이 좋겄어. 영감 : 꿀맛이라니까 그래. 부인 : 여보, 당신도 한잔 더 하세요.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영감 : 또? 음. 들고말고. 이 술잔에 담긴 정성이야 어느 딸, 어느 사위의 정성에 비하겠나. 다섯째 딸 : 흐흑. 부인 : 얘야. 미애야. 미애야.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다 들었다. 물을 타면 어떠냐. 우린 그저 좋기만 하다. 다섯째 딸 : 어머니. 물을 탄 술을 아시면서 마시는 것을 보니까 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부인 : 아니다. 아버지와 이 엄마는 너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저 소망이었었다. 이젠 너희 부부가 그저 살려고 애쓰는 것을 보니까 우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구나. 철없이 자란 네가 이젠 어른이 된 걸 보니까 그저 기쁘기 한이 없다. 미애야. 어디 날 보고 한번 웃어봐라. 다섯째 딸 : 어머니. 다섯째 딸 : 저 어머니 세수하세요. 아직 안 일어나셨나. 아니. 다섯째 사위 : 여보. 여보. 마침 싱싱한 가오리가 있더군. 이거 회 만들어드리자. 다섯째 딸 : 벌써 떠나셨어요. 다섯째 사위 : 뭣이? 떠나시다니. 부인 편지 : 미애야. 이렇게 떠나는 애미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너희들이 넉넉지도 않은 살림에 저축까지 해가면서 자립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너희 아버지도 얼마나 흔쾌하셨는지 모른다. 미애야, 신 서방을 잘 섬겨야한다. 우린 윗선에 있는 너희 오빠를 만나보고 곧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01:29:03) 차장 : 할아버지 차표 끊으세요. 영감 : 어? 그 대진까지 얼마냐. 차장 : 두 분 이서 320원이에요. 영감 : 어. 320원. 여보, 당신 돈 가진 것들 좀 내놓게. 부인 : 아이, 애들한테 다 줬는데 무슨 돈이 있소. 영감 : 저, 차장. 다 가서 내면 안 될까? 차장 : 안 돼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세요. 영감 : 허허. 부인 : 어떡하나. 영감 : 참 이런 놈의 인심을 봤나. 부인 : 큰일났군. 영감 : 그…. 가, 가만있자. 저 소위. 소위. 날 좀 보자고. 저, 자네 혹시 그 김석구 대위라고 모르겠나. 최 소위 : 김석구 대위라뇨? 영감 : 그 여러 말 할 것도 없이 거 간첩 세 놈을 한꺼번에 잡아가지고 표창장을 받은 김 대위 말이야. 어? 최 소위 : 아 네. 정보참모실에 계시는 김 대위님 말씀이군요. 영감 : 어어, 맞았어. 맞았어. 그러니 급폐일언하고 자네. 돈 그 320원 날 돌려주게. 걔 내 아들이야. 최 소위 : 네. 알겠습니다. 영감 : 여봐, 차장. 저 삼백, 320원 이 최, 최 소위한테 받어. 응? 저 내 아들 내 김 대위한테 갚아주라고 그럴게. 최 소위 : 아이, 괜찮습니다. 영감 : 뭘 괜찮기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가봐, 가봐, 가봐. 최 소위 : 네. 부인 : 고맙소. 영감 : 여보, 남편 하나는 잘 뒀지. 부인 : 으이구, 이 양반도 참. 영감 : 나 아직 끄떡없어. 부인 : 어이구, 참. (01:30:40) 아들 : 아버님, 걱정 마세요! 영감 : 어. 아들 : 그 차비는 제가 꼭 갚겠습니다. 영감 : 어, 그래야지. 할멈 : 얘야, 꼭 그렇게 해라. 참 친절하고 씩씩한 장교더라. 아들 : 예, 염려 마십시오. 아, 다 왔군요. 아버님. 저기가 휴전선입니다. 아무도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이 휴전선은 멀리 서해에서 이곳 동해까지 600리를 가로질러 있습니다. 지금도 저 북녘 하늘 밑에서는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자유가 그리워서 한숨짓고 있습니다. 영감 : 내 살아생전에 통일이 되는 걸 보고 죽었으면 한이 없겠구만. 할멈 : 석구야, 여길 오니 6.25때 전사한, 6.25때 전사한 네 형이 생각이 나서 피눈물이 나오는구나! 아들 :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너무 슬퍼 마십시오. 우리의 자유와 경제력이 북한으로 넘쳐흐를 때 우리의 숙원인 통일도 이루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70년대가 되면 이것도 아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영감 : 그래야지! 아들 : 그럼, 아버님. 돌아가시죠. 어머니도요. 영감 : 여보, 갑시다. 아들 : 아버지! 영감 : 응. 아들 : 여기가 춘천발전소인데요, 이 발전소는 순전히 우리나라의 기술만으로 완성됐습니다. 영감 : 아주 훌륭하고도 박력 있는 일이다! 여보, 당신도 때를 잘못 타고 났구려! 부인 : 네, 왜요? 영감 : 어, 지금쯤 나한테 시집을 왔더라면 그 호롱불 신세는 면했을 게 아닌가? 부인 : 참, 영감도. 그 팔도강산을 한 바퀴 돌더니 아들보다도 더 젊어가는 소리를 하고 계시오. 영감 : 왜, 내가 젊어져서 당신이 나쁜 거라도 있소? 어? 부인 : 얘, 네 아버지 말씀 좀 들어봐라. 영감 : 뭘 듣냐. 어서 가자! 허허. (01:33:53) 영감 : 이런 미친놈을 봤나? 여기도 저 똑같은 놈이 하나 있네. 그래. 아들 : 아니, 똑같은 놈이라뇨? 영감 : 어, 넌 모른다. 막내딸 : 어머니! 부인 : 아휴, 자식도. 난 또 누구라고? 막내딸 : 어머니! 부인 : 오냐, 그동안에 그래 집안에는 별일 없었니? 막내딸 : 응, 아무 일 없었어요. 부인 : 그래, 그래. 막내딸 : 아버지!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구경 많이 하셨습니까? 영감 : 그놈 비웃살 한 번 좋다! 미스터 리 : 먼저는 거절당했습니다만, 이번만은 자신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영감 : 아니, 뭐? 허, 그놈 사람 죽여준다! 음, 자네 그 박력만은 좋아. 내 결정은 서울 가서 짓겠네! 응? 아들 : 아버지 내 매부 감으로는 아주 됐는데요? 어머니, 그렇죠? 부인 : 그래, 씩씩해서 참 좋다! 영감 : 이봐, 당신. 당신 다수가결로 나한테 대드는 거요? 어? 막내딸 : 어머, 원래 민주주의란 그런 거 아니에요? 아들 : 수고해. 미스터 리 : 네! 막내딸 : 오빠! 연락해줘서 고마워요. 아들 : 자, 어서 들어가거라! 아버지, 어머니는 기차 타러 가신다. 막내딸 : 응. 부인 : 석구야! 몸조심해라. 영감 : 석구야. 부인 : 내비둬요. 영감 : 야, 내리막이겄다. 막내딸 : 우리도 빨리 가요! 체육대회 골인하는 기분으로. 미스터 리 : 오케이. 떨어지지 않게 꼭 잡아! 달리는 거야! 막내딸 : 야! (01:36:01) 막내딸 : 어머니,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저기 미스터 리! 부인 : 얘, 너희 아버지도 저런 구경을 좀 하시지 않고. 막내딸 : 아, 누가 아니래요. 영감 : 어허, 이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구먼.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면 세상에 안 될 게 없겠다! 막내딸 : 야! 미스터 리! 영감 : 허, 그놈 참 박력 있게 달린다. 부인 : 여깄네! 막내딸 : 빨리! 빨리요! 영감 : 허허, 저놈은 내 인삼차 한 재만 더 먹었으면 힘이 더 날건데. 아이 참. 참. 이 사람아! 이 사람아! 뒤따라가, 뒤따라가! 얼른 달려라, 달려! 아, 뒤따라 가라고! 나. 저, 나. 이런. 막내딸 : 아버지! 영감 : 으흠. 부인 : 아니 저, 영감이 저, 안 오시겠다더니. 막내딸 : 아버지, 와 주셔서 고마워요. 영감 : 여보, 앉아, 앉아. (01:38:47) 부인 : 그래, 애 많이 썼네! 넷째 사위 : 만수무강 하시이소. 부인 : 그래, 고맙네. 아들 :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만수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부인 : 오냐. 첫째 사위 : 거, 절들 하지 그려. 영감 : 얘들아! 내 육십 평생에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다. 고맙다. 고마워. 너희들이 이렇게 잊지 않고 내 회갑 날을 이렇게 차려주고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저 너희 어머니와 나는 기쁘기 한이 없다. 첫째 사위 : 아버님, 어머님. 다음은 저희들 선물 받으세요! 자, 선물들 준비혀! 부인 : 아이고, 영감. 속초 애들이 못 오는가 보우. 영감 : 그러게. 첫째 사위 : 아버님! 이 인삼 달여 잡숫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유. 영감 : 그래. 그래, 그래. 오래오래 살아야지. 부인 : 근데 자네 애미는 어떻게 돼서 안 왔는가? 첫째 사위: 네, 산후조리가 나빠서요. 부인 : 어, 그래서 아범 혼자 왔네! 그려. 영감 : 그래, 아기는 잘 자라냐? 첫째 사위 : 아, 네. 저 그놈이 제 옷에 붙은 시멘트가루를 핥아 먹었는지 아, 여간 단단하지 않아유. 허허. 어서 드세유. 아, 다음 오시구려. (01:41:17)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 이 선물 드리기 전에 절 한 번 더 할랍니다잉. 부인 : 아휴, 고만둬. 몸도 무거운데. 영감 : 그래, 그래. 그만둬. 배가 불러서. 허허. 둘째 사위 : 우리 이번에 열둘째입니다. 징하게 낳아버렸습니다. 하하하. 다시는 안 낳을랍니다. 참, 나는 괜찮은디 이 사람이 자꾸. 허허. 둘째 딸 : 아이. 몰라요! 둘째 사위 : 이거 받으십쇼. 요것이 양단인디 최고급입니다. 허허. 다음 오쇼잉. 셋째 사위 : 아버지, 앞으론 이 라이터 쓰십시오. 영감 : 어, 어. 허! 이 사람아 이건 마치 자네 공장 굴뚝에 불꽃같네. 그려. 어? 허허허. 셋째 사위 : 아버지, 저 이번에 부장으로 진급됐습니다. 셋째 딸 : 그게 다 내가 독수공방을 지켜온 덕택이죠. 부인 : 암, 그럼. 그렇고말고. 넷째 사위 : 참말로…. 부인 : 여보게, 허 서방! 넷째 사위 : 예!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겠습니다. 용서하시이소. 정말 잘못했습니다. 영감 : 이 사람아! 아, 부모자식 간에 그만한 일 가지고 뭘. 이제 잊어버리세. 허허허. 그럼. 넷째 사위 : 아버님이요, 내 평생 인삼주를 대 드리겠습니다. 영감 : 어, 내가 좋아하는 인삼주. 허허허. 둘째 사위 : 저. 아버지, 어머니! 거, 부산 동서 오늘 정말 과용했습니다. 넷째 사위 : 뭐예~ 둘째 사위 : 아, 경비 몽땅 안 내버렸습니까. 허허허. 하여간 최곱니다. 최고! 넷째 사위 : 돈 나고 사람 났습니까? 괘안습니다. 괘안습니다. 둘째 사위 : 내가 부산 한 번 내려갈라네. 넷째 사위 : 오시이소. 부인 : 얘들아, 오늘같이 기쁜 날에 속초 애들이 안 보이는구나. 걔들만 참석했으면 내가…. 영감 : 어린 것이 무슨 고생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허, 그게 너무도 못산다고 부끄러워서 그런지도 몰라. (01:43:32) 다섯째 딸 : 아버지! 부인 : 얘, 미애야! 미애야! 아이고, 이 자식아. 왔구나! 다섯째 딸 : 어머니, 어머니. 흑흑. 부인 : 아이고, 그래. 울기는. 신 서방 어떻게 됐누? 다섯째 딸 : 네, 이제 곧 올 거예요. 부인 : 그래, 그래. 자 앉아라. 앉아라. 다섯째 딸 : 아버님, 어머님. 절 받으세요. 부인 : 그래, 그래. 다섯째 딸 : 아버님, 이 못난 소녀도 밖에서나마 아버님과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빌고 있었어요. 전에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왜 그렇게 떠나셨어요? 얼마나 섭섭했는지 몰라요 어머니! 아버지, 제 잔을 받으세요. 이 술은 물 탄 술이 아니에요.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사셔서 저도 잘사는 걸 꼭 봐주세요! 영감 : 미애야! 이 술맛도 참 좋다마는 난 너희 집에서 먹은 그 막걸리가 더 좋드라. 다섯째 딸 : 아버님, 이거 선물이에요. 부인 : 오냐. 그래, 그래. 영감 : 내 평생에 이런 귀한 선물을 처음 받아본다. 부인 : 그럼. 영감 : 얘야! 울지 마라. 부인 : 아이고, 신 서방! 영감 : 신 서방 이리 오게. 이 사람아, 정말 고맙네! 다섯째 사위 : 저, 아버님 늦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만수무강 하십시오. 부인 : 그래, 신 서방. 와 줘서 정말 반갑네! 다섯째 사위 : 아, 저 아버님. 이거 보십시오. 제가 배를 한 척 샀습니다. 지금 계약하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영감 : 어디 보세! 훌륭한 배다. 여보, 참 고마운 일이다. 부인 : 그럼. 영감 : 이게 자네 배군, 그래? 고맙네. 허허허. 다섯째 사위 : 저도 이제 남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영감 : 그래야지. 다섯째 사위 : 여보, 고생했지! 영감 : 신 서방! 내가 이제 가도 물 탄 술은 안 내어놓을 테지? 허허허. 자, 일어나. 일어나게. 둘째 사위 : 아따, 배를 한 척 샀다니 참말로 기쁘고마. 하여간 축하하네. 영감 :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 때가 올 걸세. (01:46:49) 아들 : 아버님! 여기 이 분이 왔군요. 영감 : 어, 자네 이리 오게. 아니 오늘 문희가 없어서 그런지 박력이 적군 그래. 어? 자네 오늘부터 날 빙장어른이라고 불러도 좋아. 그리고 문희가 월남서 돌아오는 데로 결혼식을 올리도록 해. 어?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만수무강 하십시오. 둘째 사위 : 아따, 그 사람 배짱 한 번 좋네! 허허허허. 영감 : 가만. 내 이렇게 기쁜 날 내 한마디 해야겠어. 내 전번 날 너희 어머니와 같이 팔도강산을 돌고 와서 내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그랬지마는 이제 내 좀 더 살아야겠어. 너희들이 이렇게 희망에 부풀어서 앞을 나가는 걸 보니까 내가 더 더 살아서 자네들이 더 잘 사는 걸 좀 봐야 하겠어. 둘째 사위 : 싹 달라진 팔도강산을 다시 한 번 봐야죠잉. 영감 : 가만, 가만, 가만있어. 그리고 내 자네들한테 신세도 많이 지고했으니까 내가 오늘 한턱내겠네! 저 밖에 나가서 자동차를 타. 내가 오늘 진짜 서울구경 시켜줄게.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이거 받으십시오. 영감 : 이게 뭔가? 미스터 리 : 최신식 라디오입니다. 영감 : 이게 도란지스타구나 하하. (노래)팔도강산 팔도강산 좋을시고 살판이 났네 팔도강산 얼싸안고 웃음꽃을 피우네 에헤야 데헤야 너도 나도 얼씨구 에헤야 데헤야 우리 모두 절씨구 잘 살고 못 사는 게 팔자만은 아니더라 잘 살고 못 사는 게 마음먹기 달렸더라 줄줄이 팔도강산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