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987
이광수
국립영화제작소
CEN0005462
6분 44초
(00:10)40년 결코 짧지 않은 헌정사를 통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숱한 시련을 겪어왔습니다. (00:26)광복 직후의 좌익과 우익의 극한 대립. 사소한 문제 하나를 놓고서도 서로가 반목하는 분열상을 보였으며 이런 혼란은 오래도록 계속됐습니다. (00:39)6.25의 부산 피난 시절. 그런 와중에서도 1인 장기집권으로 말미암아 정치 파동이 거듭됐습니다. 마침내 1960년의 4.19. 부정과 독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겨레의 함성이었습니다. 물론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01:07)그렇게 해서 얻어낸 자유가 방종으로 치닫는 가운데, 4.19 부상자들이 국회 단상을 점거하면서까지 소급입법을 요구했는가 하면, 일부 과격 학생들은 환상적인 통일론을 펴면서 분별없는 남북교류를 외치고 나왔습니다. 데모가 그칠 새 없었습니다. (01:35)5.16을 거쳐 직선제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세 차례나 실시됐으나 지역감정이라는 후유증을 낳았고 정치 혼란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01:54)유신체제로 이어진 18년간의 장기 집권은 10.26으로 끝났으나, 1980년 서울의 봄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는 욕구가 극도의 혼란을 유발했고 또 한 차례의 좌절을 맛보게 했습니다. (02:14)제5공화국은 처음으로 단임제에 의해 장기 집권을 막고, 평화적 정부이양을 추진했으나 국민이 직선제와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02:26)집권당이 이를 수용해 6.29 노태우 선언이 나왔습니다. (02:32)6.29선언은 직선제 개헌과 사면복권, 구속자 석방 등 정치적 민주화의 길을 터놓았습니다. (02:49)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가 합의해서 새 헌법안을 만들고 발의했습니다. 발췌 개헌과 사사오입 개헌, 3선 개헌 등 오역으로 점철된 헌정사에서 거의 완전무결한 여야 합의 개헌안을 처음으로 마련하고 국민 투표로써 이를 확정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이 이 땅에 트였습니다. (03:19)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는 분명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민족의식 여하에 따라서 내일의 우리 정치 모습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03:45)그러나 곳곳에서 지역감정이 겹친 정치폭력이 횡행해서,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리와 송정에서, 부산, 광주와 대구에서 일어난 일련의 선거폭력은 민주화의 공적일 뿐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집단행위입니까. 국민적 염원인 민주화를 그르치는 반민주적, 반국민적 탈선입니다. 우리 여망은 폭력으로 인한 혼란이나 혁명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선거로 수렴돼야 합니다. 선거폭력과 지역감정을 떨쳐버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 수준 높은 국민의 민주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04:37)헌정을 시작한 지 40년. 그동안 우리 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크나큰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04:49)한 마디로 세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치만이 퇴행의 길을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모처럼 마련한 기회입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05:09)우리는 지금 폭력적 방법에 의한 혁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선거에 의한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05:22)생활 수준이 높아진 것과 비례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도도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05:31)우리 국민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민주화에 대한 의식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05:43)이런 바탕이 안정 속의 번영으로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망일 것입니다. 모처럼 맞는 민주화의 기회입니다.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의 번영의 기회를 약속받는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현명한 판단을 투표로써 나타내야 합니다. 국가의 장래를 내다본 슬기로운 선택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는 선택입니다. 또다시 혼란이란 퇴행의 길을 걸을 것인가. 밝은 미래가 약속된 안정 속에 번영의 길인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