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983
윤성기
국립영화제작소
CEN0005546
9분 13초
(00:46)아이고, 많기도 많구먼.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만원이군. 아이고, 사람, 사람. 많기도 해라. (01:46) 엄마 : 얼른 뛰어! 아빠 : 자 빨리빨리! (01:50) 엄마 : 아이고. 아빠 : 아이고. 어, 저, 저, 저, 저쪽, 저쪽 왔어! 엄마 : 아이고, 얼른 뛰어, 얼른. 뒤쪽으로! 세워줘요! 서요! 아빠 : 아이, 서요! 이, 이봐요! 서요! (02:08) 엄마 : 저 건너가서 택시 탈까요? 아빠 : 아유, 안 돼. 딸 : 아빠, 나 다리 아파. 엄마 : 아유, 그래. 이제 금방 차 올 거야. 엄마가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어. 아유, 착하지. 딸 : 다리 아프단 말이야. 엄마 : 아 여보, 버스 오나 잘 봐요. 아빠 : 오면 뭘 해. 그냥 다 지나가는데. 엄마 : 아이 그럼 어떡해요? 아빠 : 내가 알아? 그러게 좀 애나 좀 작작 낳지 좀. (02:50)허허, 참. 아 애는 뭐 혼자 난답디까? 하지만 이분들이라고 처음부터 저렇게 많이 낳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믄요. 아들, 아들 하시다가 세 공주를 두신 모양인데 참 딱하군요. (03:23)저 초침 소리가 51번씩 울릴 때마다 저 아기들이 한 명씩 태어나죠. (03:38)하루 1,700여 명의, 한 달이면 5만 명을 웃돌고, (03:49)1년이면 60만 명을 훨씬 넘어서, (03:57)대전시만한 인구가 불어나게 되죠. (04:07)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4천만을 넘어섰습니다. (04:22)국토의 면적은 산과 강을 빼고 나면 3만 평방킬로미터(km²)밖에 되지 않습니다. (04:31)우리나라 인구 밀도는 세계 3위지만, 복잡하기로는 세계 1위지요. 실제로 국민의 생활 공간이 될 수 있는 가용면적으로 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04:45)지어도 지어도 모자라는 집. 멈출 줄 모르고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 문제는 거의 모든 영역에 충격을 줍니다. (05:04)자연공해와 환경오염. 아유, 정말 큰일이로군요. (05:16)그리고요. 교통 체증 등은 제2, 제3의 충격이랄 수도 있겠지만 자원 고갈이나 식량 사정이 불어나는 사람으로 하여 더욱 나빠진다면 가공할 기아와 직결될 것 같습니다. (05:52)결국 양곡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먹어야 하고 따라서 인구 증가에 따른 제1의 충격은 뭐니, 뭐니 해도 식량이죠. 저 참혹한 현장은 결코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언제 우리의 현실로 부딪쳐 올지 모를 위기죠. (06:18)묘지 문제도 충격 중의 하나입니다. 이대로 사람이 넘치다가는 죽어서 묻힐 땅마저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06:38)그러나 우리들 거의 모두가 이토록 급박한 상황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죠. (06:49)딸을 둘, 셋 두시고도 아들만이 소중한 양 하나만 더, 하나만 더 들 하시다가 7공주를 두었다는 얘기도 우리 주변엔 드물지 않으니까요. (07:05)그렇습니다. 하나나 둘의 차이는 하나이듯이, 둘과 셋의 차이도 역시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가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는 생각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살기 고통스럽게 만들고 우리 모두를 망치게 된다는 것을 몰라도 좋을까요? (07:36)사람이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사람이 사람 대접할 줄 모르는 무딘 이런 사회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있어 왔을까요? 삶의 질이나 도의,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마멸된 저 현장도 넘치는 사람으로 하여 빚어지는 어두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08:11) 엄마 : 얼른 타, 얼른! 아빠 : 저 빨, 빨, 빨, 빨리, 빨, 빨, 빨리 타! 엄마 : 여보! 아빠 : 어어, 알어, 알았어. 빨리 먼저 타. (08:37) 아빠 : 안내양! 아 사람 좀 작작 태워요! 이 숨 막혀 죽겠어. 아유. (08:43)허허, 당신 많으신 건 모르시고 사람 많아, 많아에 그만 태우라니. 여보쇼. 너무하십니다요. 많은 것. 많은 것만이 좋은 건 아닐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건,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참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