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종합개발사업

서울의 중심부를 흐르는 한강은 오랫동안 두 가지 얼굴을 지닌 강이었다. 여름이면 범람하는 재앙의 강이자,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오염되어가는 방치된 강. 1980년대의 서울은 이 강을 근본적으로 다시 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1960~1970년대의 한강개발과 1980년대의 한강 개발은 목표와 내용에서 큰 차이를 지닌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기간에 시행된 1단계 한강개발사업은 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치수(治水)에 중점을 두었다. 강우량이 많을 때면 한강과 지류 유역에 홍수가 잦아 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곤 했기 때문이다.

제2한강교 공사장 전경

제2한강교 공사장 전경

제2한강교 전경

제2한강교 전경

1967년부터 1970년에 걸쳐 진행된 1차 한강종합개발의 결과 한강변에 제방이 쌓이고 그 위로 제방도로가 건설되었으며, 공유수면 매립 사업으로 동부이촌동, 압구정동, 여의도, 잠실지구가 새롭게 정비되었다. 강을 다스리는 데 초점을 둔 이 시기의 개발은 역설적으로 시민의 삶과 한강 사이에 제방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세워 놓기도 했다.

한강건설 제1단계 작업준공 백일일지

한강건설 제1단계 작업준공 백일일지

한강변 아파트 항공사진

한강변 아파트 항공사진

한강변 제방 항공사진

한강변 제방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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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도시 산업화에 따른 시가지의 평면적 확산과 인구 집중으로 도시 안의 오픈스페이스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소득 증대에 따라 여가 활동과 휴양, 레크리에이션에 대한 욕구는 커져만 갔다. 도시 내 공원과 자연녹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자연 오픈스페이스인 한강변의 공원녹지 개발이 필연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올림픽이라는 계기가 더해졌다. 1981년 9월 고수부지에 7곳의 운동장을 개장한 데서 출발하여 같은 해 10월 대통령 지시로 착수된 2단계 한강종합개발사업은 1986년 5월 올림픽대로 개통을 정점으로 그해 9월 10일 준공되기까지 한강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81 한강하천정비계획(하수국)

81 한강하천정비계획(하수국)

한강종합개발 기공식(대한뉴스 제1405호)

한강종합개발 기공식(대한뉴스 제1405호)

2단계 한강종합개발사업은 '물의 공원'이라는 표현과 함께, 도시화 과정에서 파괴된 한강의 수질을 회복시켜 맑고 푸른 물이 항상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서울올림픽대회를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므로, 새롭게 정비된 한강과 발전된 서울의 모습을 세계에 내보이겠다는 의도도 뚜렷했다. 파리의 센 강, 런던의 템스강 만큼 아름다운 도시 속의 강을 만들겠다는 것이 사업의 포부였다. 수질 회복을 위해서는 한강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서울특별시, 한강 서울시 유역미화계획(1981.12)

서울특별시, 한강 서울시 유역미화계획(1981.12)

한강저수로 정비 계획

한강저수로 정비 계획

건설부, 한강하류부 하천정비 기본구상(1982.3)

건설부, 한강하류부 하천정비 기본구상(19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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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올림픽 준비 총합계획에는 상하수도 사업비로만 3,986억 원이 편성되어 하수도시설 확충이 병행 추진되었다. 이를 위해 양안의 자연 퇴적지를 고수부지로 조성하여 시민의 정서 순화와 체력 증진을 위한 체육공원을 만들고, 자동차 전용도로인 올림픽대로를 건설하여 잠실과 강남 등 올림픽 경기 시설 지구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망 정비가 함께 계획되었다.

물의 공원으로 거듭나는 고수부지 시민공원

물의 공원으로 거듭나는 고수부지 시민공원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88서울올림픽, 서울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2017

사업의 결과 한강은 완전히 다른 강이 되었다. 36km에 걸쳐 저수로가 정비되어 연중 2.5m의 수심이 유지되었고, 장마철 외에는 잡초와 웅덩이로 메말라 있던 양안 퇴적지에는 210여만 평의 고수부지가 조성되었다. 이 가운데 60만 평은 각종 운동시설이 들어선 체육공원이 되었고, 110여만 평의 자연 초지에는 연못과 수로, 낚시터, 관찰보도 등이 설치되어 자연학습장으로 꾸며졌다. 뚝섬과 광나루 주변 25만 평은 기존의 성격을 살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유원지로 조성되었다. 지구별 계획을 들여다보면 당시의 세심한 고려가 드러난다. 주거지에서 먼 양천지구(21만8천 평)는 전부 초지로 남겨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시설을 유보한 반면, 종합운동장과 인접한 잠실지구(16만4천 평)에는 경기장의 보완 기능인 주차장과 경기연습장, 시민의 운동·휴식 기능이 부여되었다. 여의도지구(21만4천 평)는 이용 인구의 급증을 예상하여 다양한 기능의 시설과 다용도 광장을 갖추도록 했다.

한강개발종합준공계획​

한강개발종합준공계획​

되살아난 한강(대한뉴스 제1607호)

되살아난 한강(대한뉴스 제1607호)

한강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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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성된 한강시민공원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확장지구'와 생태환경 보존을 위주로 한 '자연환경지구'로 구분되었다. 시설확장 지구에는 여건에 맞춰 운동·휴양·편익·조경 기능의 시설이 새롭게 들어섰고, 자연환경지구는 초지로 조성하여 생태계를 보존하도록 하였다. 공원의 시설들은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다목적 이용이 가능하고 전체 주민이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옥외시설 위주로 계획되었으며, 기존 도심 공원에서는 설치가 어려웠던 각종 운동시설과 자전거도로, 자연학습장, 연날리기장, 모형비행기장, 자동차놀이장 등이 조성되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을 이용한 수상 레저와 스포츠 활동도 적극적으로 계획하였다. 행주산성~여의도, 한강대교~잠실, 여의도~뚝섬 구간에 2시간 간격으로 유람선이 운행되었으며, 난지도·양화·마포·뚝섬·잠실·광나루 등 12개소에 선착장이 건설되었다. 1986년의 수상 이용 계획에는 광나루에 1만 명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길이 2km, 폭 50m의 백사장을 조성하고, 성수대교~잠실대교 구간은 보트장, 잠실대교~천호대교 구간은 수상스키장, 광장교 상류 3km 구간은 요트장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수상스키장과 요트장, 보트장은 실제로 조성되어 한강 위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지만, 백사장 구상이 실현되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1950~60년대 시민들이 '강수욕'을 즐기던 광나루의 드넓은 백사장은 1970년대 매립과 개발에 쓰일 모래의 채취로 이미 파헤쳐져 유원지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고, 수질 악화로 한강에서의 물놀이 자체가 어려워진 뒤였다. 그러나 저수로 정비와 유로의 안정으로 한강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뱃길이 트인 것만으로도, 서울 시민은 강을 즐기는 전에 없던 방식을 얻게 되었다. 유람선은 특히 달라진 한강의 상징이었다. 1986년 사업 준공과 함께 취항한 유람선은 정비된 강물 위에서 여의도의 빌딩 숲과 강변의 아파트, 새로 놓인 교량들을 한눈에 담는 새로운 조망을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한강유람선과 올림픽도로

한강유람선과 올림픽도로

한강유람선

한강유람선

한강유람선 선착장

한강유람선 선착장

한강의 휴일(대한뉴스 제1647호)

한강의 휴일(대한뉴스 제16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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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이후의 한강은 곧 도시 축제의 무대가 되었다. 한강의 변화를 기념하는 '한강의 날' 행사가 매년 한강 곳곳의 시민공원에서 열려 사진전과 유람선 퍼레이드, 수상 레저 시범경기, 낚시대회, 연날리기대회, 백일장 같은 시민 행사가 이어졌다.

제1회 한강의날 축제(대한뉴스 제1662호)

제1회 한강의날 축제(대한뉴스 제1662호)

호돌이연날리기대회(대한뉴스 제1633호)

호돌이연날리기대회(대한뉴스 제1633호)

한강요트경기대회(대한뉴스 제1642호)

한강요트경기대회(대한뉴스 제16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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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1988년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열린 문화예술축전에서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막제와 지구촌 축제, 국제 재즈 페스티벌, 올림픽 한강 레이저 영상쇼가 펼쳐졌고 뚝섬에서는 한강뚝섬 축제가 열렸다. 올림픽 마라톤 중계 화면에 담긴 한강변의 정비된 경관을 통해 '물의 공원' 만들기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한강축제기본계획(안)

한강축제기본계획(안)

문화예술축전이 펼쳐지는 한강고수부지

문화예술축전이 펼쳐지는 한강고수부지

문화예술축전 한강축제 민속씨름대회

문화예술축전 한강축제 민속씨름대회

문화예술축전 한강축제 탈춤대회

문화예술축전 한강축제 탈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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