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김장, “겨울의 반양식” 기록으로 보는 겨울나기
의·식·주,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 겨울의 문턱 입동(立冬, 11.7)과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11.22)이 다가오면 각 가정에서는 김장을 담그고, 연탄과 장작을 넉넉히 들여놓으며 곧 다가올 추위에 대비했다. 「e-기록 속으로」 11월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우리의 겨울나기 준비 모습을 소개한다.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김장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 나누어 먹는 오랜 풍습으로, ‘겨울의 반양식(半糧食)’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했다. 김장은 우리의 정서가 담긴 고유 문화로 인정되어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배추와 양념을 파는 김장시장이 활기를 띄었으며, 방송국은 전통적인 김장법과 다양한 김치의 종류, 우수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앞 다투어 방송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 지역별로 김치대축제를 열어 김치문화를 알렸으며,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김장 봉사활동이 시작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지금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빼놓지 않는 연례행사로 자리를 굳혔다.
배추와 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정부가 전국 산지를 연결하는 특별열차를 운영하고 배추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추억 속의 풍경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겨울 필수품인 연탄을 미리 준비해 춥고 긴 겨울에 대비했다.
전국의 광산에서는 석탄 채광이 서둘러 이루어졌고 연탄 공장도 쉴새없이 가동되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연탄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연탄의 수송 및 수급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 철도의 수송력을 석탄 수송에 최우선적으로 배차하고, 연탄질 향상과 가격안정을 위해 단속을 실시했다.
연탄은 저렴하고 편리한 난방 수단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인명을 앗아가는 가스중독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정부에서는 연탄가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마른 연탄을 사용하고, 굴뚝의 높이를 최소 지붕 위 1미터가 되도록 하라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추진하였다.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연탄을 기부하고 나르는 장면은 예나 지금이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화재가 많이 일어났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11월을 방화(防火) 강조주간으로 정하고 시민들에게 방화(防火)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한 시가행진과 모의 소방연습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우표와 포스터도 제작하여 생활 속 불조심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