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의 식량사정은 1960년대 말까지도 일제 때에 비해서 크게 나아진 바가 없었다. 벼농사의 생산성이 좀처럼 향상되지 못하였고 농가들이 대부분 소규모의 농지에 의존하는 영세소농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빈농과 도시 영세민은 춘궁기, 즉 보릿고개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보릿고개는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그 이듬해 봄철에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양식이 떨어진 상태로 살았던 3~4 월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1960년 3월 뉴스에 절량농가의 수가 정부의 통계로는 43만 가구, 농업전문가들의 추계로는 90만 가구가 넘을 것이라고 보도된 것을 통해 이 당시 농촌의 춘궁기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사정이 어렵다보니 농촌에서는 농가들이 봄철에 쌀이나 보리를 꾸어 먹고 가을 추수 때 그 절반을 이자로 바치는 고리의 장리쌀이 횡행하기도 하였다.

광복 이후 정부는 춘궁기 절량농가를 구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구호양곡을 방출하였는데, 식량이 떨어진 농가나 빈민에게 정부가 무상으로 양곡을 주거나 빌려주는 것으로 주로 보리와 밀가루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절량농가 구제를 위한 정부양곡의 확보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구호책을 정부에만 미룰 수 없게 되자 절량농가의 구호를 위한 국민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사회단체를 비롯해서 각 대학교 및 중고교 학생들까지 절량농가돕기운동에 참여하였고 각 언론기관에서도 절량농가 구호금품을 모집하였다.

1961년부터 정부는 생활보호법과 재해구호법을 제정하고 절량농가에 대한 구호활동의 체계화에 노력하였으나 그 수준은 미흡하여 밀가루를 지급하는 사업이 중심이었으며, 이러한 구호활동은 197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농토가 적어 식구들 먹기에도 식량이 부족한 농가들이 정부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구호양곡을 주는 자조근로사업을 1964년부터 실시하였다. 구호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미국 공법(公法, PL) 480호에 의한 구호양곡과 정부재정 등으로 충당하였는데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양곡으로 구호식량을 제공하는 사업은 1972년까지 계속되었다.

구호활동 사례를 보면, 1966년 3월 춘궁기에 정부는 구호대상 주민 총 2,602,700 명 등 식량사정이 어려운 영세민과 농가들에게 총 168,000톤의 구호양곡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안성천, 동진강, 낙동강 등 3대강의 유역개발 및 조림사방사업을 추진하면서 WFP(세계식량계획기구)와 UNDP(국제연합개발처)로부터 받은 양곡(소맥분)과 현금을 재원으로 개발사업에 동원된 인부에게 1인 1일 2.4kg씩 총 1,348톤의 소맥분을 지급한 바 있는데 이러한 근로사업들은 춘궁기 주민들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요긴한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