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방 주민 여러분이 오래 전부터 고대하고 갈망하던 호남고속도로가 오늘 착공을 보게 됐습니다.

정부에서는 지난 68년부터 중요한 간선 도로를 연차적으로 전부 고속화해야 되겠다는 방침을 세워 경인고속도로는 이미 오래 전에 전면 개통을 보고 경부고속도로도 대전과 대구 사이가 금년 6월 말경 완공됨으로써 완전히 개통을 보게 됐습니다. 금년부터는 호남고속도로를 착공해서 대전·전주 간을 금년 말까지 완공될 것입니다. 전주에서 광주를 거쳐 순천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연말에 계속 공사를 추진해서 72년 말 아니면 72년 여름까지는 이것도 완전히 개통되리라고 봅니다.

또한, 정부는 내년 봄에는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착공할 계획으로 지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호남과 경상도를 연결하는 남해안 고속도로를, 다음에는 부산에서 강원도 강릉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해안 고속도로를 연차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 계획은 대체적으로 오는 76년 말까지는 완수되리라고 정부에서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여러분의 노력과 또한 방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오늘 착공한 이 호남고속도로만 하더라도 1km에 약 1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듭니다. 그러면, 정부는 왜 이렇게 방대한 예산을 들여 고속도로를 착수하느냐, 고속도로가 우리나라에 얼마만한 이익을 가져오느냐.

고속도로의 가치와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분들은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단계에서 고속도로 건설을 그렇게 빨리 서둘 필요가 없지 않느냐 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을 근대화하고 도시와 농촌의 거리를 단축하고, 지역간의 격차를 없애고 그리고, 일정한 지역만 발전시키지 않고 전국에 골고루 공업을 분산시켜 농촌에까지 침투해 들어가는 등 여러 가지 목적을 생각할 때 가장 앞서야 될 것이 고속도로이고, 또 우리는 이런 판단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산업이 나날이 늘어나면 당장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입니다. 즉, 수송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늘어나는 물자의 수송 문제를 빨리 적절히 해결해 주지 않으면 경제가 계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업경제가 개발돼 감에 따라 가장 신속히 또한 값싼 수송비로서 물자를 이동시켜 줄 수 있는 조치가 같이 취해지지 않으면 그 나라의 산업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지난 몇 년 동안에 철도의 수송량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현재, 철도의 화차만 하더라도 몇 년 전에 비해 2배 내지 2.5배가 늘어났지만 철도의 수송 문제는 대단히 급박한 상태에 있습니다. 교통부에서는 석탄 수송과 기타 여러 가지 자재 중 어떤 물자를 가장 우선적으로 수송해야 하느냐 하는 데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철도 수송 난은 시급한 당면 문제가 돼 있고, 또 해상 수송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늘어나는 수출, 수입으로 우리나라가 외국과 거래를 많이 함에 따라 해상 수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5·16 전에 우리나라의 총 선박 톤수는 불과 20만 톤밖에 안 됐습니다만 현재는 100만 톤도 초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송 문제가 선박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항만을 확장, 개수해야 하고 육지에 없는 물건은 육로, 철로로 빠른 시간 안에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이 강구돼야 합니다. 공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민간항공이 급격히 확장돼 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좋은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서울과 제주 사이에 몇 년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비행기가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는 손님들이 적어서 항공회사에서 비행기를 계속 취항시킬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고, 때로는 안 갈 때도 있고, 한 주일에 한번 뜰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카알 회사의 항공기가 일곱 번씩 가고 일곱 번씩 올 정도로 비행기가 많이 뜨고 있습니다.

이것도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실정인데 이런 상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공로수송이 지난 수년 동안 얼마만큼 늘어났는가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송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철도 수송도 중요하고 해상 수송도 중요하고 항공도 중요하지만, 특히 오늘날 근대 국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로 수송 특히 자동차를 이용하는 육로 수송의 발달인 것입니다.

옛날, 기차도 자동차도 없을 때는 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아마 일주일이나 열흘이 걸렸을 겁니다. 지금 기차나 자동차로 가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앞으로 이 고속도로가 금년 말에 완공되면 전주에서 대전까지 약 50분 만에 달릴 수 있을 겁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 20분 내지 한 시간 반에 달릴 수 있으니까, 이 지방의 생산물이 서울까지 수송되려면 지금까지 5~6시간 걸리던 것이 앞으로는 불과 2시간 30분 정도면 거뜬히 수송될 수 있습니다.

서울과 순천 사이도 앞으로 이 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 4시간 내지 4시간 30분 정도면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순천이나 여수 지방, 특히 호남지방의 해안지대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서울까지 가자면 거의 10시간 또는 그 이상 시간이 걸리고 또 먼지를 뒤집어써서 품질이 나빠진다든지, 한번 갔다 온 자동차는 거의 쓰지 못하게 된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불편으로 말미암아 생산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고, 또 제값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는 고속도로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혜택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적인 사업일 뿐 아니라 특히 이 호남지방의 개발을 위해서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커다란 공사라고 생각됩니다.

이 공사는 그 동안 기술 조사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기술자와 외국 기술자가 협조해서 사전 준비를 추진했는데 마지막 단계에 가서 현지 주민들이 도로에 필요한 부지 매수에 어떻게 협력해 주느냐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호남고속도로는 불과 한 달 남짓한 사이에 현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준 덕택에 빨리 착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들은 보고에 의하면, 대전에서 순천까지 전 노선 인근 주민들의 90%, 거의 100%가 정부의 토지 수용을 좋은 일이라고 보고 적극 협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공사는 정부가 하던 도로 공사가 하던 역시 현지에 있는 주민 여러분들이 이 도로가 무슨 목적을 위해서 건설되고, 이 도로가 생겨서 이 지방에 앞으로 어떠한 혜택을 가져올 것이냐 하는 것을 잘 이해하여 협력해 주어야만 보다 빨리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우리 호남 주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이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폐를 끼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줄 압니다만, 이런 점을 여러분이 잘 이해해 주시고 많은 협조를 해주시면 이 공사가 순조롭게 계획대로 잘 추진되리라고 믿습니다.

그 동안 협력을 많이 해 주신 현지 주민, 또 이 지방 기관장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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