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중요 기록을 여러 지역에 나눠서 보관하도록 하였습니다. 남북분단이라는 상황에 놓인 현재도 실록을 분산해서 보존하는 정책적인 결정이 내려지게 되어, 1985년 서울에 있던 정족산사고본(이하 ‘정족산본’)과 태백산사고본(이하 ‘태백산본’)을 서울과 부산으로 지역을 구분하여 보존하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 정족산본은 서울에서, 태백산본은 부산으로 나눠서 보관하게 되었으며, 전통적인 국가 중요 기록의 분산정책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태백산본은 부산광역시 소재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에서 보존하고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이 보존하고 있는 태백산본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4대 왕의 기록이 848책에 담겨 있으며, 전체 권수는 1,706권, 장수 68,004장이고, 면수로는 136,008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태백산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광해군일기』 중초본을 보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실록(선조실록)
편찬과정의 실록(광해군일기)
중초본은 실록의 편찬과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실록은 왕이 승하하고 임시기구인 실록청(實錄廳)에 의해 편찬되며, 사관이 작성한 사초와 『승정원일기』 등 국정문서들을 참고하여 총 3차례의 수정을 거치면 실록이 완성됩니다. 가장 처음 만들어지는 초초(初草)는 1차 수정된 내용이며, 이를 2차로 수정한 것이 중초(中草)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초(正草)가 만들어지고, 이 정초본을 토대로 활자인쇄를 하게 되면 실록이 완성됩니다. 실록의 중초본은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태백산본 『광해군일기』 에만 존재하여 실록 편찬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태백산본이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現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로 분산해서 보관하게 되는 결정이 내려진 후, 태백산본의 안전한 이동부터 후대를 위해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태백산본이 이동할 때 문화재관리국(現 문화재청)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받아 진행하였으며, 이동 당시 국보인 문화재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안전하게 이동하였습니다. 이동이 완료된 후에는 태백산본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수장고에 왕조별로 1~3책으로 나누어 태백산본을 많이 쌓아두지 않도록 했습니다. 무거운 책을 많이 쌓을수록 무게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책이 손상될 수 있다는 훼손요인을 고려하여, 이를 방지하는 보존정책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태백산본과 같은 중요 고서의 보존방법은 현재 박물관과 도서관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보존방법입니다.
태백산사고본의 이관작업과 보존모습(1985년)
두 번째로 태백산본을 오동나무 상자에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당시 주요 국립박물관 일부에서만 적용한 사례로서 국가기록원도 선진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추진하였습니다. 현재도 박물관 소장 중요 서화 문화재 대부분은 오동나무 상자를 제작하여 보존하고 있습니다.
오동나무는 자체 항온항습 역할이 가능하며, 재질이 견고하여 1급 해충인 딱정벌레목 등이 침입하지 못할 정도로 단단한 특징이 있습니다. 1985년 당시 오동나무 상자에 실록을 보존하기로 한 정책은 다른 유관기관보다 앞선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1) 또한 당시 국가기록원은 항온항습이 가능한 최신식 설비가 갖춰진 자체 서고를 구비하여 태백산본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태백산사고본의 실록 봉안함2)과 현재 오동나무 보관함
태백산본과 같은 종이 기록물은 100년, 1000년 이상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보존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물(습기), 온도(고온)는 태백산본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써 현재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은 태백산본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습도 45±5%와 온도 20±2℃로 유지될 수 있도록 중앙통제장치를 통해 24시간 모니터링 중입니다.
또한 태백산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이산화황(SOx), 질산산화물(NOx), 포름알데히드(HCHO), 미세먼지 5개 분야를 상·하반기별로 측정합니다. 측정결과 태백산본에 영향을 주는 외부요인이 발견되면, 보존환경 전문가를 통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태백산사고본의 보존환경 조사(온·습도, 보존환경)
또한 딱정벌레목 등 유해해충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 3개월에 한 번씩 IPM(종합방제시스템)관리를 통해 외부 유해해충의 침입경로와 발생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소독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본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해충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아 안정적인 보존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태백산본을 보존하고 있는 서고는 제한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출입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입실할 수 있으며, 도난 및 화재와 같은 유사시 보안을 위한 고화질 CCTV를 운용하는 등 감시 시스템을 가동 중입니다. 또한 화재 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화재탐지와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동되고 화재 시 청정소화약제와 고압질소가스가 분출되어 빠른 진압이 가능합니다.
국보이자 국가중요기록물인 태백산본을 영구적으로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원본 보호뿐만 아니라 관련 자료가 활용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1990년 문화재관리국의 허가를 받아 태백산본의 M/F 촬영으로 서울과 부산에 촬영 자료를 배치하여 연구 등을 위해 자료를 제공하였습니다.
2005년과 2007년에는 국사편찬위원회와 협업으로 그간 번역된 조선왕조실록의 내용과 원문이미지를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역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태백산본 848책 전체를 고화질로 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태백산사고본 원본촬영 모습
태백산본은 현재 우리나라에 보존 중인 실록 중 기록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보존 상태로서 온라인 원본 열람에 가장 적합한 실록이었기 때문에 디지털화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조선왕조실록(sillok.history.go.kr)’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실록의 검색과 내용 확인이 가능합니다.
차수 | 촬영일시 | 촬영내용 | 유형 | 촬영매수 | 촬영책수 |
---|---|---|---|---|---|
1차 | 2005년 8월~9월 | 세종실록 부록(오례의 등) 29책 광해군일기(권1~권187) 64책 |
보존용 | 21,001 | 93책 |
활용본 | 22,816 | ||||
2차 | 2007년 4월~8월 | 태조~철종(’05년 촬영분 제외) | 보존용 | 114,045 | 755책 |
활용본 | 116,528 | ||||
계 | 274,390 | 848책 |
국가기록원으로 태백산본이 이관된 후 1990년대에는 태백산본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면, 2007년 이후에는 태백산본의 보존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과학 장비를 활용한 심층적인 분석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조선왕조실록 보존상태 분석』 프로젝트를 통해서 태백산본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태백산본의 보존역사를 정리하고, 책, 권, 장, 면수와 표지와 내지 전체의 훼손 정도와 특징을 기록한 것으로, 실록의 전반적인 훼손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프로젝트였습니다.
2009년~10년에는 태백산본 비파괴 측정으로 상태변화 추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2년에는 태백산본의 상태변화를 함수율 및 색차측정과 같은 비파괴 측정으로 상태변화 추적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들은 처음으로 과학장비를 활용하여 태백산본을 연구한 사례로서 편찬 당시 사용된 재료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비파괴 방식의 상태변화 추적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프로젝트에서 제안한 보존관리체계 개선사항은 태백산본 복제 및 상태검사 등 보존을 위해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연구가 필요한 내용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보존상태 분석』 책자
2013~14년에는 태백산본 보존성 향상을 위해 국가기록원 내 전문가들이 협동으로 보존실태 점검을 하고, 분야별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2013.9.)를 토대로 건식클리닝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관 후 간접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보존관리로서 2년에 걸쳐 848책 전체와 오동나무 상자 내부 건식클리닝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작업으로 태백산본 내부의 불필요한 먼지를 제거하여 2차 훼손을 방지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정된 보존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이때 책 내부에 탈락된 섬유 등은 모두 수거하여 보존하고 있으며, 향후 태백산본의 분석시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2015년에는 태백산본을 위한 전용서고를 리모델링하였습니다. 전용서고에 보존되었지만 일반서고와 큰 차이가 없던 태백산본 전용서고는 외벽 패널을 오동나무로 설치해서 유사시 항온·항습기능을 유지하고 해충의 출입을 막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조명 사용과 청정소화약제를 사용하여 자연열화와 방재를 통해 태백산본의 훼손을 방지하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태백산사고본 전용서고 리모델링 후
국가기록원은 1985년부터 현재까지 태백산본의 보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정족산본 등 실록을 보존관리하고 있는 유관기관의 실록 보존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역사기록관이 소장한 태백산본은 앞서 수행된 연구 성과와 더불어 체계적인 보존관리 개선과 연구과제 발굴 등 다양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2007년 태백산본 촬영 이미지는 보존용(TIFF:촬영원본)과 활용본(JPEG:서비스용)을 포함하며, 이미지 총 274,390건, 데이터는 약 2.8TB입니다. 데이터는 저장매체(외장HDD)에 보존되고 있으며, 정기적인 점검과 백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백업에는 한계가 있고, 데이터의 소실위험도 있으며, 기관이나 개인이 연구목적으로 자료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구분 | 보존용(TIFF) | 활용본(JPG) | 총 | 비고 |
---|---|---|---|---|
매체수(면) | 135,046 | 139,344 | 274,390 | 부전지, 삽화, 표지 등 중복촬영에 따라 보존용, 활용본 수량 차이 발생 |
용량(GB) | 1,916 | 882 | 2,798 |
그리고 태백산본의 보존관리를 위해서 관련법령3)에 따라 현재까지 정기적으로 정수점검과 상태확인을 실시하였으나,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정수점검 및 보존관리 등 점검이력과 상태를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태백산본 사진 촬영본은 ‘중앙영구기록물관리시스템(이하 CAMS)4)에 기록물 관리정보 등록을 통해 자료의 영구보존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CAMS 등록을 통해서 정수점검과 상태검사 등 보존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태백산본의 원문 이미지도 국가기록원 내 전시활용 및 외부 연구 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태백산본은 자료의 가치와 연구를 위해, 2020년 추진한 국가기록원 기록정보화 사업으로 848책(철), 134,500건의 표지를 포함한 모든 면이 등록되었습니다. 현재는 CAMS에서 조선왕조실록 태백산본을 상세하게 검색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보존관리 측면에서는 관련법령에 따라 정수점검과 상태점검 등 보존관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CAMS 내 보존관리 이력이 남으므로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실록의 보존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이후 태백산본 848책 전체의 면밀한 상태검사와 열화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비파괴분석에 의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구축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과학장비를 활용한 데이터는 태백산본이 보존되고 있는 주변 보존환경과 시간경과에 따른 열화요인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상태변화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태백산본의 보존상태 확인과 분석을 위해 국가기록원이 갖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하여 과학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태백산본의 보존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기초데이터를 쌓아 향후 상태검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선 방법은 비파괴분석이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각 책별 일정한 지점을 기준으로 재질색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색도측정기와 재질의 함수율 확인을 위해 종이수분계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중초본인 『광해군일기』와 『세종실록』 「악보」 에 확인된 적색으로 표시된 성분 분석 등 필요에 따라 XRF(X-선형광분석기)를 사용하여 태백산본에 사용된 재료 등 성분 분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조사된 과학적 데이터 등과 태백산본의 구체적인 실측 정보 등은 공공기록물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 중인 CAMS에서는 세부적인 정보를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태백산본의 보존과 연구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존관리카드’도 필요합니다.
현재 태백산본의 상태검사에 활용 중인 ‘보존관리카드’는 태백산본 848책 각 책별로 기본정보뿐만 아니라 물성정보, 보존상태, 연구 및 복제와 같은 이벤트를 추적·관리할 수 있어 체계적인 보존관리가 가능합니다.
‘보존관리카드’의 주요내용으로 표지 능화문(菱花紋)의 정보와 제책형태(오침안정법), 기록재료(종이종류, 제본끈 등)를 기록하는 등 기본적인 서지정보 및 보존관리에 대한 정보를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성정보로는 앞·뒤표지 및 내지의 장당 크기와 두께를 각각 측정하여 기록합니다. 또한 한지의 특성(가로, 세로크기 및 한지의 발)5)을 확인합니다. 태백산본과 같이 한지로 이루어진 기록물인 경우, 각 장의 무게(g)와 밀도(g/㎤), 평량(g/㎡), 발수 측정은 종이의 물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물성조사가 중요합니다.
또한 보존정보와 사진정보를 통해 현재까지 진행된 태백산본의 보존이력과 앞·뒤표지와 내지의 훼손사진 입력,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비파괴분석을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보존관리카드’는 각 책별로 신속하게 보존상태를 확인하는 등 효율적인 보존관리, 복제본 제작을 위한 기초연구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더욱 향상된 보존관리가 가능할 것입니다.
태백산사고본 보존관리카드 제작(안)
태백산본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고서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본하였는데, 주로 다섯 침안(針眼)을 뚫어 선장(線裝)형태로 제본하기 때문에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이라 합니다. 전통제본에 사용된 재료는 비단 또는 무명끈을 사용하였으며, 재료는 비단 또는 무명의 수십 가닥을 한데 모아 한쪽 방향으로 일정하게 비틀어 만들게 되는데 ‘S’ 형으로 규칙적인 모양의 형태가 됩니다.
태백산본의 제본 끈의 상태를 조사한 결과 총 848책 중 끈이 손상되거나 끊어진 사례는 전체에서 고르게 확인되고 수량은 115책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합니다. 또한 제본 끈으로 사용된 재료 유형은 총 5종류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며, A형의 끈은 전통방식으로 비틀어진 형태가 뚜렷하게 확인되나, B형에서 E형의 경우는 당시에 사용된 비단이 아닌 다른 섬유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어 다시 선장6)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세종장헌대왕실록』 과 『광해군일기』 등에서 나타나며 새롭게 장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B형과 E형의 수량은 848책 중 187책으로 전체의 22%에 해당됩니다. 태백산본 편찬에 사용된 재료와 형태가 다른 경우는 기존의 제본끈을 제거하고 재장정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향후 실록을 재장정하게 되어 다른 재료를 사용한 경우, 태백산본에 미치는 영향과 끈이 끊어져 표지와 내지가 분리되어 재장정이 필요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실록 편찬 당시 제본끈과 다른 형태로 사용된 끈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비교분석이 필요합니다.
태백산본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후 40년 동안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하고 있으나, 현재 방식은 몇 가지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태백산본은 오동나무 상자에 왕조별로 1~3책씩 보존되어 있는데 책 크기에 비해 오동나무 상자의 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상자의 이격에 따른 부딪힘이 발생할 경우 빈번한 작은 충격에 손상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또한 상자 안에 보존되더라도 먼지 등의 외부 이물질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서 2차 오염의 원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존 중인 오동나무 상자 표면은 가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물과 같은 습기가 상자 밖에서부터 침투할 경우 태백산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있으며,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가공되지 않은 오동나무는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역사기록관 소장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현재 보존형태
태백산본의 장기 보존을 위해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이물질 침투 방지를 위해 비단으로 포장하거나 포갑(包匣) 사용이 필요합니다. 1863년 국정관련 문서가 기록된 『순종어제(純宗御製)』 의 경우 왕실에서 발간한 책을 움직임 없이 보호하고 외부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갑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순종어제』 포갑방식7)
왕조별 업적을 기록하고 종묘에 보관했던 『국조보감(國朝寶鑑)』 의 경우 1909년 이 책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했던 보자기와 함이 남아 있습니다. 이 책갑(冊匣)은 기본적으로 외부에는 흑진칠(黑眞漆) 후 옻칠을 하였는데 칠을 함으로써 그 결과 내열(內熱)과 방수(防水)기능으로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책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국조보감』 책갑 및 비단포장8)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계기록유산인 의궤와 같은 고서를 보존하기 위해 옻칠된 함을 사용하거나 포갑으로 1차 보호 후 오동나무 상자 등에 보존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본의 장기적인 보존을 위한 보관방법의 개선을 위해 왕실문서를 보존했던 포갑과 책갑의 사례조사와 제작기법, 재료 등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태백산본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보존기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국보인 태백산본의 영구보존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역사기록관 소장 태백산본의 영구보존을 위한 개선방안들과 연구들은 중장기 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현재 태백산본의 CAMS 등록과 위기에 대비한 전용 매뉴얼 등은 완료되었거나 예정인 사업들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과학적 데이터 구축과 보존관리카드 제작은 2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보존관리를 위한 객관적 데이터를 쌓는 사업도 장기적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다년간 수행될 태백산본의 종합적인 보존관리개선을 통해 국가지정문화재와 세계기록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관리단체로서 위상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