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들어서 남미의 한인 이민은 본 궤도에 올랐다. 이 시기의 농업이민은 한국 정부에 의한 최초의 집단 이민이었다. 우리정부는 1962년에 해외이주법을 제정하여 잉여인구를 외국으로 내보냄으로써 인구압력을 줄이고자 하였다. 그리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은 광대한 농토를 개발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했다. 따라서 1960년대의 농업이민은 송출국과 수용국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시작된 기획이민이었다.
1962년 12월 18일 제1차 브라질 이민단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다음 해 2월 12일 산토스항에 도착했다. 이후 브라질로의 이민은 1966년 5차 이민단까지 이어져서 총 193세대가 입국했다. 아르헨티나로의 이민은 1962년에 리오네그로 주 라마르께 지역의 400헥타르에 달하는 개간지를 무상 임대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1965년 8월 17일 라마르께 영농 이민단 1진 13세대 78명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1965년 10월 15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파라과이 농업이민은 한국의 이민 사업가 이관복이 당시 파라과이 정부의 실권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150여명의 이주 허가를 받아내어 시작됐다. 1965년 2월 17일 농업 이민 1진 30세대 95명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항을 경유하여 같은 해 4월 22일 아순시온 항에 도착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농업이민자들은 원래 배정되었던 개간지에 도착해서는 그곳에서 도저히 개간은 커녕 생활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변한 농기구조차 갖추지 못했고 개미 떼와 독충과 싸우며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끼니를 마련하느라 고군분투를 해야 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농업 경험과 기술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황무지를 개간하는 일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결국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상파울루, 부에노스아이레스, 아순시오과 같은 대도시로 재이주했다.
대도시로 이주한 한인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행상에 나서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물건들을 팔다가 나중에는 현지에서 물건을 사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판매를 하였다. 벤데라고 불리던 행상 다음에 한인들의 생계거리로 시작한 것이 봉제업이다. 처음에는 동네 바느질처럼 하청 봉제를 받아 시작하였다. 나중에 행상과 동반되면서 자체 생산과 판매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신규 한인 이민자들이 자본과 기술력을 가지고 들어와 한인 의류업에 질적 성장이 있었고 이것을 기반으로 하여 전문 의류 상가로의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한인 의류산업에서 원단 제조, 봉제, 도매업과 소매업이 모두 한인들이 담당하고 있어서 수직적 및 수평적 통합을 이뤘고 이것이 한인 의류사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브라질에서도 한인 상인들이 브라질 의류 생산의 40%를 차지하며 브라질 의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기는 멕시코가 중남미 한인사회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1987년 멕시코 정부가 무역 자유화를 실시하고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게 관세 혜택을 주면서 멕시코의 한인사회는 급증하였다. 멕시코 대우 지사에 파견되었다가 독립한 소수의 기업가들이 섬유 무역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에 에콰도르에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이 자본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의류업을 새롭게 발전시켰다. 이때부터 한국의 저가 물건인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수입하는 소규모 무역이 시작되었다. 1990년대 전반기는 멕시코 한인사회의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의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자 한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였다. 이들은 현지에서 원단 수입과 의료 도·소매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 멕시코에 도착해서 이들은 의류 도매업을 시작했고 식당과 식품점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도 참여하였다. 그러나 2003년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부활하면서 멕시코로 유입되는 한인들의 수는 줄어들고 대신 유출하는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중남미로의 한인 이민은 비록 소규모이겠지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가 미국과 맺은 북미자유무협협정, 한국과 칠레 사이의 FTA 협정, 2000년대 중반 이후 중남미 국가들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호전 등의 조건들은 한국인들을 중남미 국가들로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민 1.5세와 2세들이 현지 국가의 주류사회로 진출하면서 한인사회가 보다 안정된 이민공동체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남미 한인사회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남미 국가들을 정착지로 여기지 않고 미국과 같이 안정된 선진국으로 재이주하기 위한 경유지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중남미 한인사회가 현지사회에서 존경받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지사회를 자신들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현지사회의 발전을 위해 참여하고 기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