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별 해제 > 의료 · 세관 > 의료 > 순천자혜의원

의료

순천자혜의원

순천자혜의원은 1921년 10월 12일 신설된 관립 자혜의원이다. 신축공사는 1921년 겨울부터 시작되었으며, 1922년 10월에 주요 건물이 준공되었고, 11월 12일에 개원식을 거행하고 운영을 시작하였다. 이후 1925년 4월 1일「조선도립의원관제(朝鮮道立醫院官制)」및「도립의원규정(道立醫院規程)」이 시행되면서 도립인 전라남도립 순천의원으로 개편되었다. 순천의원은 해방 이후에도 순천지역의 거점 의료기관으로 기능하였으며, 현재의 순천의료원으로 계승되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는 순천자혜의원에 관련된 30매의 도면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는 모두 1921년부터 1922년의 신축 당시 작성된 도면들이다.

명칭 연도 도면수
순천자혜의원 1921.10 ~ 1925.03 30매

순천자혜의원의 초기 배치는 [도판1]에서 확인된다. [도판1]은 1922년경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순천자혜의원급수배치도’로 각 건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설비를 시설하기 위해 작성된 도면이다. 남북으로 긴 장방형에 가까운 부지가 마련되었으며, 남쪽으로 도로를 접하고 있었다. 도로에 가까운 남서쪽은 관사부지로 계획되었으며, 정문은 남동쪽에 치우쳐서 계획되었다. 부지의 중앙부에 본관이 계획되었으며, 본관 뒤쪽으로는 병동이 향후 계획될 것임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부지의 북쪽에는 전염병실과 시실(屍室)이 배치되었고, 간호부기숙사는 관사 지역의 북쪽에 배치되었다.

순천자혜의원의 본관은 공통도면에 기반하여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도판2]는 ‘자혜의원계획설계도’라는 제목의 도면으로 순천자혜의원이라는 단어는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순천자혜의원이라 명시된 본관의 상량복도(床梁伏圖) 및 설비도면([도판3], [도판4] 참조)과 그 상세를 비교해 보면 계획내용이 동일하여. 이 계획도를 바탕으로 공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도판을 비교해 보면, 평면 구성 및 개실 배치, 입면 계획 등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몇몇 부분은 계획이 바뀌어 적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도판2]에서 보이는 중앙의 첨탑 계획이 사라졌으며, 대신 건물의 왼쪽 측면과 오른쪽 전면부 개실 중간에 각각 1개소의 연도(煙道)가 추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관은 철근콘크리트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벽돌조 건물로 지하1층, 지상3층의 ㄷ자형 건물로 계획되었다. 도면에서는 1층을 ‘계하(階下)’로, 2층을 ‘이층(二層)’으로, 3층을 ‘소옥리실(小屋裏室)’이라 칭하고 있다. 1층은 다른 자혜의원 본관처럼 왼쪽의 한 구역을 무상진료 대상인 시료(施療)환자를 위한 구역으로 설정하여, 진료실과 독립된 현관을 두었고, 나머지 부분에는 사무실과 각 과의 진료실, 원장실 등이 배치되었다. 다른 자혜의원 본관과 다른 점은 변소가 본관 내부에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2층은 대부분 병실로 구성되었으며, 3층에는 창고와 간호부실이 배치되었다. 기관실, 취사장, 식당, 세탁장 등 지원시설은 지하층에 계획되어 있다. 층간의 주 계단실은 오른쪽 날개채 부분에 계획되었으며, 왼쪽 날개채 부분에도 시료환자를 위한 계단실이 별도로 계획되었다. 더불어 1층의 약국에는 지하의 약품창고로 통하는 별도의 내부계단이 계획되기도 하였다.

층간 바닥 구성에는 철근콘크리트 보 위에 목조 장선을 까는 방식과 전체 바닥을 철근콘크리트로 만드는 방식이 혼용되었다. 목조 장선으로 상층 바닥을 구성한 부분은 1층 기준으로 ㄷ자형태의 전체 복도와 개실 중에서는 사무실, 약국실, 시료내과, 숙직실, 준비실이다. 이러한 계획적 차이에 대해서는 소장 도면의 부족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실의 용도와 관계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도판3] 참조)

본관의 입면은 좌우대칭을 기본으로 세로로 긴 창호가 반복적으로 배열되는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중앙부는 전면으로 약간 돌출되고 상부에 박공이 설치되어 강조되었다. [도판2]에서 보이는 박공 상부의 첨탑은 순천자혜의원 본관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특이한 점은 3층, 즉 다락층을 형성하면서 지붕의 높이가 다른 건물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이다. 다락층은 2층 상부의 패러핏 안쪽으로 벽체를 경사지게 구성하면서 형성되었으며, 다른 층과 동일하게 창호가 반복적으로 계획되었다.

이 다락층 구성의 방식은 [도판5]에서 일부 확인 가능하다. [도판5]는 현관 부분의 입면과 단면에 대한 상세도이다. 벽돌조 패러핏의 안쪽에 긴 동자주를 세우고, 그 상부에 목조 트러스를 올리면서 다락 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자주의 바깥쪽에는 경사부재가 덧대어졌으며, 그 바깥쪽으로 기와가 설비되었다. 더불어, 이 도면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점은 현관 상부에 포치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포치는 독립기둥 없이 외팔보(cantilever) 방식으로 계획되었는데, 목조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 상부에 철끈을 달아 처짐을 방지하고 있다. 보통 1930년대 중반 이후 철근콘크리트가 구조재로 적극 활용되면서 나타나는 철근콘크리트 판형 포치와 그 형태는 유사하다. 이러한 점은 1920년대 초반 철근콘크리트가 층간 바닥판에 활용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 다른 부분의 구조체에는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본관과 같이 계획된 전염병실은 벽돌조 단층 一자형 건물로 계획되었다. 본관과 달리 변소, 세면실 등의 공간은 후면에 별도의 부속채로 계획되었다. 내부에는 후면 편복도가 계획되었으며, 전면으로 각 병실이 일정 간격으로 계획되었다. 출입구는 양쪽 측면에 있었는데, 왼쪽의 출입구는 본관으로 이어지는 회랑으로 연결되었고, 오른쪽은 건물 자체의 출입구로 계획되었다.

[참고도판]
  • 도판1. 순천자혜의원급수배치도, 1921-22년 추정상세보기
  • 도판2. 자혜의원계획설계도/번외1, 1921년 추정상세보기
  • 도판3. 순천자혜의원청사기타신축설계도/3, 1921상세보기
  • 도판4. 순천자혜의원본관배배수설비도, 1921-22년 추정상세보기
  • 도판5. 자혜의원청사기타신축설계도/4, 1921상세보기
  • 도판6. 순천자혜의원청사기타신축설계도/전염병실지부/12. 1921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