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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은 제세구민(濟世救民)을 목표로 저렴한 치료·투약, 극빈자 무료진료를 실현하기 위하여 건립한 병원시설이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는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에 관련된 100매의 도면이 소장되어 있는데, 관립시설이 아닌 적십자사의 설계도가 조선총독부에 보관되었던 연유는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1923년 병원 개관에 관련된 문헌 중에서 병원 공사감독으로 조선총독부 건축과장을 위촉했다는 기록이 있어, 설계 등의 건축실무에 당시 조선총독부 건축과가 관여하고 있었음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소장되어 있는 도면은 모두 1936년에서 1937년에 이루어진 병원 개축에 관련된 도면이나, 개관 당시의 일과 더불어 당시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가 군대 부상자의 치료를 위한 준 관립시설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때의 공사에도 조선총독부 건축기구가 관련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명칭 연도 도면수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 1923.08 ~ 1945.08 100매

1920년대 초 일본적십자사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소수의 근대식 병원으로는 조선에 의료혜택을 널리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병원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경성부(京城府) 내의 여러 곳을 물색하던 차에, 1923년 8월에 조선총독부 관할의 구(舊) 서대문감옥 대평동(大平洞)출장소가 있던 약 1,316평의 부지를 무상으로 증여받게 되었다. 해당 부지는 광희문, 동대문, 남대문, 마포 등으로 통하는 전차가 있어 편리한 교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해 6개월의 공사를 거쳐 개원할 당시에는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진료소’라고 칭하였으며 벽돌조 2층의 본관을 비롯하여 총 5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후 1937년 중일전쟁의 발발과 함께 일본은 군대의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이 절실하게 필요하였고, 1937년에 77만원을 들여 일본적십자사 조선본부 병원을 현대식 병동을 개축하고 231개의 병상을 운영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병원시설 확장을 위해 작성된 도면이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1937년에 완공된 병원시설은 [도판1]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도면의 중앙에 V자형의 본관이 있고 병실과 분병실이 2개층의 복도(道廊下)로 연결되어 있다. 부지 남쪽의 하천 건너편에는 1923년도의 시설로 추정되는 구병동(旧病棟), 기관부, 수술실이 표기되어 있고, 부지의 동쪽으로는 전차선로가 깔린 도로(현, 새문안길)를 볼 수 있다.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의 본관은 4개층의 철근콘크리트조 건물로서, 층별 주요시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층에는 3개의 수술실과 시료진료실, 취사장과 간호부식당([도판2] 참조)이 일부 반지하화하여 계획되었는데, 이는 경사진 부지 때문이었다. 오른쪽에는 취사장, 간호부식당, 창고 등이 배치되었고, 왼쪽에는 무료진료를 제공하는 시료(施療)진료부를 두고 일반 환자와 구별하기 위하여 별도의 외부 출입구를 사용토록 하였다. 2층에는 주 현관, 부인과, 외과, 내과, 피부과, 약국, X광실 및 사무실([도판3] 참조)을 계획하였고, 3층에는 소아과, 이비과, 치과, 안과, 원장실과 강당 겸 식당을 계획하였다.([도판4] 참조) 1층의 식당과 별개로 계획된 3층 식당은 의사 또는 직원들을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상층인 4층은 전체를 간호부가 사용토록 하였는데([도판5] 참조) 건물 전면의 외벽을 뒤로 후퇴시켜 전면에 야외테라스를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주출입구(玄關)는 부지내의 고저차 때문에 2층에 계획하였고, 후면의 병실과 통하는 복도는 1층과 2층에서 각각 연결되도록 하였다. 수직동선으로는 건물 내부에 2개의 계단을, 건물외부에도 2개의 노출계단을 두어 많은 직원과 환자들의 이동을 배려하였다. 특히, 4층의 건물임에도 건물의 좌측부에 당시의 최신식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였으며, 3층 강당에서의 식사 준비를 위해서 1층의 취사장과 연결되는 주방용 리트프(덤웨이터, Dump Waiter)까지 계획하였다.

입면은 4개층을 1층, 2층과 3층, 4층의 3단계로 수직구분하여 입면 구성에 변화를 주었다. [도판6]에서 보듯이, 1층은 큰 면적의 석재로 마감하여 2,3,4층의 기단부처럼 표현하고 아치형의 창문을 계획하였다. 2,3층은 치장벽돌로 마감하여 디테일이 있는 몸체를 연출하였다. 4층은 미장으로 마감하여 무겁지 않은 최상층을 표현함과 동시에 전면을 일부 후퇴시켜 전용 테라스를 구성함으로써 전면마당에서 보이는 건물의 높이감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배면은 전체를 미장마감으로 단순하게 처리하였다. 2층의 주현관부는 건물 전면에 박공부를 형성하여 중심성과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둥식으로 구성된 포치(Porch)는 충분한 두께를 가지고 권위 있는 건물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도판7] 참조) 건물은 철근콘크리트를 적극 사용하여 기둥, 슬라브 등의 모든 내력 구조체를 철근콘크리트조로 계획하였고 벽체부분은 조적조로 하였다.([도판8], [도판9] 참조)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의 병실건물은 병실과 분병실(分病室)의 두 건물로 계획되었다. 병실은 총 3개층에 76실의 병실을 갖추고 138개의 침대를 계획하였다. 특실은 12개의 1인실을 계획하였고, 보통병실은 1인, 2인, 3인, 5인 및 6인실까지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건물의 중앙부에 동선, 변소 등의 공용시설을 집중시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였으며, 누워있는 환자까지도 실을 수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계획하여 최신식 설비가 갖추어진 병원시설의 면모를 보여준다.([도판10] 참조)

병실과 별도로 계획된 분병실은 2개층의 건물에 17개의 병실과 28개의 침대를 계획하였다.([도판11] 참조) 병실과 이어지는 연결복도와 건물 주계단을 분병실 건물의 중앙에 두고 좌측편에는 지원시설, 우측편에는 병실을 계획하였다. 건물의 외관은 전반적으로 가장 간소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1937년에 완공된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 병원은 완공 당시에 병원 규모나 진료환자 수에 있어서 세브란스병원이나 경성제국대학부속병원(前 대한의원)보다도 큰 병원이었으며, 당시 조선․일본․중국에서 운영되었던 41개의 적십자병원 중에서도 네 번째로 큰 병원이었다. 해방 후에는 서울적십자병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병원시설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병원시설 전체를 고쳐지어 현재 당시의 건물이 남아있지는 않다.

[참고도판]
  • 도판1.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배치도, 1936년 추정상세보기
  • 도판2.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1계평면도/1, 1936상세보기
  • 도판3.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2계평면도/2, 1936상세보기
  • 도판4.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3계평면도/3, 1936상세보기
  • 도판5.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4계평면도/4, 1936상세보기
  • 도판6.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정면자도/7, 1936상세보기
  • 도판7.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정면급측면도/6, 1936상세보기
  • 도판8.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정면측면구계도/10, 1936상세보기
  • 도판9. 일본적십자사조선복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본관지부)/제삼계량복도/31, 1937상세보기
  • 도판10.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병실지부)/2,3계평면도/2, 1936상세보기
  • 도판11.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신축공사설계도/분병실지부/건도급일이계평면옥근복도/1, 1936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