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치안시설로는 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찰서와 파출소를 중심으로, 그 상위 기관인 1910년대의 경무총감부 및 지방경무부나, 지원시설인 경찰관강습소, 피복창고, 참고관 등 다양한 시설이 존재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지어졌고 치안시설을 대표할 수 있는 경찰서와 파출소의 계획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08년부터 설치된 경찰서와 파출소의 건설에는 ‘공통도면(共通圖面)’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즉, 동일한 도면을 여러 지역의 경찰서 건설에 활용한 것이다. 당시 경찰서 청사, 부속시설 등은 탁지부 건축소(度支部建築所)에서 건설하였는데, 건축소가 1909년 발행한 『건축소사업개요 제1차(建築所事業槪要 第1次)』에는 평양과 대구의 경찰서와 이등·삼등·사등 경찰서에 대한 도면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공통도면은 1910년 일제강점 이후에도 전국에 다수의 경찰서와 파출소를 건설하기 위해 활발하게 사용되었으며, 1920년대까지도 일부 시설의 건립에 활용되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경찰서 공통도면으로는 일등에서 사등까지의 경찰서 청사에 대한 것과 창고 등 부속건물에 대한 공통도면, 순사파출소의 공통도면 등이 있다. 일등에서 사등까지의 경찰서 청사는 전체적인 계획은 유사하며, 급수가 낮아짐에 따라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일등경찰서 공통도면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찰서 청사는 양식목조 단층 건물로서 그 평면은 전면이 좁고 뒤쪽으로 긴 장방형으로, 건물의 앞뒤를 관통하는 긴 속복도를 놓아 여러 부속실을 배치하였다. ([도판1] 참조) 경찰서 도면을 살펴보면, 설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통도면의 좌우가 바뀌는 경우도 있고, 평면형은 공통도면을 참조하였으나, 각 지역의 상황에 맞게 면적을 일부 조정한 경우도 발견된다.
한편, 경찰서 청사는 정문과 축을 맞추어 부지의 중앙에 계획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입면은 중앙의 현관을 중심으로 대칭인 경우가 많았고, 중앙 현관의 상부에는 작은 박공지붕이 계획되었다. 청사에 계획된 주요 실로는 사무실, 서장실, 휴게소, 접실, 숙직실, 형사실, 신문실(訊問室), 소사실, 탕비실 등이 있었다. 유치소는 별동의 건물로 청사 뒤편에 건축되었고, 복도로 청사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속건물로는 격검장, 연무장, 창고 등이 계획되었다.
1910년대 경찰서 청사의 입면은 누름대비늘판벽으로 단순하게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개정된 공통도면에서는 영국식비늘판벽 마감으로 개선된 사례도 발견된다. 벽체의 마감뿐 아니라 삼중창 사용, 변소 배관 설치 등으로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도판2], [도판3]참조) 한편, 서울 파고다공원 서쪽 부지에 계획되었던 중부경찰서 청사의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독일식비늘판벽과 장식적인 입면 구성을 보인다. 건물의 정면에 가로부재를 덧대어 분할하였으며, 지붕의 정면박공과 현관 지붕에 장식창을 두고, 좌우 창문에도 장식을 부가하였다. ([도판4] 참조)
경찰서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화재발생 감시탑은 지붕 상부에 설치되거나 별동으로 건립되었다. 감시탑의 꼭대기에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작은 발코니와 경보를 위한 종이 설치되었다. ([도판1] 참조) 경찰서 일반 공통도면인 [도판5]에서는 별동으로 설치되는 화재감시망루(火之見櫓)의 계획을 살펴볼 수 있다.
경찰관들의 무술을 훈련하기 위한 연무장과 격검장은 일제강점기 치안시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부속시설로, 1920년대 이후 설치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무덕전(武德殿)’의 존재도 확인되는데, 무덕전은 일본에서 청일전쟁 이후 전통무도를 통한 국민 의식 일치화를 위해 설치되었고, 이후 일본 뿐 아니라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에도 설치되었다. 이를 관할하였던 대일본무덕회는 군부와 경찰을 중심으로 창설되었으며, 1924년에 조선지방본부를 설치하였다. 현재 국가기록원에는 ‘충청남도 무덕전’의 도면만이 소장되어 있는데, 내부에는 트러스를 사용하여 기둥이 없는 대공간을 계획하여 도장(道場)으로 이용하고, 외관에 있어서는 전통풍의 요소를 도입한 것이 특징적이다. ([도판6], [도판7]참조)
주요 대도시에 설치되었던 일등경찰서는 공통도면을 이용하기 보다는 대부분 개별적으로 계획되었다. 1908년에 건설된 대구경찰서의 청사는 부분 2층의 양식목조 건물로 계획되었으며, ㄱ자형으로 모퉁이에 현관을 두었고, 감시탑은 본관 2층의 지붕 위에 위치하고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편에 가장 큰 공간인 사무실과 서장실, 응접실이 있고, 오른쪽 부분은 숙직실, 형사실, 신문실, 휴게실, 소사실로 구성된다. 유치장과 변소는 별동으로 지어져 복도로 본관에 연결되었다. ([도판8] 참조) 또한, 진해경찰서의 경우에는 로터리에 면하여 비대칭 V자 평면을 가지는 양식목조 2층으로 계획되었다. 중앙에 설치된 청사의 현관이 로터리에 직접 면하고, 표문은 대지의 측면에 계획되었다. 독일식비늘판벽으로 마감하였으며, 창문 상부에 박공면을 구성하여 입면을 장식하였다. 유치장과 변소는 청사에 통합되어 계획되었다. ([도판9] 참조) 이 밖에도 겸이포 경찰서와 나남경찰서는 ㄷ자형, 凸형의 평면으로 계획되어 1910년대 후반의 다양한 평면형으로 변화된 경찰서 계획을 보여준다. ([도판10] 참조)
한편, 1923년 신축된 부산경찰서 청사는 철근콘크리트 혼용 벽돌조로 된 3층 건물로 계획되었다.([도판11] 참조) 청사의 평면은 山자 형태로 계획되었다. 연무장, 창고, 차고 등의 부속건물은 청사 뒤 부지 남서쪽에 배치되었다. ([도판12] 참조)
또, 대부분의 경찰서는 새로 지어졌지만, 일부 경찰서는 기존의 한옥을 개조하여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판13]의 삭주경찰서 배치도에서 한옥으로 된 재래청사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도판14]의 나주경찰서 수선 도면에서도 ㄷ자형의 한옥에 현관을 설치하고, 내벽을 새롭게 구획하여 청사로 사용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도판15]의 울산경찰서 역시 현관을 추가로 덧붙여 경찰서 청사로 사용한 사례이다.
경찰서와 달리 파출소의 경우, 따로 표문이나 담장을 설치하지 않고 건물이 도로에 직접 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출소 건물은 주로 장방형의 평면을 가진 단층 건물로 계획되었고, 평면은 양분되어 사무실인 견장소(見張所)와 휴게실로 사용되었다. ([도판16] 참조) 대부분이 간소한 단층의 양식목조 건물이지만, 경성의 일부 파출소는 벽돌조로 계획되었음이 확인되는데, 특히, 욱정 경찰관파출소는 벽돌조 구조에 더하여 철근콘크리트 평지붕이 계획되었다. ([도판17],[도판1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