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정리된 국가기록원 소장 건축도면에서 확인되는 대한제국 행정시설은 대부분 1907-1910년 사이에 착공하여 준공된 신축 건물이다. 이들 중 내부, 농상공부, 의정부 등은 정부의 주요기관으로 그 행정 기능을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로 건축되었다. 특히 이 시설들은 주로 벽돌조의 다층 건물로 계획되었는데, 1906년 탁지부 건축소 설립 이후 1910년대까지 건립된 대부분의 관립시설들이 양식목조구법으로 건축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자료에서 확인된 대한제국 행정시설은 다음과 같다.
유형 | 명칭 | 설치연도 |
---|---|---|
대한제국 행정시설 | 내부 | 1895-1910 |
농상공부 | 1895-1910 | |
의정부 | 1894-1910 | |
탁지부 | 1895-1910 | |
탁지부 건축소 | 1906-1910 | |
탁지부 건축소 진남포출장소 | 1908-1910 | |
탁지부 건축소 부산출장소 | 1908-1910 | |
탁지부 인쇄국 | 1904-1910 | |
중추원 | 1894-1910 | |
법전조사국 | 1906-1910 | |
평양재무감독국 | 1906-1910 | |
표훈원 | 1900-1910 | |
임시재원조사국 대전출장소 | 1907-1910 |
대한제국 행정시설의 계획에서는 다양한 평면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와 농상공부의 경우는 H자형 평면으로 계획되었으며, 의정부 청사(이후 탁지부 청사)와 탁지부 제2청사(이후 임시토지조사국 청사)의 경우는 口자형 평면이다. 탁지부 증축청사(이후 중추원 청사)과 평양재무감독국의 경우는 一자형 평면으로 설계되었다. 탁지부 증축청사의 경우는 一자형 평면으로 계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종단 길이가 중정을 가지고 있는 의정부 청사의 종단 길이와 비슷한 규모로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한편, 내부 계획에 있어서는 대부분 건물의 한쪽에 복도를 두고 각 실을 배치하는 편복도 방식으로 계획되었다.
건물의 구법을 살펴보면, 내부, 농상공부, 의정부, 중추원 청사의 경우 벽돌조 구법으로 계획되었는데 이는 1919년에 이르러서야 벽돌조 건물이 관립시설에 활용되는 일제강점기와 비교할 때 상당한 공력을 들여 청사를 건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층 건물의 경우 2층 바닥과 보는 목조로 계획하였으며, 지붕에는 목조트러스를 사용하여 경사지붕을 구성하였다. 입면 계획을 살펴보면, 벽돌조 건물은 대부분 추가적인 부가물 없이 치장 벽돌을 사용하여 마감되었는데, 의정부 청사의 경우에만은 벽돌벽 바깥으로 회반죽 마감을 하여 석조 건물처럼 보이도록 치장한 것이 특징이다. 양식목조 건물의 경우에는 대부분 비늘판벽으로 마감되었다. 건물 내부 설비로는 벽돌조 건물에서 난방에 사용되었던 굴뚝이 확인되기도 하나 양식목조 건물에서는 대부분 특별한 설비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굴뚝과 난로 설치의 상세는 탁지부 증축청사 설계도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도판3] 참조)
명칭 | 평면 | 규모 | 구조 | 지붕 | 외벽 마감 | 난방설비 | 비고 | |||
---|---|---|---|---|---|---|---|---|---|---|
구조 | 2층바닥 | |||||||||
내부 | H | 편복도 | 2층 | 벽돌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벽돌치장 | 굴뚝 (난로) | ||
농상공부 | H | 편복도 | 2층 | 벽돌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벽돌치장 | 굴뚝 (난로) | ||
의정부 (탁지부 청사) | ㅁ | 편복도 | 일부 3층 | 벽돌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회반죽 마감 (석조모방) | 굴뚝 (난로) | ||
탁지부 증축청사 (중추원 청사) | 一 | 중복도 | 2층 | 벽돌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벽돌치장 | 굴뚝 (난로) | ||
탁지부 제2청사 (토지조사국 청사) | ㅁ | 편복도 | 2층 | 목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비늘판벽 (독일식) | 없음 | ||
탁지부 건축소 | ㅁ | 편복도 | 2층 | 목조 | 목조 | 경사지붕 | 비늘판벽 (영국식) | 없음 | ||
탁지부 건축소 진남포출장소 | 一 | 미상 | 1층 | 목조 | - | 경사지붕 | 비늘판벽 (누름대) | 없음 | ||
탁지부 건축소 부산출장소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
탁지부 인쇄국 | 공장 | 一 | 중복도 | 1층 | 벽돌조 | - | 경사지붕 | 벽돌치장 | 없음 | |
사무실 | 一 | 복도없음 | 2층 | 목조 | 목조 | 경사지붕 | 비늘판벽 (영국식) | 없음 | ||
중추원 | 一 | 미상 | 2층 | 벽돌조 | 목조 | 경사지붕 | 벽돌치장 | 굴뚝 (난로) | ||
법전조사국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한옥전용 | |
평양재무감독국 | 一 | 편복도 | 2층 | 목조 | 목조 | 경사지붕 (트러스) | 세로판벽 + 회벽 | 없음 | ||
표훈원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
임시재원조사국 대전출장소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한편, 이러한 대한제국 행정시설 계획에서도 일반적인 관립시설 청사에서 적용되는 건축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전체적으로 평면과 입면 계획에서 정면성과 중심성을 강조함으로써 건물을 보다 웅장하고 위엄있게 보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양 고전 건축에서 사용되었었던 여러 장식 요소들을 사용하여 더욱 화려하게 계획하고 있다.
[도판1], [도판4], [도판5], [도판6] 는 내부, 농상공부, 의정부, 탁지부 제2청사 청사의 신축을 위해 작성된 도면이다. 건물의 평면은 H, 口자 형태로 각각의 평면이 모두 다르게 계획되었으나 모두 좌우 대칭의 평면으로 구성되어 중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건물 전면 중앙에 주 출입구를 두고 있으며, 전면 중앙부를 일부 돌출시키거나 출입구에 포치를 두어 건물의 중심성을 강조하고 있다.([도판5], [도판6], [도판7], [도판8], [도판9] 참조) 건물의 중심성을 보다 더 강조하기 위해 건물 중앙에 탑을 세우기도 하였는데, 농상공부 청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 출입구가 설치된 전면 중앙부 벽면을 다른 벽면과 다르게 구성하거나 장식을 추가하여 중심성을 더욱 강조하기도 하였다. [도판10]은 농상공부 청사 전면의 중앙부 상세도이다. 출입문 앞에 자동차가 출입할 수 있는 포치가 설치된 것을 알 수 있으며, 입면에 장식된 필라스터(pilaster)와, 2층 상부에 광창을 둔 볼트 형태의 박공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건물의 정면성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적인 요소가 사용되었다. 건물 전면의 중심부뿐만 아니라 좌우 양끝도 전면으로 돌출시키거나 지붕을 높이고, 중심부와 마찬가지로 입면에 변화를 주어 전면을 강조하였다. 또한 전면의 지붕에 도머창(dormer window)을 두거나 패러핏(parapet)을 설치하여 건물의 전면을 더욱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내부, 농상공부, 의정부, 탁지부(제2청사) 청사 모두 좌우 양끝이 전면으로 돌출 되었으며, 2개층에 이르는 필라스터를 두어 건물의 수직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서양 고전 건축에서 사용되었던 오더(order), 페디먼트(pediment), 필라스터, 아치(arch), 돔(dome) 등의 요소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내부와 농상공부 청사에서는 창문의 상단을 원형 또는 평아치로 구성하였으며, 농상공부 청사에서는 전면으로 돌출된 중앙부와 좌우 양끝의 상단에 페디먼트가 설치되었고, 오더를 사용한 기둥과 필라스터가 사용되었다. 농상공부와 의정부 청사에 설치된 탑은 돔을 사용하여 구성되었다. 이러게 간략화된 양식주의 외관은 청사 건물에 격식과 형식을 더하여 장엄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요소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