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전염병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와 있는 BC 15년 백제 온조왕 4년 기역(饑疫)에 대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전염병이 존재하였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발병현황은 알 수 없다.
전염병은 3.1운동 시기, 2차대전 말기, 6.25 전쟁기 등 3회에 걸쳐 대 유행하였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는 1918년 11월부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인플루엔자 관련 기사를 내보냈고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도 1918년 11월 조선인 742만 2113명이 유행성 독감에 걸려, 치사율이 무려 1.9%에 달한다고 전했다.
6.25 전쟁기에는 장 관계 전염병(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 이질)과 전신 감염성 관련 전염병(디프테리아, 발진티푸스)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천명에 이르렀다가, 전후 미군이 가지고 온 DDT와 같은 살충제와 각종 항생제의 도입으로 10만 명당 수명으로 감소하였다. 법정전염병 중 결핵, 나병 등 만성 전염병을 제외한 급성전염병의 인구는 1962년 10만명당 발생률이 222.9명을 정점으로 1980년대에 들어서 그 수가 크게 줄기 시작하였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 및 방역체계의 정착 덕분이었다.
그러다 1990넌대 중반부터 전염병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주목할 것은 새로 출현하는 신종 전염병과 다시 출현하는 재출현 전염병이다. 신종전염병의 대표적인 예로 2003년 대유행 했던 사스(SARS·급성 호흡기 증후군)와 그 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이다. 이들 병들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재출현 전염병 중 대표적인 것은 세균성 이질로, 기온 상승으로 인한 세균 생존 조건의 최적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염병은 병원균을 전파 번식시키는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질병유행의 상태로 나타났다. 그 조건이란 자연적인 것도 있지만 인간 스스로 만든 문화,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에도 좌우되어 왔다. 따라서 전염병 유행 양상은 한 나라의 시대적 상황을 말해주는 좋은 지표가 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