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6·25전쟁 중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이 공병우식 한글속도타자기로 해군행정 사무기계화를 실행하자, 육·공군도 한글타자기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또 1961년부터 정부가 공문서를 한글타자기로 작성함으로써 각급 민간기업체도 이를 따르게 되어 타자기는 급격하게 보급되었다.

한편, 1956년 미국 대외 원조 기관인 유솜(USOM, United States Operations Mission)이 문교부를 통하여 전국 11개 상업고등학교에 1학급분의 타자기(공병우 한글타자기 30대와 한문타자기 30대)를 무상으로 배정함으로써 타자수업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문교부는 1963년에 실업과(實業科) 교과목으로 타자를 배정하고, 같은 해에 타자검인정교과서를 발행하였다. 1969년 은행원 채용에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가 학업성적과 아울러 타자기능이 우수한 졸업예정자 50명의 채용 추천을 의뢰받은 것이 타자교육 활성화의 시초가 되었다.

1979년에는 국정한글타자와 영문타자 교본을 발행하여 타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였다. 1979년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가 경방기계공업주식회사 제품인 클로버타자기로 학생 타자기 개인장비화를 권장하자 3,000명 재학생 중 1,000명이 호응하였다. 이것이 타자기 대중화의 첫 계기가 되었다.

1969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시행하는 제4회 한글 및 영문타자검정시험에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가 400명의 응시자를 보냈는데 이것이 타자검정시험이 일반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험의 응시자 대부분이 상업고등학교 재학생이었다. 1970년부터 문교부령으로 타자검정시험이 시행되다가 1981년 12월 법령 개정으로 타자검정시험이 국가기술자격법으로 통합되면서 주관부처가 노동부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1982년과 1983년에는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에서 검정시험이 시행되다가 1984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하였다. 그러나 컴퓨터의 빠른 보급으로 타자검정시험 응시자수가 격감함에 따라 1995년 9월 3일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타자검정시험은 폐지되었다. 응시자수가 1991년 1백2만여 명에서 1993년 66만 명, 1995년에는 21만2천여 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마지막 시험의 응시자는 7만8천여 명이었다. 당시의 타자 자격증은 정보처리 자격증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으로 대체되었다.

손으로 공문서를 작성하던 60년대를 지나고 두벌식 및 세벌식 한글 타자기가 발명되고 보급됨에 따라 공직사회에도 타자기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1970년에는 제1회 공무원 타자경기대회가 열렸고, 이는 매년 거듭되어 1977년까지 모두 8회에 걸쳐 개최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보급으로 모든 공무원이 각 문서의 최종 생산자가 되면서 타자 경연대회는 자취를 감추었다.

‘한글 기계화’란 우리말의 표기 체계인 한글을 기계를 이용하여 입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한글 기계화와 관련된 최초의 논의는 타자기의 자판 배열 문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안과 의사였던 공병우 박사는 1949년 세벌식 타자기를 만들었다. 세벌식 타자기는 한글이 초성(첫 글자), 중성(모음자), 종성(받침)이 모여서 하나의 글자를 만든다는 원리를 충실히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 각 한 벌씩 모두 세 벌이 자판에 반영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세벌식 타자기는 한글을 이루는, 초성, 중성, 종성 각각의 자모가 하나의 글쇠에 할당되어 글자를 구성하는 자모의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자형의 자모가 사용된다. 가령,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글자에서 중성이 초성의 아래쪽에 결합하는 ‘ㅗ’가 사용되는 경우와 초성의 오른쪽에 결합하는 ‘ㅏ’에 따라서 초성의 모양이 달라지지 않고 동일한 자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자의 모양이 다소 거칠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1960년대를 거치면서 민간에서 개발한 타자 자판의 수가 늘어나서 13종에 이르렀다. 이 중 1959년부터 시판된 김동훈식은 다섯벌식을 채택하였는데, 모음 글자의 모양에 미적 기능을 더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자음(변자음 14자소, 관자음 14자소) 2벌과 모음(받침이 필요없는 모음 13자소, 받침이 필요한 모음 13자소) 2벌, 그리고 받침(16자소) 1벌을 가지는 타자기이다. 그래서 타자 글자가 활자로 박은 네모꼴 글자에 가깝게 찍힌다.

정부는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상공부 표준국이 1967년 3월 공업표준심의회에 한글타자전문위원회와 다섯 개의 기술소위원회를 구성하고, 1968년을 기하여 한글 타자기 글자판 표준시안을 발표하였다. 표준 시안은 네벌식이었으며, 숫자와 기호를 제4단에 배열하여 기존 영문 타자기와 같았다. 네벌식 타자기는 공병우식 세벌식 타자기와 김동훈식 다섯벌식 타자기의 장점만을 취해서 만든 것으로, 그 사용법은 매우 불편하였다.

이런 와중에 문화공보부가 인쇄기(자동식자기)의 글자판 표준화 작업을, 과학기술처가 컴퓨터의 글자판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1969년 2월 25일 대통령은 과학기술처가 주관하여 일원화된 한글 기계화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한글 기계화 기종에 대한 세부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한글 기계화 종합계획(안)’을 작성하여 1969년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표준자판을 작성하여 1969년 7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한글 기계화 표준자판을 확정하였으며, 철저한 보급 시행을 위해 7월 28일 국무총리 훈령(제81호)으로 관계부처에 지시하였다.

1982년 정부는 컴퓨터 자판의 표준을 정하면서 텔레타이프에 사용되던 두벌식 자판을 국가 표준으로 정하였는데, 이것이 지금 KS X 5002 ‘정보처리용 건반 배열’이라고 지정된 컴퓨터 자판이다.

1983년 기존의 4벌식 타자 자판 표준은 폐지되었고, 대신 1985년 두벌식 타자 자판이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세벌식 지지자들의 노력으로 아직 일각에서 세벌식 자판을 이용하기도 한다.

^＊ 이미지 출처 :『한글사랑 나라사랑Ⅰ; 549돌 한글날기념』,1995, 문화체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