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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구국운동에서 정서교육과 체력향상까지

운동회는 승부나 기록을 중요시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체육 운동을 중심으로 경기나 놀이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회에서의 운동은 이러한 목적에 맞도록 다양하게 마련된다. 특히, 학교운동회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평소 배운 운동이나 유희 등의 학습결과를 가족과 이웃들 앞에서 연출하여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자주성이나 협력심·책임감 등을 익히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학교운동회는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이나 체력 단련만이 아니라 학부모들과 지역사회 주민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그 지역의 유대와 공동체의식을 기르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행사의 하나이다.

제25회 어린이날 기념식 행사(어린이운동회) 썸네일 이미지
제25회 어린이날 기념식 행사
(어린이운동회)(1954)
어머니 및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 썸네일 이미지
어머니 및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1957)
제2회 어머니 운동회 썸네일 이미지
제2회 어머니 운동회(1959)

애국심의 발로 우리나라 운동회

우리나라 운동회의 시초는 1896년 5월 2일 영어 학교에서 평양의 삼선평(三仙坪)으로 소풍을 가면서 화류회(花柳會)라는 운동회를 열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 운동회에서는 300, 600, 1,350보 경주와 공 던지기, 대포알 던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이인삼각, 당나귀 달리기, 12인조 동아줄 끌기 등을 했다. 이후 1905년부터 1910년까지는 운동회의 전성시대라 할 만큼 많은 운동회가 열렸다. 1905년에는 황성기독교청년회에서 최초의 운동회가 개최되었고, 1906년에는 남양사립보흥소학교에서 연합운동회가 열렸다. 1907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직적 체육기관인 대한체육구락부 주최로 최초의 민간단체에 의한 운동회가 치러졌으며, 장충단에서의 여학교연합대운동회, 훈련원에서의 관·공·사립학교 춘계연합대운동회가 열렸다.

운동회는 초기에는 친선도모적인 성격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교육구국운동(敎育救國運動)으로 그 의미가 변했다. 운동회 때 태극기를 걸고 애국심을 북돋우는 연설도 했으며, 애국가나 독립가를 부르고 ‘대한독립만세, 황제폐하만세’가 삼창되었다. 이때의 운동회는 단순히 운동을 즐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울분과 교육구국의 의지를 분출시키는 민족투지의 광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사립이나 관·공립 할 것 없이 학교운동회를 통하여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대동단결하여 독립의 의지를 굳건하게 하자, 일제는 1909년 4월 관·사립학교연합운동회를 마지막으로 연합운동회를 폐지시켜 버렸다.

애국심을 다지는 발판이 되었던 우리나라의 초기 운동회는 광복 이후에도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계속되어 왔으며, 각 학교와 지역별로 단결심을 고취시키고 향토애를 발현시키는 커다란 행사로 이어져 내려왔다. 이러한 운동회의 발달은 후에 학도체육대회, 소년체육대회, 전국체육대회 등 각종 체육대회로 발전하였다.

성산학원 운동회 썸네일 이미지
성산학원 운동회(1973)
대신초등학교 운동회 썸네일 이미지
대신초등학교 운동회(1977)
제1회 특수학교 체육대회 썸네일 이미지
제1회 특수학교 체육대회(1980)

만국기 아래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학교운동회는 놀이와 축제가 많지 않던 시절에 학생을 중심으로 온 가족과 마을사람들이 모여 함께 경기를 하면서 축제를 벌이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대개 봄·가을로 열리는 운동회를 개최하려면 단체무용이나 매스게임, 곤봉체조 등 여럿이 동작을 맞추어야 하는 단체종목이 진행되었는데, 이를 위해 학교에서 몇 달 전부터 지도교사와 함께 방과 후에 연습을 했다. 운동회 당일이 되면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백회로 달리기 선이 그려진다. 조회대를 중심으로 전교생이 정렬한 개회식에서 국민체조를 한 다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응원석으로 이동한다. 학생들은 달리기와 단체경기를 하며 주인공이 되었고 오랫 동안 연습으로 선보였던 체조, 부채춤, 꼭두각시놀이 등의 공연으로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받았다. 특히, 학년별 이어달리기를 할 때는 운동장을 찾은 사람들이 전부 일어서 응원을 할 만큼 흥분의 도가니가 되고는 했다. 만국기,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 장사꾼들, 점심시간의 특별한 음식 등 학교운동회는 체력단련의 차원을 넘어 유년시절의 꿈과 낭만 그 자체였다. 특히, 시골의 운동회는 도시와는 다르게 단순한 학교의 체육행사라기보다 그 지방 군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티 없이 맑은 동심의 하루를 함께 즐기는 지역사회의 축제이기도 했다.

가을 운동회 풍경
가을 운동회 풍경(1963)

학생이나 가정,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던 학교운동회는 1960년대 학부모의 지나친 찬조금품으로 인해 여러 폐단이 생기고,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많은 학교에서 운동회를 개최하지 않게 되었다. 극히 일부의 학교에서 단축마라톤 등 단일종목에 한해 형식적으로 운동회를 개최할 뿐이었다. 1969년 3월 문교부에서는 어린이들의 정서교육과 체력향상을 위해 초·중·고 학교운동회와 학예회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운동회 실시를 년 1회 의무화하고 찬조금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운동회 경비를 문교부에서 지원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찬조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1975년 초등학교 운동회는 정부의 서정쇄신 시책에 따라 다시 중단되었다. 학부모나 지역유지들로부터 찬조금을 걷는 폐단을 이유로 일단 중지된 운동회는 반대여론이 높아 다음 해에 각 학교의 재량에 맡겨지면서 다시 부활했다. 이때부터 학생들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활달한 기상을 길러주기 위해 운동회 실시를 의무화시켜 봄과 가을 중 연 1회 이상 반드시 실시하되 농촌이나 소도시는 전교 학생이 한꺼번에, 대도시 지역의 규모가 큰 학교는 운동장이 비좁을 경우 전교생을 2~3회로 나누어 개최하거나 공설 운동장 등을 빌어 일시에 개최하도록 했다.

1976년 운동회에 사용된 운동가는 ‘무찌르자 공산당’,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시국 관련이나 전쟁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5∼6공화국 시기에는 전통무용이나 민속놀이 중심의 운동회가 활발하게 열렸다. 특히, 사물놀이, 강강술래, 씨름, 부채춤, 차전놀이 등의 전통놀이가 운동회에서 실시되면서 학생들이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었고,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학교에서 운동회가 실시되었으나 운동장 공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 등이 생겨 운동회는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었고, 응원가는 주로 동요, 만화주제가의 노래를 개사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IMF의 영향으로 한때 운동회가 위축되었으나, 놀이마당 형식의 운동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3년 이후 운동회는 힘든 연습과정을 개선하였으며 학년별로 운동회가 개최되는 등 시기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운동회가 열리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운동회 외에 대학교 체육대회는 각 대학별 또는 단과대별로 개최되기도 하고, 대학끼리 모여 연합체육대회를 갖기도 했다. 대학교 체육대회의 진행 내용도 국민의례, 입장식, 경기, 시상식 등으로 초·중·고 운동회와 비슷하였다.

1954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삼군사관학교 체육대회는 군대 체력단련 풍토를 조성하고 육·해·공군 간의 건전한 경쟁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작되었다. 첫 대회의 종목은 럭비와 축구였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1급 행사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삼군사관학교 체육대회는 운동 경기 뿐만 아니라 화려한 응원으로 매우 인기가 높았는데, 응원을 구경하거나 경기 중에 사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면회하러 온 부모, 애인 등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구경하였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됨에 따라 사회체육이 본격화되었다. 이 법의 제정과 함께 체육의 날, 체육주간 등이 생겼으며,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 하에 학교운동회와 같은 성인들의 연합체육대회도 활성화하였다. 연합체육대회는 시민체육대회, 직장체육대회 등으로 나눠져 개최되었는데, 1962년 6월 서울특별시 체육회에서 제1회 관공서 체육대회를 서울운동장에서 개최하였다. 이 대회는 행정, 사법, 최고회의 등 각 관공서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처음 마련되었는데, 축구, 배구, 줄 당기기 그리고 육상경기가 열렸다. 같은 해 11월 제2회 관광서 체육대회가 효창운동장에서 개최되었다. 2016년 일부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지방자치단체는 행정구역 단위나 직장인 체육대회를 연 1회 이상 개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의 운동회는 단순한 운동회의 의미뿐만 아니라 소속인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협동심, 공동체의식을 고취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집필자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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