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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백제문화 숨 쉬고 있는 공주와 부여

공주에서 부여까지 금강을 따라 이어진 강변도로는 백제의 두 고도를 연결하는 역사의 길이다. 공주 곰나루에서 부여 낙화암까지 아름다운 이 길은 1500년 전 백제의 찬란한 유적과 패망의 슬픈 역사를 지닌 백마강 80리 길이기도 하다. 고대왕국 백제는 한때 중국과 일본에까지 진출한 막강한 제국으로, 고구려·신라와 함께 삼국 시대를 이루었다. 고조선이 망할 무렵 북쪽에서 한강 유역으로 내려온 고구려의 한 갈래인 위례 부락이 차차 큰 세력을 이루어 백제로 발전하였다.

백제의 신비 백제의 신비 백제의 신비 백제의 신비 백제의 신비
[대한뉴스 제836호] 백제의 신비(무령왕릉 발굴)(1971)

백제의 첫 수도였던 한강 유역의 위례성(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일대로 추정)은 주몽의 아들인 온조가 세웠던 성이다. 한강의 풍부한 수량이 농사의 기반이 되었고, 백제는 황해와 이어지는 뱃길로 중국과 일본 등 다양한 나라와 교류를 하면서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발전시켰고, 백제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 고이왕 때에는 한강 유역을 통합하여 고대 왕국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근초고왕 때에는 여러 개의 작은 나라들로 흩어져 있던 마한을 정벌하여 영토를 넓혔다. 그러나 4세기 백제의 전성기가 지난 후 고구려에 위례성을 내주고 남하해야 했다. 5세기 말 고구려 광개토왕의 침입으로 한강 유역을 빼앗긴 후 475년에 문주왕이 공주(웅진성)로 천도하였고 동성왕과 무령왕은 백제의 중흥을 꿈꾸었지만 지형이 협소하고 웅진 앞 금강까지 바닷물이 올라오지 않아 무역에 용이하지 않았다. 아버지 무령왕의 뒤를 이은 성왕은 백제의 중흥을 꾀하기 위해 538년 지금의 부여(사비)로 수도를 옮기게 되었다.

세 번째 수도인 부여는 성왕 때부터 의자왕 때까지 백제의 중흥과 멸망을 함께 한 곳이다. 부여는 부소산과 다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수비에 용이하고 금강을 끼고 있어 농사를 짓기에도 편했다. 지형이 넓고 바닷물이 올라와 백제의 장점이었던 무역을 하기에도 좋았다. 성왕은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신라와 함께 고구려로 쳐들어가 한강 하류 지역을 탈환하였으나, 다시 신라에게 빼앗기고 말았고, 이후 백제는 고구려와 동맹하여 신라를 상대로 치열한 싸움을 시작하였다. 잦은 싸움으로 국력이 쇠퇴해진 백제는 신라의 김유신 장군과 당나라의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 연합군의 공격에 서기 660년 멸망하였다.

백제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두 도시, 공주와 부여에는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와 슬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두 도시에 남은 백제유적은 세계유산 등재로 부흥기를 맞게 되었다.

화려한 백제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꽃 피우다

2015년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를 세계유산으로 통과시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2번째, 충청권에서는 최초로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이 유산들이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삼국 고대 왕국들 사이의 상호 교류 역사를 잘 보여준다는 점과 백제의 내세관·종교·건축기술·예술미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백제 역사와 문화의 특출한 증거라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였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에 있는 총 8개의 유적으로 공주시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2곳, 부여군의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등 4곳, 익산시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2곳을 포함하고 있다.

찬란한 백제문화 출발점에서 ‘박물관의 도시’로 거듭나는 공주

세계가 인정한 백제문화의 출발점은 공주 공산성이다. 사적 제12호로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성인 공산성(公山城)은 문주왕부터 성왕 16년인 538년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대 64년간의 도읍지였던 공주를 수호하기 위하여 축조한 성이다. 금강변 야산의 계곡을 둘러싼 석축산성의 길이는 약 1,900m, 토축산성의 길이는 약 550m로 도합 2,450m이며, 광주리 모양의 둥근 산능선을 따라서 축조하였다. 원래는 토축이었던 것을 조선시대에 석축으로 고쳤다고 한다.

사적 제13호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공주시 중심부에서 서북방으로 약 1㎞ 지점의 송산 중턱에 위치한 백제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무령왕릉과 5~6호분, 동쪽으로 1~4호분이 있다. 일찍부터 웅진시대 백제의 왕릉군으로 알려져 왔으나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됨으로써 왕릉군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공주산성 고적
  • 공주산성 고적(1969)
  • 공주송산리 고분군
  • 공주송산리 고분군(미상)

송산리 고분군 내의 5호분과 6호분 사이에서 발견된 백제 제25대 무령왕릉(재위 501~523년)은 백제사 연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였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고분 중 유일하게 주인을 아는 왕릉으로, 그 속에 부장된 매지권(買地券)에 의하여 왕릉의 주인과 축조시기가 확인된 매우 드문 사례였다. 왕과 왕비가 합장된 능이었으며, 발굴 당시 도굴의 흔적도 없었다. 무령왕릉은 6호분과 같이 터널형 천장의 굴식벽돌무덤으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건축물이었다. 또한 왕과 왕비가 사용했던 금동관식과 금목걸이 등 왕릉에서 출토된 각종 장신구가 모두 4,000여 점에 달했는데, 이를 통해 백제의 발달된 금세공술을 알 수 있으며 백제왕실의 관식과 물품을 짐작할 수 있다. 출토된 부장품들은 현재 국립공주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1986년 1월 1일 공주읍에서 승격된 공주시는 국립공주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박물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의 모든 출토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1964~1992년까지 13차례에 걸친 학술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석장리 유적을 복원시켜 놓은 우리나라 첫 선사박물관인 석장리박물관과 중부권 최대 규모의 산림박물관인 충남산림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와 최다 소장품을 자랑하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공주민속극박물관 등과 더불어 명소로 알려져 있다.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종합개발계획안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종합개발계획안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종합개발계획안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종합개발계획안(1994)

찬란한 백제문화 출발점에서 ‘박물관의 도시’로 거듭나는 공주

백제는 538년에 공주에서 부여로 천도하였다. 백제의 화려하고 슬픈 120여 년의 역사가 담긴 부여군의 세계문화유산에는 관북리 유적(사적 제428호)과 부소산성(사적 제5호),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 정림사지(사적 제301호), 부여 나성(사적 제58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능산리고분군은 백제시대의 무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이전 시기의 왕릉군이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도시 한복판에 조성된 것과 달리 나성 밖에 위치해 있다.

부여 정림사지(定林寺址)는 부여읍 동남리에 위치한 절터로 오층석탑과 함께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석불좌상(石佛坐像)이 남아 있다. 평지 가람의 원류를 보여주는 정림사지는 도성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도심에 세워진 절로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정림사지는 백제의 전형적인 가람배치 방식인 1탑 1금당식이다. 절의 본당을 금당이라 하는데 중문, 탑, 금당, 강당이 남북 일직선상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금당에 들어가면 국보 제9호인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보물 제108호인 석불좌상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익산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과 함께 2기만 남아있는 백제시대의 석탑으로, 세련되고 정제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탑에는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남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 이라는 뜻의 백제 패망의 기록도 남아 있다.

부여는 백제시대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명칭이 바뀌지 않은 유서 깊은 군으로, 공주와 함께 백제문화 흔적들을 보여주는 곳이다. 왕궁지와 수많은 불교유적들, 왕릉유적, 부소산과 궁남지 등 발전했던 백제문화가 밀집되어 있는 한편,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백제여인들이나 황산벌에서 백제 최후를 지킨 영령들의 숨결도 함께 살아있다. 538년부터 660년까지 약 120년 동안 백제의 도읍지였던 부여는 오늘날에도 백제의 자취가 뚜렷이 남아있어, 백제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았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기들의 문화 원류를 보기 위해 줄을 이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백제문화제행사전경
  • 백제문화제행사전경
    (1979)
  • 제36회 백제문화제 무왕행차
  • 제36회 백제문화제 무왕행차
    (1990)
(집필자 : 남애리)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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