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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날이지만 법에 저촉될 수 있기에 카네이션 한 송이에도 많은 고민이 따른다. 선생님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자가 감사의 마음으로 건네는 작은 선물 하나도 이제는 불편해졌다.

2012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승의 날, 선생님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존경합니다(28.2%)”였다. 그 뒤를 이어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26.8%)”와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해요'(26.8%)”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또 같은 설문조사에서 '교사 자신이나 동료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는 81%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 어버이날, 스승의날 카네이션 달아주기(1978, CET0076276(2-1)) 참고 이미지
  • 어버이날, 스승의날 카네이션 달아주기(1978)
  • 제9회 스승의 날 기념행사(1990, DET0045939(4-1)) 참고 이미지
  • 제9회 스승의 날 기념행사(1990)
  • 스승의날 기념식(1991, DET0047170(1-1)) 참고 이미지
  • 스승의 날 기념식(1991)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승의 날

우리나라에 스승의 날이 생기게 된 건 한 학교 학생들의 영향이 컸다. 1958년,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의 청소년 적십자단(RCY) 학생들이 병석에 누워계신 선생님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 뒤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이를 계기로 충청남도에서는 1963년 9월 21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사은 행사를 했고 그해 10월 청소년적십자중앙협의회에서 전국행사로 확대했다. 이듬해 5월 개최된 제13차 RCY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고쳐 불렀고 날짜도 5월 26일로 바꿨는데 이것이 제1회 ‘스승의 날’이라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의 노고를 바로 인식하고 존경하는 기풍을 길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이 ‘스승의 날’을 정한다.”

<스승의 날 제정 취지문 중>

그리고 1965년 4월에는 기존의 5월 26일이 아닌,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다.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로,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러나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庶政刷新, 1970년대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여 건전한 국민정신을 진작시키려던 정신개혁 운동) 방침에 따라 53개에 달했던 각종 기념일을 27개로 줄여 26개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날’과 ‘스승의 날’은 ‘국민교육헌장선포일(1968년 12월 5일)’로 통합되어 폐지되었다.

이후 대한교육연합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신) 등이 ‘스승의 날’을 부활시키자는 활동을 벌이면서 9년만인 1982년에 교권확립을 위해 부활했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1982년 첫 행사에서는 전국 30만 교원들의 새로운 스승 상과 각오를 담은 ‘사도헌장’과 ‘사도강령’을 선포하였고, 전국 학교와 관계기관에선 옛 스승 찾아뵙기 운동, 은사의 밤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스승의 날 행사계획(1982, BG0001202 (36-1)) 참고이미지
스승의 날 행사계획(1982)

하지만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스승의 날’은 조금씩 변질되었다. ‘스승의 날’이 되면 교사들의 촌지 문제가 뉴스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1997년 교육계 비리를 수사 중이던 서울지검 특수 2부 수사팀에 한 여교사의 촌지기록부가 적발되면서 스승의 날 촌지 문제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현장에 갔던 수사관은 ”이 기록을 훑어보니 1년 동안 빈칸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특히 학기초와 학기말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촌지합계액이 4백만~5백만 원대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초등교 여교사 촌지기록부 충격 스승의날 '5월 수금' 500만원>, 《경향신문》, 1997.06.20.

이 사건을 비롯해 끊이지 않는 촌지문제의 근절을 위해 1997년 감사원은 교사들의 촌지 등 교내 금품수수행위에 대한 무기한 특별감사를 하기에 이른다. 188 신고센터를 열어 24시간 학교 내 금품수수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스승이 이런 물욕에 눈이 먼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스승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대구 입석초등학교 김덕곤 교사는 자신의 제자가 가정의 문제로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자신의 호적에 올려 성까지 김씨로 고치며 학업을 이어가게 도와줬다. 학비가 없는 학생들을 지원해주며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학용품과 옷 등을 사주면서 친자식처럼 보살펴 진정한 사도(師道)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촌지문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학부모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78.8%가 “스승의 날이 부담된다.”고 답하자 스승의 날 무용론 등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1998년 이후부턴 상당수 학교가 학교로 들어오는 학부모들의 선물을 차단하고, 사회의 곱지 않은 시각을 의식해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학교 문을 닫으며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어 보려 노력했다.

“서울 시내 529개 공, 사립 초등학교 교장들의 모임인 교장회는 10일 이번 스승의 날을 ‘가정 체험 학습일’로 정해 학교 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 수업 일자 조정은 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으나 스승의 날에 서울 초등학교가 모두 함께 휴교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서울초등학교 교장회 15일 임시휴무 결정 스승의 날 휴교 '누굴 위해서…'>, 《경향신문》, 1999.05.11.

아름다운 사제지정을 만들고자 부활한 ‘스승의 날’이 17년 만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불편함을 가중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 학부모와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 등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여전히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선물 가능 여부에 관한 문의가 국가권익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쏟아진다.

교사와 학생 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어떤 선물도 금지되지만,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 꽃은 허용된다. 졸업 후 은사를 찾아뵙고 선물하는 행위는 인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했거나 졸업해 교사와의 직무 관련성이 없을 때는 꽃과 선물(100만 원 이하)을 허용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현직 교사가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청원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대한뉴스 제1801호] 제9회 스승의 날(1990, CEN0001771(3-1)) 참고 이미지
[대한뉴스 제1801호] 제9회 스승의 날(1990)

스승의 날은 본래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날의 가장 중요한 존재가 ‘스승’이 아닌 ‘선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감사의 마음을 현물로 대신하려 했던 지난 날의 잘못이 사제 간을 불편하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그래도 요즘 학생들은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거나 롤링 페이퍼를 써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선생님께 전한다고 한다. 어른들이 법의 해석을 따지고 들 때 학생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스승의 날' 역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기념일이 아니었던가. 약 50년 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고 사제 간의 정을 나누는 진짜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집필자 : 최유진)

참고자료

  • 대한적십자사 (http://www.redcross.or.kr)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 「恭敬(공경)과 사랑으로 教權(교권)확립하자」, 동아일보, 1982.05.03.
  • 「어려운 학생 33년 보살핀 참스승」, 매일경제, 1997.05.15.
  • 「'스승의 날' 선물 1만~3만원 64.3%」, 동아일보, 1998.05.01.
  • 「스승의 날에 더 쓸쓸한 스승」, 경향신문, 199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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