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상당수의 국민들은 농업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먹거리는 대부분 땅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농업은 현재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이제 먹는 문제가 배만 채우면 되는 단계로부터 벗어나 영양과 자연보호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됨에 따라 농업은 더욱 더 중요한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광복 후,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국가였고,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이었다. 이 시기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을 조직하여 농업발전과 환경개선을 이끈 것이 농협이었다.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로, 농업인이 모여 협동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만든 농업생산자 단체이다. 농협은 농업 및 생활자재 구입, 생산농산물 판매, 필요자금 조달 등 가입 조합원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이 1인 1투표권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최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농협은 현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가운데 가장 큰 조직기반과 사업규모를 가지고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전형적 농업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농업협동조합의 설립은 국민의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농협은 바로 결성되지 못하고 오랜 논란 끝에 1958년에 가서야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때는 농민들의 금융을 담당하는 농업은행과 농촌지원을 담당하는 농협이 따로 설립되었다. 초창기의 농협은 외형상 전국적 조직체계를 갖추기는 하였으나, 조직․경영기술이 미숙했고 금융사업은 농업은행이 맡는 바람에 자금력 또한 부족하였다. 이로 인해 농협은 당초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농협이 오늘날과 같은 거대규모로 성장한 계기는 1961년 이후였다.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농업은행과 농협을 통합하여 금융과 지원을 한 울타리에 두는, 전면 개편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농협을 발족시켰다. 이로써 농협은 농업경영자인 농민들의 일정한 경제활동을 공동으로 영위하여 농업경영을 발전시키고 농민들의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경제단체를 표방하였다. 자금과 지원 양면에서 권한을 가지게 된 농협은 농촌경제의 발전뿐만 아니라, 농촌생활 전반을 통제·조직하는 절대적인 기구로 발돋움하였다. 발족 당시 농협은 도지부 8개, 시·군 조합 140개(지소 383개), 특수조합 257개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에는 지역별로 작게 쪼개진 농협단위로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대단위 합병운동을 벌여 2만 1천 여 개의 이동(리동)조합을 1,500여 개의 읍면농협으로 통합하였다. 이 읍면농협은 단위농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1970년대 농협은 농촌 새마을사업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1980년대에는 시·군조합을 중앙회에 흡수시키고 전문농협을 중앙회의 회원으로 하는 2단계 조직으로 개편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농협은 상당한 변화를 맞는다. 이전에는 농협의 설립 자체가 국가 주도였기 때문에 아무리 조합원 1명이 1개의 투표권을 가진 조직이었다 하더라도 사실 국가의 관리 아래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88년부터 원래의 협동조합의 취지를 살려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게 되었다. 1994년에는 중앙회 이사회의 2/3 이상을 회원조합장으로 구성하도록 하여 민주적 운영을 강화하였다.
농협은 1990년대 들어서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농산물의 수입 압박에 대처하여 ‘신토불이(몸과 땅은 둘이 아니다)’를 내세우며 우리 농작물 소비를 촉진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쌀의 수집과 처리 등의 기술을 대폭 향상시켜 농촌의 쌀을 도시로 공급하는 유통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농산물을 공급하는 물류센터를 만들어 ‘하나로마트’ 라는 이름을 걸고 지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중간 유통마진을 없앤 농산물직거래 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 직거래사업으로 농민은 도매시장에 출하할 때 보다 평균 13.4%의 높은 가격을 받고, 소비자는 일반소매상보다 평균 18.2%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에는 시장 개척이고 도시 소비자들에는 좋은 품질의 농작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농협은 중앙회에서 일반은행과 유사한 금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반 여·수신 업무, 내외국환 업무, 상호금융, 팩터링, 환매조건부 국·공채매출, 국·공채의 인수매매, 신용카드 업무 등 일반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취급한다. 최근에는 증권회사도 인수하여 금융사업을 점점 더 확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