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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는 것의 의미  낙동강

해마다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낙동강을 찾는다. 남북한 전체로 따지자면 압록강 다음이자, 남한에서는 제일 긴 강의 하구를 사시사철 찾아드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철새들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이 강엔 과연 그동안 어떤 이야기들이 찾아들고, 떠나갔을까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咸白山, 1,573m)에서 발원하여 영남지방의 중앙저지를 통하여 남해로 흘러든다. 천삼백 리 길을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은 삼국시대에는 ‘황산강’, ‘황산하’, ‘황산진’으로 불렸다. 당시 낙양(지금의 상주)의 동쪽에 있으므로 낙동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된 낙강과 영양 일월산에서 내려오는 반변천인 동강이 만났다 하여 낙동강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야기가 맞든 낙동강은 꽤 오랫동안 ‘낙동강’이란 이름으로 불렸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함께했다.

[대한뉴스 제397호] 낙동강 철교 개통(1962, CEN0000315(4-1))참고 이미지
[대한뉴스 제397호] 낙동강 철교 개통(1962)

민족의 슬픔이 흐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했다. 북한군의 제1차 목표였던 수도 '서울'이 3일 만에 함락되고 7월 말 북한군은 한반도의 95%를 점령했다. 그렇게 낙동강까지 300km를 밀려 내려온 우리군과 유엔군은 8월 1일 워크 라인이라는 낙동강 방어선을 설치한다. 이에 따라 8월 3일 왜관에 사는 전 주민에게 소개령이 내려졌고 적이 강을 넘는 것을 막기 위해 왜관 철교를 비롯해 낙동강의 모든 교량을 폭파했다. 그러나 인민군 4만여 명은 이에 굴하지 않고 8월 16일 집결, 대규모 남진 작전을 벌인다.

미제5해병대 낙동강에 진군(1950, CET0048224(1-1)) 참고 이미지
미제5해병대 낙동강에 진군
(1950)
UN군 6.25동란 낙동강 방어선 방어(1950, CET0048218(1-1)) 참고 이미지
UN군 6.25동란 낙동강 방어선 방어
(1950)

중국의 인해전술에 대응하여 작전을 책임지던 미군 워크 중장은 일본에 있는 맥아더 원수에게 폭격을 요청했다. 이 요청에 따라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기 B29, 98대가 왜관 서북방 67㎢에 26분 동안 90t이나 되는 폭탄을 투하했다. 이 폭격으로 약목역 근처는 초토화되었다. 피로 물든 낙동강이었다. 약 21일간 밤낮으로 벌어진 낙동강 방어선전투(1950년 8월 4일∼8월 25일)에서 가장 많은 전사자가 발생한 곳은 1950년 8월 13일부터 24일까지 국군 1사단과 북한군 3사단이 전투를 벌였던 328고지였다. 이 고지를 우리 군은 7차례 빼앗기고 8차례 되찾았다. 이곳에서 아군은 1만여 명, 북한군 1만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비극적 상황을 목격한 당시 부산 사범대 교사였던 작곡가 윤이상과 시조시인 이은상은 「낙동강」이란 곡을 만들어 그들의 혼을 위로했다.

“보아라/ 신라 가야/ 빛나는 역사/ 흐르듯 잠겨있는/ 기나긴 강물/ 잊지마라 옛 사나이들아/ 이 강물 내 혈관 피가 된 줄을/ 오! 낙동강 오! 낙동강 끊임없이/ 흐르는 전통의 낙동강, 전통의 낙동강”

그렇게 나라를 수호하려던 젊은이들의 애국심은 낙동강과 함께 흘렀다. 2000년 우리 군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 328고지를 포함 낙동강 방어선 부근을 시작으로 유해 발굴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금까지 총 1,369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변화의 물결이 흐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며 낙동강은 국토 재건사업과 더불어 새로운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정부는 홍수와 한발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 주류 4대 강인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수계 종합개발계획을 세우고 홍수 조절과 농·공업 및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다목적 댐 건설을 연차적으로 추진했다. 전국 주요 4대 강에 15개의 다목적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는데 낙동강 수계에 가장 먼저 건설된 것이 바로 안동댐이었다. 안동댐은 단순히 농업만을 위한 계획은 아니었다.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려는 정부는 포항, 구미, 창원, 울산, 마산 등 낙동강 중·하류지역에 집중된 대규모 공단의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강 상류 댐 건설이 필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안동댐(1976, CET0042185(1-1)) 참고 이미지
안동댐(1976)
안동댐(1976, CET0042185(5-1)) 참고 이미지
안동댐(1976)

“이제 이 댐에 담긴 태백 준령의 맑은 물로써 국토를 기름지게 하리라. 풍요를 약속하는 이 댐은 영원한 민족번영의 원천수로서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남으리.”

-안동다목적댐 준공 기념탑의 준공명문 中-

국비 326억 5천 900만 원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 등 외자 1천 715만 5천 달러까지 총 436억 100만 원이 들어간 안동댐이 1976년 탄생했다. 구미와 창원, 울산시 등 낙동강 중하류 공업도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

낙동강연안개발사업을 위한 ABD 차관협정 체결(1977, BG0000984(33-1))  참고 이미지
낙동강연안개발사업을 위한 ABD 차관협정 체결(1977)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낙동강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악덕 기업들이 정화하지 않은 공장 폐수를 쏟아내고 거기에 생활하수가 늘어나면서 낙동강은 붉고 푸른 띠가 범벅인 채 죽어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경북, 대구, 경남, 부산 지역 1천여만 명의 식수가 위협받게 됐다. 1991년 3월에는 문제의 ‘페놀 오염 사건’이 터진다.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낙동강으로 무단방류된 페놀 원액 30t이 대구시 식수의 70%를 공급하는 다사수원지로 유입되면서 대구시 수돗물에 악취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사건 발생 직후 시민단체들은 대책협의회를 구성, 두산 제품 불매운동 등 본격적인 항의 활동에 들어갔지만 4월 22일, 또 한 번 낙동강에 페놀이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시 허남훈 환경처 장관이 해임되는 등 큰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은 지금도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환경사건이자 환경문제의 공포감을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켜준 사건이었다.

페놀 사태 이후 정부는 낙동강 수질 관리계획과 「낙동강 특별법」 제정 등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하여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수질 개선은 여전히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2004년 구미공단과 김천공단 내 업체들을 통해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유출되는 등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거기에 4대강 사업도 낙동강 수질 오염 논란을 일으켰다. 4대강 사업 후 낙동강에서 매년 녹조가 발생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대구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구시는 현재 취수원 이전 문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류(中流)의 오염논란이 무색하게 낙동강 하류는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매년 겨울이면 찾아와 눈부신 군무를 펼친다. 이 지역의 생물, 지질 및 해양환경 등은 학술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1966년, 제179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수질오염과 개발 바람에 몸살을 앓으며 철새의 종류와 철새 집단의 크기가 해마다 줄고 있다.

낙낙동강하류철새(1978, CET0059953(1-1))  참고 이미지
낙동강하류철새(1978)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미상, CET0063783(1-1))  참고 이미지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미상)

낙동강은 우리에게 전쟁의 상흔을 씻겨주고, 불모지였던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물길이 되어주었다. 우리의 슬픔과 기쁨 사이를 말없이 흘렀다. 그 물길을 깨끗하고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집필자 : 최유진)

참고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 「경북의 댐 30년-(1)축복 그리고 원망…맏이 '안동댐'」, 매일신문, 2005.04.07.
  • 「그 겨울, 거대한 군무를 만나다,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문화유산채널
  • 박창희, 『을숙도, 거대한 상실』, 페이퍼로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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