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최근 개를 키우는 우리나라 인구수가 1,000만을 육박하고 있다. 도시화가 되면서 아파트 주거 문화 속에서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작은 외래종 개가 선호되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진돗개’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이 진돗개는 언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가 된 것일까?
우리나라 토종개의 역사에서 일제강점기는 수난기였다.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다양 다종한 토종개들이 있었다. 진돗개를 비롯해서 풍산개, 삽살개, 동경개, 해남개, 거제개 등의 중형견이상의 개뿐만 아니라 소형견도 다양 다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가 우리 토종개를 수탈해 갈 자원으로 보고 대규모 도살을 감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중·대형견 이상의 개들이 거의 전멸하기에 이르렀다. 개가죽을 전쟁 때 방한용으로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 193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은 진돗개만이 우여곡절 끝에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났는데 일제가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정한 이유는 일본의 기슈견과 닮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풍산개도 194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았으나,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가 최근 북한에서 다시 복원해 육성중이라고 한다.
광복이 되면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토종개인 진돗개는 1958년 문교부에서 진돗개의 보호 육성에 대해 고시 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진돗개를 우리나라 대표 토종개로 정식으로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진돗개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의 의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1967년 제정된 「한국진돗개보존육성법」에 의하여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또, 1968년 한국진도견보육협동조합이 발족하여, 진돗개의 외부 반출과 혼혈 방지 등 잡종도태에 힘써 우수한 혈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돗개는 과연 어떤 개일까? 1967년에 제정된 「한국진돗개보존육성법」에 의하면 진돗개는 진도군이 원산지인 개로서, 진돗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여 고시하는 혈통과 표준 체형을 갖춘 개를 말한다.
진돗개의 기원에 대해서는 송나라 배가 파선해 그 배에 있던 개가 표착했다는 설, 몽고 목장개가 진도 목장견으로 쓰였다는 설, 진도 토종개가 늑대와 교배해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근래 중국·일본·한국 남해안의 패총이나 선사유적들에서 나오는 개 뼈로 보아 신석기 때부터 있어 온 개가 진도라는 섬의 지리적 특수성 속에서 외래견과의 혼종이 덜 되어 진돗개로 발전했다는 학설이 신뢰성을 얻고 있다.
진돗개의 표준은 「한국진돗개보존육성법」에 세세한 항목으로 정하고 있는데, 대략 겉털은 강하고 윤택하며, 얼굴에는 부드러운 털이 빽빽하고, 꼬리의 털은 약간 길며, 털색은 황색 또는 백색인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키는 수컷은 50∼55㎝, 암컷은 45∼50㎝이며, 머리와 얼굴은 정면에서 보아 8각형을 나타내며, 야무진 턱에 전체적인 인상은 온순하면서도 예민해 보이는 것이 진돗개의 특징이라고 한다.
진돗개는 성격이 대담하고 후각과 청각이 아주 예민하여 사냥에 적합하며 쥐 사냥도 잘한다. 또한 충직하고 영리하며 귀소본능이 뛰어나 애완용이나 집 지키기에도 적합한 개이다. 1년에 두 번 새끼를 낳으며, 교미한 지 60∼63일이 지나면 3∼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진돗개는 처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938년에는 약 4,000마리의 진돗개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1965년에는 약 7,000마리까지 늘어났다가, 1969년에는 3,042마리로 급격히 감소되었다. 이후 꾸준한 진돗개 육성을 통해 2005년 국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6개월령 이상 성견(成犬) 사육 호수는 7만 가구에 이르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진돗개는 1995년에는 국제보호육성동물로 공인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