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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애국가 아리랑

민족혼과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아리랑

“지금 이곳을 떠나는, 떠나려는 이 영진은 죽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갱생의 길을 가는 것이오니 여러분 눈물을 거두어주십시오…”
애절한 변사의 해설과 함께 영진은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고, 이어 주제가 ‘아리랑’ 흐른다.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의 한 장면이다. ‘아리랑’이 흐를 때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항일민족정신을 느끼게 하는 영화의 주제에 감동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리랑’을 들으면서 힘든 시대를 살았던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넋두리와 회한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리랑이 어느 시대에 생겨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발이 달린 듯 전국적으로 아니 바다 건너 해외에 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특히, 암담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 겨레와 민족에게는 민족혼과 함께 애국심을 자아내게 했던 민족의 노래다. ‘아리랑’은 우리에게 그런 노래다.

‘고운 님’ 아리랑, ‘쓰린 님’ 쓰리랑

한 나라에서 과연 그 나라의 국가(國歌)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불리는 노래가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그런 노래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리랑’을 꼽을 것이다. 아리랑은 세대를 뛰어넘어, 시대를 초월해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로운 노래다. 아리랑은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가진 상징적인 노래이다.

제19회 전국민속예술경연예술제-정선아리랑 썸네일 이미지
제19회 전국민속예술경연예술제
-정선아리랑(1978)
한국인간문화재종합예술제-정선아리랑 썸네일 이미지
한국인간문화재종합예술제
-정선아리랑(1978)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여성들 썸네일 이미지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여성들
(1990)

그런 아리랑의 시작에는 여러 설이 있다. 심지어 30종에 가까운 어원설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정설이 없다. 아마도 아리랑이 구전되어 전해진 것처럼 그 어원설도 다양하게 많은 것 같다. 아리랑의 시작을 말하는 첫 번째 설은 아랑설(阿娘說)이다. 아랑설은 옛날 경남 밀양 사또의 딸 아랑이 통인(通引)의 요구에 반항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 이를 애도하면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제9회 밀양문화제 썸네일 이미지
제9회 밀양문화제(1965)
아랑사 전경 썸네일 이미지
아랑사 전경(1965)
제14회 밀양아랑제 서막식 썸네일 이미지
제14회 밀양아랑제 서막식(1971)

두 번째는 알영설(閼英說)이다. 알영설은 삼국유사에 나타난 전설을 근거로 만들어졌는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의 부인이었던 알영을 찬미하여 ‘알영 알영’하고 노래 부른 것에서 ‘아리랑 아리랑’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아이롱설(我耳聾說)이다. 아이롱설은 경복궁 중건 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백성들이 원납금 성화에 못 견뎌 하며 ‘단원아이롱 불문원납성(但願我耳聾 不聞願納聲)이라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 말 뜻을 풀이하면 ‘원하노니 내 귀나 어두워져라, 원납소리 듣기도 싫구나’하는 것으로 어려운 형편에 원납전을 내야하는 자신들의 힘든 상황을 노래에 실어 보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롱(我耳聾)'이 '아리랑'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 아이롱설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설 가운데 ‘아이롱’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경복궁 중건에 힘이 들었던 백성들이 한풀이처럼 아리랑을 만들었고 그 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민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리랑은 어떤 뜻이 담긴 말일까? 아리랑의 ‘아리’는 ‘아름답다, 곱다’ 등의 뜻을 가진 옛말이며. ‘랑’은 ‘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라 향가에 죽지랑, 기파랑이 나오는 것처럼 여기서 ‘랑(郎)’은 젊은 남녀를 말하고 있다. 즉, ‘아리랑’은 ‘고운 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쓰리랑’에서 ‘쓰리’는 마음이 아프다, 쓰리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로 ‘쓰리랑’은 ‘마음이 쓰릴 정도로 그리운 님’을 뜻한다고 하겠다. ‘아라리요’는 ‘가슴이 아리다’를 뜻을 갖고 있는 말로 이 모든 것을 조합해 볼 때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라는 노랫말은 ‘마음이 아리고 쓰리도록 고운 님’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많은 아리랑에 민족 정서 오롯이 담아

아리랑은 남북을 통틀어 약 60여 종, 3천 6백여 수에 이른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의 3대 전통민요 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 지역마다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는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이다. ‘정선아리랑’은 민요적 전통성과 지역성이 강하며 대체로 구성지고 느린 가락에 생활의 체험을 담은 노랫말이 특징이다. ‘진도아리랑’은 ‘부요(婦謠, 부인들이 부르던 민요)’적인 성격과 육자배기 선율구조를 지니고 교환창(交換唱) 내지 선후창(先後唱) 방식이다. ‘밀양아리랑’은 남녀관계를 소재로 한 사설이 경쾌한 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리랑 썸네일 이미지
아리랑(1991)

3대 전통 아리랑 외에도 평안도에서는 '서도아리랑', 강원도에서는 '강원도아리랑', 함경도에서는 '함경도아리랑'과 '단천아리랑', '어랑타령', 경기도에서는 '긴아리랑' 등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이 있다. 또 한말에 춘천에서 의병투쟁을 벌일 때 부른 ‘춘천아리랑’, 대원군과 민비의 권력 싸움을 민중들이 성토한 ‘본조아리랑’, 민주 광복군의 독립의지를 담고 있는 ‘광복군 아리랑’, 조국을 빼앗기고 소련으로 떠난 알마아타시의 한인들이 부른 ‘치르치크(Chirchik) 아리랑’ 등이 있다.

“무형문화유산은 전통 문화인 동시에 살아있는 문화이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해 온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을 아우른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통해 생활 속에서 주로 구전에 의해 전승되어 왔다.”

[원각사 개원예술제] 아리랑 썸네일 이미지
[원각사 개원예술제] 아리랑(1959)

유네스코에서 정의내리고 있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정의이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여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무형문화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당시 유네스코에서는 아리랑이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되며 공동체 정체성의 징표이자 사회적 단결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유네스코는 아리랑이 여러 공동체에서 지역과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전승돼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리랑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아리랑은 이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며 우리 민족의 수많은 삶이 각인되어 있어 단순한 민요의 틀에서 벗어나 문학과 역사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아리랑을 부르는 사람들은 슬픔과 기쁨 속에서 삶을 짓누르는 현실을 마음껏 표출했던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 저변에 깔린 정서의 가락이며 민족 동질성의 구체적 표현이다.

(집필자 : 남애리)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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