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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의 합의에 의해 가정을 이루다

결혼은 두 성인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어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쌍방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결혼의 주요한 법적 기능은 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혈연관계를 정하는 데 있다. 또한, 배우자뿐 아니라 자손에게도 합법적인 지위를 주며 상속권을 비롯하여 그 사회의 전통에 따라 정해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전통혼례 전통혼례 전통혼례 전통혼례 전통혼례
[대한뉴스 제1775호] 전통혼례(1989)

인류가 오랫동안 결혼제도를 이어온 것은 결혼이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의 재산을 축적하고 사회적인 역할과 지위를 얻으며, 자녀 출산 및 양육의 기회, 성별 분업 등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러 기능이 있으며, 정서적으로는 인간의 성 및 애정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결혼의 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가장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정을 만들었으며, 인류의 영속성을 이어 왔다. 최근 들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생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혼인신고특별법 공포(안) 혼인신고특별법 공포(안)
혼인신고특별법 공포(안)(1968)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 확산

최근 청년들을 중심으로 ‘비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연애는 해도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가기는 싫어하며, 부모세대처럼 결혼이 필수라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도 변하고 있다. 2016년 실시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조사에서 64.7%가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청소년 통계에서는 13~24세 청소년의 51.4%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달라진 결혼 풍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결혼제도의 다양화를 실현하고 있는데, 1999년 동거 가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실과 제도 간의 괴리가 크다. 가족의 형태는 점점 변하는데,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없으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도 불가능하다. 동거인 중 한 명이 위독할 경우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도 없다.

‘결혼은 필수’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옅어지고, 전 연령층에 개인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 가구 등에도 법적·현실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축복받고 인정받는 결혼식

결혼이 하나의 사회제도라면, 결혼식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되기를 서약하는 의식이다. 나라와 민족 또는 종교에 따라 방법과 절차는 다르지만, 신랑 신부가 양쪽 집안의 어른들과 친지, 벗들에게 결혼을 알리고 축복도 받기 위해 예식을 치른다.

  • 한국결혼 풍습
  • 한국결혼 풍습
    (1958)
  • 귀순용사합동결혼식
  • 귀순용사합동결혼식
    (1969)
  • 가정의례준칙에 의한 55쌍 합동결혼식
  • 가정의례준칙에 의한 55쌍 합동결혼식
    (1974)

우리나라의 전통 결혼식은 조선시대 주자학의 영향을 받은 『주자가례』의 유교식 절차로 치러졌다. 사모관대 차림의 신랑이 조랑말을 타고 신부의 집으로 가서 초례상을 사이에 두고,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쓴 신부와 마주 서서 치르는 전통 결혼식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1970년대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다. 요즘엔 대부분 예식장에서 서양식 결혼식을 하거나 교회나 절에서 종교의식에 따라 결혼식을 치른다. 또한 형편에 따라 수십 쌍이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선서를 하고 하객들의 축복과 지지를 받는 의식으로 상징성을 띤 절차가 포함된다. 보통 종교에서 신성한 것으로 규정하는 이 의식들은 신혼부부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절차가 대부분인데, 자녀를 많이 갖기를 바라는 다산(多産)과 관련된 의식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의식으로는 신혼부부나 이들의 신혼 침대에 곡식을 뿌리거나 과일을 보기 좋게 놓아두는 것, 폐백의식에서 대추를 뿌리는 것 등이다. 또한 신성한 결합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서로 손을 잡거나 반지나 사슬을 나누어 갖거나, 끈으로 옷을 묶는 경우도 있다.

  • 전통혼례식
  • 전통혼례식(1982)
  • 전통혼례식
  • 전통혼례식(1983)
  • 결혼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부부
  • 결혼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부부
    (1991)

작지만 개성 있는 ‘스몰 결혼식’ 선호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작지만 실속 있는 결혼식을 하자는 ‘스몰웨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도 시골의 풀밭에서 일가친지들만 모시고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예식장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치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한 결혼식’이 싫다는 것이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위해 ‘청와대 사랑채’ 같은 무료시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주례 없이 진행하는 이른바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거나, 신랑신부의 공동입장, 양가 부모의 덕담으로 끝내는 결혼식도 있다. 엄숙함이나 경건함 보다는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예식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개성 있는 결혼’이 널리 확산되려면 조금씩이라도 결혼문화를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비싼 비용을 들여 호사스런 결혼식을 하고 예단, 예물 등 허례허식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집필자 : 남애리)

참고자료

  • 『결혼의 역사와 문화』, 한국학술정보, 2006.
  • 『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 푸른역사, 2012.
  • 연합뉴스, 「점점 달라지는 결혼 풍경, 젊은 부부들 “예식장, 예물 비용 후회.. 스몰웨딩 시도할걸”」, 2017.4.16.
  • KBS, 「청소년 절반 "결혼은 선택"... 저출산 더 우려」, 2017.4.19.
  • 헤럴드경제, 「청년은 외면하고 노년은 갈라서고... 지금은 '결혼 수난시대'」, 201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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