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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2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수가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전까지 물은 햇빛이나 공기와 같은 자유재 개념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 시장의 경제 규모는 2010년 3,990억 원에서 2015년 6,220억 원으로 5년 만에 56%가량 성장했고 2020년엔 시장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을 사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먹는 물은 그야말로 ‘돈 되는’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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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물 관리법 공포안(1994)

1960년대 우리에게 식수를 가장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물을 끓여 먹는 것이었다. 1976년 주한미군에게 ‘다이아몬드 정수’가 공급되고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 중 외국인 선수들에게 생수 공급이 허용됐지만 생수는 엄연히 내국인에겐 판매가 금지되었다.

"생수 시판을 허용하는 쪽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생수를 찾는 현실적인 수요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현실론의 입장이다. 그러나 생수 시판을 반대하는 쪽은 허용할 경우 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함께 계층 간의 엄청난 위화감을 조장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정해진 노선과 시간 계획에 따라 운행되는 운송 수단을 정해진 요금을 치르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정규 노선을 따라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항공노선, 연안여객 노선, 도시철도,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이 해당한다.

<맑은물 선택권 생수 시판 계층간 위화감 >, 《동아일보》, 1991.04.09.

1989년엔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1990년엔 발암물질 트리할로멤탄이 검출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에 1991년 3월 14일, 낙동강이 페놀 원액에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져 갔다. 1993년 10월 보건사회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수돗물에 대한 당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5일 보사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년 동안 12개 광천수 제조업체가 생산한 생수는 24만 1천 4백 여톤으로 이 중 98.5%가 국내에서 유통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3백 31억 7백만 어치에 달하는 것이다."

<生水 생산 98% 불법 국내시판 보사부 國監(국감)자료>,《동아일보》, 1993.10.06

국내에서 생수 판매는 불법이었지만, 국민 다수가 불법으로 생수를 사 먹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였다. 여기에 생수 업자들은 생수의 시판 및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책에 대해 헌법 소원을 내기에 이른다. 이에 1994년 대법원은 "먹는 샘물의 유통금지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1995년 국회가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하여 생수 산업을 합법화시키게 된다. 그렇게 1988년부터 약 7년간 혼란을 거듭해오던 생수에 관한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잡음은 끝나지 않았다. 먹는 샘물의 용기 재질과 수질 개선부담금 부과율, 수질 기준 등과 관련해 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1995년 당시 서울 수돗물값 1t에 2백원, 0.5ℓ짜리 콜라병에 담으면 1원에 10병을 살 수 있었다. (중략) 놀라운 것은 먹는 샘물(생수 값)이 0.5ℓ에 엊그제까지 4백 원, 휘발유 값을 능가하더니 이것이 하루아침에 560원으로 40%나 뛰었다. 휘발유 값의 1.8배가 된 것이다."

<횡설수설>, 《동아일보》, 1995. 05. 10

당시 먹는 샘물의 값은 수돗물의 값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기 때문에 미생물뿐 아니라 중금속 등 각종 유해물질과 다른 일반 항목 등도 수돗물과 비교해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생수 용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환경부는 생수용기로 사용되는 페트병의 재활용이 어렵다고 판단, 1ℓ 이하의 소형용기 판매 시 유리병 사용을 권고했다. 환경 측면에선 바람직한 조치였으나 제조업자들에겐 운반비가 많이 든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 역시 깨질 경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거기에 먹는 샘물의 유통기한을 6개월로 정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 먹는 샘물을 판매하려는 외국 업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에 환경부는 소형 용기의 유리병, 페트병 혼용을 허용하는 대신, 업자들에게 폐페트병의 회수와 처리를 전담하는 사업자단체 구성을 의무화해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향을 제안했다. 그리고 유통기한 역시 원칙적으로 6개월로 정하되 이 기간을 초과해도 품질변화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면 유통기한을 적절하게 연장해 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1994년 5월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먹는 샘물’이란 이름으로 생수가 시판되었다.

먹는 샘물의 과열 광고를 막기 위해 공중파 TV 광고는 억제하는 대신 신문, 라디오, 케이블 TV의 광고는 허용하기로 했고 광고 문구 역시 '최고', '특', '생수', '약수' 등의 과장된 표현이나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현은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2013년부터 먹는 샘물의 지상파 TV 광고가 허용되면서 업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한뉴스 제1965호] 맑은물, 깨끗한 식수대책(1993, CEN0001935(2-1))참고 이미지
[대한뉴스 제1965호] 맑은물, 깨끗한 식수대책(1993)

[먹는 물 관리법]은 비단 먹는 샘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먹는 물 관리법] 제정의 가장 큰 목적은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먹는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수질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함이었다. 먹는 물이란 먹는데 사용하는 자연 상태의 물과 물을 먹는데 적합하게 처리한 수돗물, 먹는 샘물 모두를 말한다. 정부는 수돗물을 식수로 먹는 것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서울시는 2001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브랜드로 '아리수'를 만들어 맑은 수돗물 공급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돗물 홍보협의회가 2013년, 만 20세 이상 서울시민 2,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서울시민 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4.9%에 그쳤다. 많은 이들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37.8%)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이물질 및 냄새 때문에’(23.1%),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21.9%) 등의 이유가 뒤를 따랐다. 서울시는 이러한 불신을 줄이기 위해 ‘낡은 옥외 상수도관’을 97% 교체했고, ‘주택 내 노후 급수관’도 46%가량 교체를 마쳤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사람들의 비율에 있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 이수성 국무총리 수질개선기획단 현판식 참석(1997, DET0030523(1-1)) 참고 이미지
  • 이수성 국무총리 수질개선기획단 현판식 참석(1997)
  •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전경(1999, DET0032545(2-1)) 참고 이미지
  •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전경(1999)
  • 이한동 국무총리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전경(2000, DET0033077(3-1)) 참고 이미지
  • 이한동 국무총리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전경(2000)

‘물’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그동안 ‘물’이란 ‘믿음’이었던 것 같다. 그 믿음이 깨어지는 건 한순간이었고, 다시 돌이킨다는 것은 물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힘든 일이었다. 먹는 물 관리를 제대로 하는데 필요한 건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먹는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관리, 지도, 감독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의 믿음’을 ‘물’로 보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아닐까 생각된다.

(집필자 : 최유진)

참고자료

  • 두산백과 (http://www.doopedia.co.kr)
  • 피터 H. 글렉, 『생수, 그 치명적 유혹 : 세계적인 수자원 전문가가 폭로하는 생수 산업의 실체』, 추수밭, 2011.
  • 「生水(생수) 유통기한 6개월 1ℓ이하 유리병사용 의무화」, 경향신문, 1995.01.25.
  • 「지하철시대 10年」, 경향신문, 1984.08.16
  • 「생수용기 유리병 의무화 값비싸져 소비자만 부담」, 동아일보, 1995.02.13.
  • 「生水(생수)용기 유리병사용」백지화, 매일경제, 1995.04.22.
  • 「수돗물은 식수다 (2) 수돗물의 오해와 진실」, 경향신문, 2016.07.05.
  • 한국식품과학회, 『식품과학기술대사전』, 광일문화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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