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지방자치법」 제1조)
지방자치법 제1조에도 나와 있듯이, 지방자치는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 하에 실시되는 행정제도이다. 광복 70년을 맞는 2015년에 우리는 민선 지방자치 20주년을 맞고 있다.
지방자치를 이야기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를 일컫는 말로,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의 형태를 말한다. 1935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에 빗대서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에 빗대서 말하는 것은 우리 백성들을 ‘민초(民草)’에 비유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라는 것이 자기 고장의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유형에는 주민자치형과 단체자치형 두 가지가 있다. 주민자치형은 주민과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파악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형은 주민이 공직자를 선출하고 통제하는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며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독도 제한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크다. 주로 영국과 미국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또 하나의 유형인 단체자치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파악한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고 그 틀 속에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단체자치형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독일과 프랑스의 지방자치의 산물이다. 우리나라는 제6공화국 이전에는 단체자치형이었으나 그 후 점차 주민자치형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어떤 유형으로든 지방자치를 하게 되면 자기 지역 실정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를 통해 민주 정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가 있다. 반면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님비현상’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고대에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실시된 적이 없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를 거치는 동안 관찰사나 군수, 현감과 같은 지방관이 파견되었다고는 하나, 이들은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였을 뿐이지 지금처럼 지방 주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자는 아니었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지방의 향청, 향약 같은 것이 있었다. 이들은 수령을 보좌하는 자치기구이거나 자치규약 정도였기 때문에 자치적 성격이 미미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참된 의미의 지방자치라고 하기는 어렵고,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중앙집권식 정치를 오랫동안 이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이고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것은 1995년 6·27선거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이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제가 최초로 제도화된 것이 제1공화국 시대인 1949년 7월에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되면서이다. 이 법률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서울특별시와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기초자치단체인 시, 읍, 면으로 나누었고 시, 읍, 면은 도가 관할하도록 했다. 의결기관으로서 지방의회는 주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했으며 의원은 임기 4년의 명예직으로 선출했다. 이것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지방의원 총선거이며 이때 지방의회도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국내 정치가 불안하고 6·25전쟁 등으로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 휴전이 성립되기 전인 부산 피난 정부 시절에 지방의원 선거가 전격 실시되기도 했지만, 이때에도 많은 수의 단체장들이 의회의 불신임으로 퇴직을 하는 바람에 혼란만 야기하고 말았다.
미처 뿌리내리지 못한 지방자치는 1960년 4·19 이후에 광역기초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를 주민 직선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지방자치가 완벽하게 제도화가 되었다. 그러나 1961년 5월 16일에 지방의회(地方議會)가 해산되고 같은 해 9월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공포되어 지방의회가 해산되는 등 사실상 지방자치가 중단되고 말았다. 더욱이 1972년부터 시작된 제4공화국 시대에는 국정(國政)의 능률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방의회의 구성을 남북이 통일될 때까지 유예할 것을 헌법 부칙에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는 우리와는 먼 얘기가 되어버렸다.
제6공화국 시대에 이르러 그동안 단절되다시피한 지방자치제의 부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1988년 4월에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그 후 2차례의 개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 후 1991년에 지방의원 선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후 각각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의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1995년 6월에는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 선거까지 실시되어 명실공히 지방자치제가 확립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1995년은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1998년 6월 4일 민선 2기 지방선거, 2002년 6월 13일에 민선 3기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31일에는 제4기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는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기도 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6월에는 6회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올해 2015년은 민선지방자치 성년의 해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에 문제점은 있다. 중앙과 지방간의 업무의 배분 문제, 중앙과 지방간의 부족한 재원 및 재분배 문제, 부족한 자치의식 등 미흡한 점이 많다. 과정 없는 결과가 없듯 지방자치제도는 그 시행 자체로 민주주의의 육성과 발전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며, 이로 인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더 굳건하게 자리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