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기구 및 시설을 이용하는 수사방법을 말한다. 오늘날 범죄수사에 지문감식, DNA분석, 부검 등 다양한 과학적 수사가 이루어지지만, 이 같은 과학적 범죄수사가 본격화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다. 흔히 ‘국과수’ 라 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범죄수사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 등을 과학적으로 감정하고 연구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과학적 지식에 활용되는 학문은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독물학, 혈청학, 범죄학, 사회학, 철학, 논리학, 법의학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기원은 1909년으로 보고 있다. 당시 법무국 행형과(行刑課)에 지문계(指紋係)를 설치하고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을 이용하여 범인을 색출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지문계와 검안과 부검을 하는 법의(法醫), 혈흔이나 범죄 흔적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이화학실 및 범죄현장을 사진으로 남기는 형사사진실을 신설했다.
광복 이후, 1946년에는 경무부 수사국 감식과(鑑識課)에서 지문사무를 관장하고, 이전의 법의, 이화학실과 형사사진실을 통합하여 별도로 법의학실험소를 설치하였다. 1948년 11월에는 감식과와 법의학실험소를 통합하여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를 설치하고 법의학계·이화학계 및 지문계를 두었다.
1955년 법의학계·이화학계를 중심으로 ‘국립과학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지문감식은 여전히 치안국 감식계가 맡았다. 지문감식은 서양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해온 비교적 확실하고 검증된 과학 수사방법이었기에 현장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치안국에서 담당하고, 당시로서는 수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법의학, 이화학적 감식 분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맡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 검찰, 군사기관 등 각급 수사기관과 법원 등 공공기관의 각종 범죄 수사 사건에서 필요한 감정 업무를 하는데, 주요 업무는 범죄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증거물에 대한 법의학적·법과학적 해석 및 감정으로 범죄 수사를 하는 것이다. 또 범죄 수사에 관한 법의학적·법과학적 연구 및 감정 관련 교육훈련도 수행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설립될 당시만 하여도 범죄수사의 보조적 기능을 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큰 사건을 과학적 수사를 통해 해결해냄으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은 1960년대를 휩쓴 ‘메사돈’ 마약사건이다.
1962년부터 일부 제약회사가 진통제에 합성 마약 ‘메사돈’을 혼합하여 판매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진통제는 시중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고 효과가 뛰어나 일반 환자들에게도 널리 이용되었다. 일부 마약중독자들에게도 입소문이 나서 마약 대용품으로 애용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이유로 당시 시중에 나돌던 진통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날개 달린 듯이 팔렸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중독자가 속출했다. 보건사회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의약품에서 검출된 이 물질의 정체를 3년 동안 밝히지 못해 고심하던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 연구소는 1965년 5월 7일에 이 제3의 물질이 합성마약 ‘메사돈’임을 밝혀냈다. 이 건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분석에 참여한 직원이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그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가기 시작해 사회의 다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수사체계를 수립하였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에는 법의학부, 법과학부, 유전자 감식센터 있다.
법의학부는 법의학과, 범죄심리과, 문서영상과로 구성되어 있다. 법의학과는 검안 부검 등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범죄심리과는 범죄 심리 연구와 최면 수사 등을 담당한다.
최근에 그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문서영상과는 전통적인 필적감정 뿐 만 아니라 각종 디지털 증거에 대한 복원·복구 및 분석을 담당한다. 법과학부는 약독물과, 마약분석과, 화학분석과, 물리분석과, 교통공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약독물과는 주로 생체에 미치는 화학물질 등을 다루며 화학분석과는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등을, 마약분석과는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감정 등을 담당한다. 물리분석과는 공학적 사고 등을 다루며 교통공학과는 교통사고 관련 감정 등을 담당한다. 유전자감식센터는 DNA 분석을 통해 신원 확인을 하는데, 2006년 서울시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일어난 영아 유기 사건을 해결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정 장비의 현대화로 과학 수사의 역량을 높이고 감정기법을 표준화해 감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