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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서 태백산까지… 반세기 만에 완성한 국립공원

"일직선의 큰 산맥이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중간에 태백산이 되었고, 지리산에서 끝났다.” 조선 후기 대학자 성호 이익(李瀷) 선생의 『성호사설(星湖僿說』 `백두정간’ 항목에 나오는 글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돼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기울어 남쪽 내륙의 지리산에 이르는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이다. 백두산에서 출발해 마대산, 칠옹산, 백암산, 금강산(이상 북한 지역)으로 이어지고 휴전선 아래로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을 타고 내려오는 한반도의 중심 산맥인 백두대간이 지리산 방향으로 기우는 분기점,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잇는 곳에 태백산(높이 1567m)은 우뚝 서 있다.

그동안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주요 산들이 국립공원이 된 후에도 유독 태백산만은 ‘도립공원’으로 남아 있다가 2016년 5월 12일 환경부고시 제2016-92호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된 지 49년 만에 남한에 있는 백두대간이 온전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700㎞에 달하는 백두대간 생태 축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된 것이다. 1999년, 2011년에도 후보지에 올랐다가 3수 끝에 국립공원이 된 태백산은 22번째 국립공원이 되었다. 태백산의 국립공원 공식 지정일은 광복 71주년과 22번째 국립공원이라는 점을 기념해 2016년 8월 22일로 정했다.

공원법
공원법(1968)

자연환경 파괴를 막는 삼천리금수강산의 수호자

국립공원은 국토의 대표적인 자연풍경지를 보호·보전해 국민들이 영속적으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원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가에 의해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지정하는데, 천연적으로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뿐만 아니라 희귀 생물들의 서식지, 뜻깊은 유적지 등을 포괄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2016년 태백산 국립공원까지 모두 22개(2016년 7월 기준)의 국립공원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가야산, 계룡산, 내장산, 덕유산, 무등산,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속리산, 오대산, 월악산, 월출산, 주왕산, 지리산, 치악산, 한라산, 태백산 등 산악형 국립공원 17개, 다도해해상, 변산반도, 태안해안, 한려해상 등 해상·해안형 국립공원 4개와 사적형 국립공원 경주가 이에 포함된다.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생태지역이며 야생 동·식물의 삶터임과 동시에 다수의 산성, 왕릉 등 역사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요 문화재가 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것처럼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최대 야외박물관인 셈이다.

제3회 국립공원대회 기념강연회 썸네일 이미지
제3회 국립공원대회 기념강연회(1978)
한국국립공원협회 주최 제3회 국립공원대회 참석 관계자 연설 썸네일 이미지
한국국립공원협회 주최 제3회 국립공원대회
참석 관계자 연설(1978)
도봉산 국립공원 가을풍경 썸네일 이미지
도봉산 국립공원 가을풍경(1988)

국립공원은 생태계 뿐 아닌 지역경제도 살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제도는 산업화가 본격화한 시점에 도입하여 22개 국립공원 중 태백산, 무등산을 제외한 20곳이 모두 1970∼1980년대에 지정됐다.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월출산이 1988년 6월 지정된 후 2013년 3월 무등산이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까지 15년이 걸린 이유는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국립공원이 지역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태 관광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지자체가 국립공원 지정을 먼저 요청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의 반대도 누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 지정의 기준을「자연공원법」 시행령 제3조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자연생태계의 보전상태가 양호하거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천연기념물, 보호야생 동·식물 등이 서식할 것, 둘째, 자연 경관의 보전 상태가 양호하여 훼손 또는 오염이 적으며, 경관이 수려할 것, 셋째, 문화재 또는 역사적 유물이 있으며 자연 경관과 조화되어 보전의 가치가 있을 것, 넷째, 각종 산업개발로 경관이 파괴될 우려가 없을 것과 마지막으로 위치 및 이용 편의에 관해 국토의 보전·이용·관리 측면에서 균형적인 자연공원 배치가 될 수 있을 것 등 이다. 현재 태백산에 이어 23번째 국립공원 유력 후보지로는 대구 팔공산, 부산 금정산, 신안 무안 갯벌 도립공원, 광양 백운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한뉴스 제1860호] 북한산 국립공원
[대한뉴스 제1860호] 북한산 국립공원(1991)

‘민족의 명산’ 국립공원 지정 1호 지리산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에 대한 논의는 1929년 금강산이 국립공원 후보지로 언급되었고, 1935년 금강산, 백두산의 지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는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민족의 명산' 지리산이다. 1963년 지리산지역 개발위원회가 설치되고, 1965년「공원법」이 제정되고 1967년 12월 27일 국토건설종합계획 심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12월 29일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리산(智異山)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였다. 지리산의 웅장하고 아늑한 산세는 영·호남의 지붕으로서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산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에도 국립공원을 지정해 자연생태계를 지키고, 문화유적을 보전하여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재로서 개발하고자 했다. 2017년은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이 지정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반백 년 역사의 국립공원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지키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집필자 : 남애리)

참고자료

  • 국립공원관리공단(http://www.knps.or.kr)
  • 지리산국립공원(http://jiri.knps.or.kr)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의 자연지리」, 서울대학교출판부, 2012.
  •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해냄출판사, 2012.
  • 『산, 왜 자연공원인가! - 자연공원의 이해』, 서우, 2015.
  • 더원방송,「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요건 충족 "하지만…….」, 2015.2.27.
  • 환경TV,「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은 지리산…….두 번째는 어디?」, 2015.11.20.
  • 매일경제,「태백산 국립공원 지정과 남은 과제」, 2016.4.27.
  • 강원뉴스,「태백산 국립공원, 우리나라 22번째 국립공원 지정」, 2016.5.25.
  • 국민일보,「국립공원 미래상 연 태백산」, 20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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