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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과외

TV와 SNS에는 숨어있는 맛집 이야기가 넘쳐난다. 같은 음식을 요리해도, 맛이 확실히 다르다는 ‘맛집’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린다. TV에 등장한 조리장은 어김없이 맛의 비법을 자신의 가족에게조차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사람들은 그럴수록 그 특별한 맛을 알고 싶어 모여든다. 이와 비슷한 심리전을 펼치며 성장해 온 것이 ‘과외’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 밖 족집게 선생님이 짚어주는 ‘공부의 비법’에 대한 믿음과 호기심이 오늘날 사교육 시장을 16조 8천억 원 규모로 키웠다.

[대한뉴스 제1292호] 과열된 과외 해소(1980, CEN0001130(3-1)) 참고 이미지
[대한뉴스 제1292호] 과열된 과외 해소(1980)

조선 시대 훈장부터 돼지맘까지

국립국어원은 2014년 신어로 ‘돼지맘’을 발표했다. 돼지맘, 즉 돼지엄마란 소수 정예로 팀을 꾸려 최고의 사교육 학원이나 과외 교사를 연결해주는 사람으로 이 엄마만을 믿고 따르는 다른 엄마들을 새끼 돼지라 부른다. 돼지맘의 무리에 끼느냐, 아니냐로 입시의 운이 좌우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과연 오늘만의 문제일까

조선 시대에도 과거 급제를 위해 서당의 훈장을 독선생으로 초대해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받는 과외수업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는 부족한 교과 학습의 보충이 아닌 오로지 상위권 학교로의 진학이 목표라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960년대의 입시 스트레스는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들이 가장 많이 느꼈다.

“작년보다 훨씬 좁아진 중학교 진학의 문을 뚫기 위해 부형도 학생도 또 선생도 모두 최후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이른바 일류 학교를 지향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수험 준비는 ‘전쟁’이다. ”붙느냐 떨어지느냐“는 문제는 수험생 본인보다도 ”꼭 상급학교에 넣겠다.”는 부형이나 자모들의 허영심을 건 ‘생활의 분제’ 덕택에 능력과 체력의 한도를 넘는 공부를 하는 아동들은 신체장애에 바보가 겹친다. “

<입시 전쟁 (상) 중학교 준비 중>, 《경향신문》, 1965.11.06.

중학교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했던 1960년대 초등학생들. 당시 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과외를 받는 학생이 81.2%, 과외공부를 4시간 이상 받는 학생도 48.2%나 되었다.

이렇게 초등학교 교육의 비정상화가 이뤄지자, 정부는 1968년 7월 15일, 중학교무시험제도를 선언하게 된다. '7·15 어린이 해방'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아이들은 과외수업에 대한 부담과 입시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반겼다.

그러나 과외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상이 초등학교 5, 6학년에서 중학교 2, 3학년으로 옮겨진 것뿐이었다. 중학교 입시가 없어지면서 고등학교 진학의 문이 더욱 좁아져버린 것이다. 중학생들의 일과는 학교 수업 6~7시간, 보충수업 2시간, 과외공부 3시간으로 하루에 11시간을 꼬박 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서울시에서만 연간 290억 원의 과외 교습비가 든다는 보도가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이처럼 과외 공부가 열풍처럼 번져가자 문교부는 1971년 8월 10일 교외 과외 공부 방지책으로 학교 내 보충지도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당시 현직 교사들은 교외에서 과외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써냈다. 그러나 보충수업은 학과 수업의 연장에 불과했고, 학생들은 여전히 과외공부를 했다. 한마디로 이중과외수업이 된 셈이었다. 이에 문교부는 1974년 서울과 부산(기장군 제외)을 시작으로 고교 입시의 과열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고교 평준화 제도를 시행한다. 시험이 아닌 학군단위로 추첨을 통해 입학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입시였다. 일류대학교에 가기 위한 고교생의 과외는 더욱 성행하게 된다.

교육정상화및과열과외 해소방안(1973, DA0077305(47-1)) 참고이미지
교육정상화 및 과열 과외 해소방안(1973)

7.30 교육개혁조치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7.30 교육개혁 조치’로 과외 전면 금지가 선언되고, 같은 해 8월, 문교부는 과외 단속시행방침을 마련해 모든 재학생은 일체의 과외수업을 받지 못하고, 과외를 한 교사, 과외를 받은 자녀의 학부모가 적발될 시 그 신분을 막론하고 명단을 공개 할뿐만 아니라 면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외 단속을 위해 국가 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총괄반, 그 밑에 문교부 각시도교육위원 외의 18개 합동단속반, 내무부의 12개 반, 국세청의 7개 반으로 총 37개의 과외특별단속반이 전국적으로 과외 단속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과외 금지 철퇴에 초기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 방안 발표(1980, DET0054183(4-1)) 참고 이미지
  •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 방안 발표(1980)
  •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 공청회(1980, DET0054192(3-1)) 참고 이미지
  •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 공청회(1980)

“보충수업과 과외공부가 폐지돼 모든 학교가 보통 오후 4시면 하학하게 되는데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가까운 친구끼리 그룹을 지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팀워크 공부가 늘어나고 있다.”

「과외금지후 공부 패턴 달라졌다 학생끼리 그룹학습 성행」, 동아일보, 1980.11.03.

그러나 과외 금지 조치 시행으로 막대한 규모의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현직교사의 개인 과외 교습 등에 따른 병폐 해소의 성과는 거뒀지만,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 현상이 문제로 대두됐다. 더불어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과외가 근절되지 않는 부작용도 빚고 있었다.

1988년 5월 문교부는 중, 고등학교 보충수업을 부활시켰다. 그러다가 1989년 6월 16일, 대학생의 비영리적 과외 교습과 초·중·고 재학생의 방학 중 학원 수강 등은 허용하였다. 1991년 7월 22일에는 초·중·고 재학생의 학기 중 학원 수강과 대학생의 과외 교습을 허용하는 완화정책을 폈다.

[대한뉴스 제1534호] 사회정화위원회 과외 단속(1985, CEN0001475(6-1)) 참고 이미지
[대한뉴스 제1534호] 사회정화위원회 과외 단속(1985)

과외 금지, 위헌결정

2000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는 "누구든지 과외 교습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학원법」 3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다. 헌재는 공교육이 아닌 사적인 과외 교습은 자녀 교육권과 인격 발현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심야 교습 등 각종 불법 과외를 단속했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 (서울) 학원 심야 영업, 고액 개인과외 등에 강력한 단속을 펼쳤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EBS 방송ㆍ교재 70% 연계’를 출제 원칙으로 내세우며 과외 성행을 막으려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3월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6,000억 늘어난 18조 6,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천원 늘어나 38만 4천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이며 '교육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집필자 : 최유진)

참고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 전국역사교사모임,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휴머니스트, 2012.
  • 「어린 어깨에 너무 벅찬 짐, 課外(과외)공부」, 경향신문, 1965.01.06.
  • 「과외공부 追放(추방)운동」, 동아일보, 1968.03.14.
  • 「課外(과외)공부 「過熱(과열)」…이대로 좋은가」, 경향신문, 1977.10.24.
  • 「課外(과외) 學父母(학부모)명단공개·免職(면직)」, 동아일보, 1980.08.06.
  • 「과외 熱病(열병) 또 도졌다」, 경향신문, 199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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