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농담처럼 주고받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로 관광을 온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친구는 남산을 보여줬다. 외국인 친구는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가능하니?” 한국 친구는 짧게 대답했다. “어, 비결은 야근이야.”
2004년,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전후 50년간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고, 행복해지는 방법이라 믿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선진국의 자동차 부품만을 조립․생산하던 작은 나라에서 자동차 누적 생산량 1억 대를 돌파할 만큼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 1983년 개발 6개월 만에 한국산 64K D램 반도체 개발을 이뤄내며 2014년 현재 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 정상에 우뚝 선 나라. 세계는 우리를 향해 “한강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뒤의 허탈함도 밀려왔다. 선진국의 노동 시간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주 40시간 근무’가 핵심 화두가 되었다.
프랑스는 1936년, 독일은 1967년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일본은 1987년부터였고, 우리나라는 2003년「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2004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다. 사실 주5일 근무제는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기까지 우리는 어떤 과정들을 거쳤을까?
1959년에 기록된 ‘한국인 근로자 표준 근로시간’을 보면 당시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했으며, 30분간의 점심시간을 가졌고, 토요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의 근무시간과 30분의 점심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1959년 근로자들은 평균 주당 47시간 30분을 일했다.
1963년 ‘공무원근무시간변경‘에는 특이한 기록도 보인다.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로, 퇴근 시간은 오후 5시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이 다른 나라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가장 짧은 시간 근무(1963년 근무시간 변경 이전까지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하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 시각에 준하여 근무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외국 공무원의 근무시간과의 비교도 나와 있다. 당시 미국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 주5일 근무를 채택하고 있었고, 일본은 1일 8시간, 토요일 4시간 근무로 1주 4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다시 한 번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되었다가 1972년 출·퇴근 시간이 30분 늦춰지는 기록도 있다. 이는 학교의 등교 시간과 겹칠 경우 교통사정이 혼잡해질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당시 교통수단 자체도 열악한 데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시간에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현재 통상적인 근무시간으로 받아들여지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의 근무시간이 정착된 시기는 1982년 즈음이었다. 하지만 간혹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토요일 근무가 사라졌던 1996년에 거꾸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토요일 전일근무제가 시행되었다. 국민 편익과 업무능률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공무원을 2교대로 나누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게 했다. 이는 당시에도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2011년, 시행 7년 만에 주5일제 근무제도는 20명 미만의 사업장까지 확대되었다. 현재 한국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근무시간인 1,764시간보다 300시간 이상 긴 2,090시간으로, 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랜 시간 근무하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하지만 일의 몰입도는 11%로, 세계평균 13%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 스님의 책 제목의 이야기가 아니다.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기만 한다면 얻는 것도 있지만, 놓치는 것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면서도 주변을 살펴볼 수 있고, 인생의 쉼표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동의 또 다른 힘이 될 것이다. 이젠 열심히 일만 하기보다, 휴식을 통해 즐기며 일하는 노동의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생각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