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내용 바로가기

하단정보 바로가기

“우리가 OECD 국가 중에서 몇 위(位)래....”

어느 날부터 자주 이런 소리를 듣는다. 특히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현실 또는 국가적 지위를 설명할 때 주로 OECD 기준을 이야기하거나 그들의 통계발표를 인용할 때가 많다.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GDP 대비 사교육비 1위라거나, 어떤 건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고, 어떤 분야에선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한국이 최고로 발표되었다든지...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OECD가 언급되고 있다. 복지순위, 빈부격차, 노동시간, 최저임금, 심지어 자살률까지 발표한다. OECD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가 자살률도 최고이고 노인 빈곤율도 최고인데 비해 출산율은 최저라는 통계도 내놓는다. 그 대신 고등교육은 우리나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왜 그런 곳에 가입했는지 궁금해진다. OECD는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의 약자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이다. 이 기구는 원래 1948년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유럽 경제회복을 조정하기 위해 미국의 마셜플랜(Marshall Plan)에 따라 설립되었던 ‘유럽경제협력기구’를 확장 재편한 기구였다. 1960년 12월 14일 유럽의 18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이 OECD 설립협정을 체결한 뒤, 1961년 9월 30일부터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태생부터 유럽의 나라들이 중심이었고, 당연히 서방진영의 민주주의 국가들로 뭉친 기구가 되었다. 굳이 냉전시대의 논리대로 말하자면 공산진영이 아닌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가 가입자격요건인 셈이다.

OECD 가입여건과 한국의 현황 썸네일 이미지
OECD 가입여건과 한국의 현황(1983)

그렇게 만들어진 OECD의 기본목표 가운데 하나는 회원국들의 경제성장과 고용을 가능한 한 최고수준으로 달성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재정안정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각국의 국제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연륜이 쌓이면서 새로 설정한 보다 중요한 목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 원조를 조정하는 일까지 자청하게 되었다. 그러자니 처음 출발 때와 달리 유럽국가 중심에서 자연히 몇몇 개발도상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그 변화된 OECD의 성격에 따라 우리나라도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이 기구는 본질적으로 자문회의의 성격을 갖고 도덕적 설득이나 회의, 세미나 등을 개최하기 때문에 결정사항을 집행할 강제력은 없다. 그리고 만장일치라는 원칙 때문에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OECD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해마다 1만 쪽이 넘는 자료를 발행한다는 점 등에서 일종의 선진국 가이드라인으로 주목을 끄는 기구가 된 것이 선진국클럽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경제문제는 물론 사회문제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별 회원국들의 경제실태에 관한 연례평가까지도 내린다. 가령 OECD가 발표하는 한국성인의 행복지수는 36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라는 발표도 있었다. 경제력으로 보면 우리가 과거에 비해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인데 무슨 기준으로 우리의 행복지수가 하위그룹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는가. 그들이 재는 행복지수는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주거, 교육, 고용, 공동체, 환경, 시민참여, 보건, 삶의 만족도,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종합해서 산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OECD에 가입한 회원국은 선진국이고, 그들이 마치 선진국 면허를 내주는 국제인증기구처럼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회원국 간의 경제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협력과 밀어주기는 기본이다.

오인환 공보처장관 OECD 가입 발표 썸네일 이미지
오인환 공보처장관 OECD 가입 발표 (1996)
OECD 가입 협약 썸네일 이미지
OECD 가입 협약(1993)

OECD 회원국 전체인구는 전 세계인구의 18%에 불과하나 GNP는 전 세계의 85%, 수출입액은 70% 이상을 차지하며, 회원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 2만 달러 정도이다. 특히 1960년대의 비관세장벽 철폐와 반덤핑 과세 인정, 1970년대의 일반특혜관세, 서비스와 금융부문자유화 등의 개념을 주창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위한 국제규약 제정을 바로 이 OECD가 선도해왔다. 처음에는 네덜란드, 영국,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18개 유럽국가에다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했지만, 그 후 1989년부터 회원국을 넓혀 멕시코와 칠레, 터키와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가입했고,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OECD 가입 축하리셉션 썸네일 이미지
OECD 가입 축하리셉션(1998)
OECD 가입의 의의와 정책과제 썸네일 이미지
OECD 가입의 의의와 정책과제(1996)

회원국들 스스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과 OECD가 마치 선진국 자격을 심사하고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바로 이 OECD에 우리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당시에 참여한 나라들 말고는 어느 나라든 다 그랬듯이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정회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해 10월 OECD기구 안에 있는 선박부문의 ‘조선(造船)작업부’를 통해 비회원 가입으로 출발했다. 신중하게 OECD 회원국의 의사를 존중해가면서 한 단계씩 필요한 조직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조선작업부에 이어 1991년에는 무역위원회, 1992년에는 ‘신경제5개년계획’ 등의 경제정책분야, 1993년에는 농업분야 순으로 차츰차츰 정회원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OECD 가입에 따른 쟁점분석, 분야별 평가와 과제, 가입으로 인한 통상과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의 정책과제, 자본의 자유화문제 등에 관해서 몇 차례에 걸친 정부 차원의 검토가 선행됐다. 그 결과 1996년 12월 우리나라는 29번째 OECD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우리는 꿈에도 그리던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국제사회가 인증하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OECD를 통해 당당하게 선진국 진입의 지위를 얻은 것이다.

(집필자 : 신상일)

참고자료

  • 브리태니커, 한국브리태니커회사
  • 신동아, 『개항 100년 연표자료집』, 동아일보, 1976.
  • facebook
  • twitter
  • print

관련 콘텐츠

주제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