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로, 국민 개개인이 소득 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여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영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공적·사적 연금제도가 평행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온 반면, 이탈리아와 스웨덴을 비롯한 국가들에서는 후한 퇴직 급부금(給付金)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사적 연금제도의 발전을 다소 방해해왔다. 그러나 독일(옛 서독)처럼 광범한 사회보장 급부에도 불구하고 사적 연금제도가 널리 채택되어 온 나라들도 있다.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환경오염, 산업재해, 실직 등과 같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사회적 위험이 부각되었으며 부양 공동체 역할을 수행해오던 대가족 제도가 해체됨에 따라 개인 차원에서 다루어지던 다양한 문제들이 국가개입 필요성이 요구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여 빈곤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는 사회보장제도라는 장치를 마련하게 되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제도 중 공적연금에 해당한다. 공적연금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사적연금과 달리 가입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으며, 사보험처럼 영업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제도에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이 있다. 가장 먼저 도입된 것은 1960년 공무원 연금제도이며 1963년 「군인연금법」이 제정되어 공무원 연금제도로부터 독립되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1973년 12월에는 사립교원을 위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일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석유파동의 영향에 따른 경제 불황 상황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3호」가 공포됨에 따라 시행은 1년간 보류되었다.
보류된 지 1년 후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본래 계획대로 시행되지만, 국민복지연금은 그 시행이 두 차례나 연기되었다. 그 이유는 기업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퇴직금제도와 연금제도가 상호 조정된 이후에 실시하여야 한다는 점, 실업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노후소득보장보다는 실업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1975년 말에 ‘국민복지 연금사업이 현재의 경제사정 등 제 여건으로 보아 그 실시가 어렵게 됨에 따라 「국민복지연금법」의 시행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었다. 제도의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결론이었다.
무기한으로 보류되었던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난 것은 전두환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당시 사회적 환경으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1980년대부터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주택난이 심화되었는데 이에 착안하여 주택건설자금에 국민연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서서히 고령화가 시작되던 시점이었기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제도의 시행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사회적으로는 인구의 노령화, 핵가족화, 개인주의 경향으로 인해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하는 전통이 상실되어가고 있으므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국민연금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경제적으로는 그동안 국민소득수준이 꾸준히 상승되어 왔고 1982년 이후 물가가 크게 안정되어 국민연금제도의 도입여건이 성숙됨에 따라 현재 여건에 적합한 연금제도의 수립과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대비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86년 12월 기존의 「국민복지연금법」을 「국민연금법」으로 전면 개정하여 1988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198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제도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10인 이상 사업장의 ‘18세 이상 60세 미만’ 근로자 및 사업주를 우선 대상으로 시행하였다. 「국민연금법」에서 규정하는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가입자는 사업장가입자·지역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로 구분하였으며, 보험료율은 부담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하여 제도 시행 초에는 낮게 출발하되 연차적으로 상향조정하도록 하였다. 급여의 종류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의 4종류로 구분하였으며, 급여의 수준은 노령연금을 기준으로 할 때 일반적으로 가입자자격상실 당시 보수 또는 소득월액의 약 40%를 매월의 연금으로 지급하였다. 이러한 제도의 관리·운영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라는 특수법인에 의하여 시행되며, 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가입자의 기록을 유지·관리하고 보험료를 징수하며 제 급여를 지급하는 업무 이외에 가입자나 연금수급권자에 대한 각종 복지증진사업을 병행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금제도는 시행 이후 적용 대상의 확대라는 일관된 정책목표 하에 포괄되는 가입자 수를 늘려 왔다. 1992년 1월 1일에는 상시근로자 5명~9명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를 가입대상으로 포괄하였으며, 1995년 7월 1일 농어촌지역(군지역)으로 제도가 확대되었다.
1995년 8월 4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 및 사용자에게도 제도를 확대 적용하였다. 1999년 4월 1일부터는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자의 범위를 도시지역거주자까지 확대함에 따라 전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기반을 마련하는 ‘전 국민 연금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2003년 7월 1일부터는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 근로자 1인 이상 법인, 전문직종 사업장을 포괄함은 물론, 임시ㆍ일용직과 시간제 근로자의 가입자격을 보다 완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보편적 노후소득보장 제도로 거듭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