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조를 제정하여 국민체력의 향상과 건전하고 명랑한 사회 기풍을 조성하고 국민 단합을 도모코저 하오니 각 부처에서는 국민체조를 범국민적으로 보급함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78년 문교부에서 제출한 국민체조 제정 보급 중에서
30대 이상이라면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 으로 시작하는 체조 구령과 음악을 들으면서 맨손체조를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 체조가 1977년 3월 ‘새 국민체조법 12가지’에 의해 각 기관, 특히 학교에 보급된 ‘국민체조’이다. 국민체조는 음악과 구령에 맞추어서 하는 12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졌으며, 표준 음악에 구령을 붙인 사람은 경희대학교 교수였던 유근림이다. 당시 체조를 국민을 상대로 보급한 이유는 체육을 생활화하고 국민체위의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온 국민, 즉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동작을 고안하였는데, 군대식 동작이 많은 편이었다. 그 내용과 동작은 간단하나 운동량이 크고, 실제 하는 대상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1999년 ‘새천년 건강체조’로 바뀌기까지 20년 이상 지속되었다.
우리나라 체조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1895년에 까지 이른다. 갑오개혁 당시 고종이 교육입국조서를 반포하면서 「학교 설치령」이 시행되었는데 이때 체조가 교육과정에 도입되었다. 이 시기의 체조는 군대식 체조를 그대로 가져와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 뒤 근대 교육제도가 확립되어 ‘체육’이 정식 교과목이 되면서 체조는 체육교과 내의 한 과정으로 교육되었다. 학교에서는 맨손체조를 비롯해 매트, 철봉, 뜀틀 등 기계체조와 조를 편성하여 함께하는 체조 등을 가르쳤다.
우리나라에서 맨손 체조를 국민 전체에 보급하여 실시하도록 한 것은 1953년부터였다. ‘국민보건체조’ 라는 이름의 이 체조는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3년 12월 30일 김영일의 지도로 서울 시공관에서 신제(新制) 국민보건체조 발표회를 가짐으로서 시작되었다. 이 체조는 아침 일찍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구령에 맞추어 동작을 하는 것이었는데, 동작은 비록 달라졌지만 그 시행방식이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식민화를 강화하기 위해 했던 ‘황국신민체조’(흔히 ‘라디오체조’라고 함)와 비슷해 일제에 대한 깊은 비판없이 이를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 라디오 체조형식은 이후 오랫동안 체조 보급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1961년 5.16 이후, 국민정신을 단합하고 체위를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동작의 ‘재건체조’가 고안되었다. 이 재건체조는 10개 종목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또한 이전의 국민보건체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아침 일찍 학교나 마을 회관에 모여 라디오 소리에 맞춰 체조를 해야만 했다.
1972년 보급된 ‘신세계체조’는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공무원들의 체위향상과 체육진흥을 위해 만들어졌다. 공무원들의 주도로 조기회를 결성하여 아침 일찍 나와 마을을 청소하고 신세계체조를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건전한 정신을 심겠다는 의도였다. 공무원들은 조회나 점심시간에 반드시 신세계체조를 하도록 강요받았다.
공무원에 대한 체조 보급에서 더 나아가 1974년 7월 만들어진 ‘새마을체조’는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74년 4월 문교부의 요청에 따라 대한체육회의 사회체육위원회 및 대한체조협회가 공동으로 시안을 마련, 강습회와 실험과정을 거쳐 확정된 새마을체조에는 사람들이 따라 하기 쉽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율동이 가미되었다. 동작은 노래 가사에 부합되게 만들어져 일반 체조의 순서를 따르지 않았고, 체조 동작 자체가 부드럽고 동작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이후 1977년에는 온 국민에게 보급한다는 목적 하에 12개의 동작으로 확정한 ‘국민체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국군의 도수체조와 동작과 진행순서가 거의 유사하였다. 국민체조는 이후 22년간 각급 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보급되었다. 오늘날 체조라고 하면 국민체조가 생각날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뿌리깊게 남은 것도 그만큼 긴 기간 동안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1999년에는 국민체조가 전체주의적 군사문화의 반영이라고 보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조를 만들었다. ‘새천년 건강체조’ 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체조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군대식 체조와 정형화된 동원형 체조에서 탈피해,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과 움직임을 현대인들의 생활 변화에 맞추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개발한 체조이다. 이 ‘새천년 건강체조’는 2010년 ‘국민건강체조’로 이름이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