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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정오 12시라고 하면 태양이 우리의 머리꼭대기에 딱 와 있는 그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정오 12시의 태양은 우리의 머리 위가 아니라 일본의 아카시(明石)의 하늘 위에 있고 사실 정오의 태양은 우리나라 상공에 30여분 후에 온다면?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도 흔들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정책적으로 여름에는 시각을 1시간 빨리 당기게 해서 정오 12시는 사실 동절기의 11시라면?

시간이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정책이나 약속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절대적이고 불변하다는 원칙이 밑바닥부터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시간은 밤낮이 바뀌는 자연의 법칙 위에 인간 정한 기준이 더해져 만들어진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이기에 우리 현대사에서도 표준시가 변하기도 하였고, 일광절약시간제 등이 실시되었다가 폐지되는 등의 변화를 겪기도 하였다.

표준시의 문제

표준시는 태양이 특정 자오선을 통과하는 것에 기초하여 정한 평균 태양시를 말한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경도 0도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동경과 서경으로 지구를 180도씩 나뉘어 위치를 정하였다. 지구는 24시간에 대체로 360도 자전하기 때문에 그 회전도와 시간은 비례하여 경도를 중심으로 시간을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경 124도에서 132도의 위치에 있다. 지구는 한 시간에 경도 15도 정도가 움직인다. 이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는 그리니치에 비해 8시간 30분 시간이 앞서 있다.

표준시는 이런 경도를 기준으로 자국의 시간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각 나라별로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다보면 여러 가지로 불편사항이 발생하여 일정한 범위에서는 특정경도선의 지방 시각을 선택하여 그 지역 전체의 공통시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도 124도에서 132도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동경 135도의 지방평균시를 표준시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표준시의 기준이 된 지역은 일본의 아카시 지방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시를 동경 135도로 정한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는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12간지로 시간을 구분하였다. 그러던 것이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서양의 24시간제를 받아들였다. 이때 우리나라는 국제표준인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도에 맞추어 시간을 정했는데, 그리니치보다 8시간 30여분 정도 앞서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의 시간을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었다. 이것이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가 시행된 연유이다.

광복 후, 정부는 일제의 잔재를 없애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표준시를 다시 동경 127도 30부로 정하고 1954년부터 시행하였다. 그리니치로부터는 8시간 30분, 일본의 시간과는 30분의 시차가 발생했다.

표준시간 복구문제에 관한 이유서 참고 이미지
표준시간 복구문제에 관한 이유서(1954)

그러나 30분의 차이가 큰 의미가 없고 대개 1시간 단위로 시간의 기준을 정하는 국제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로 1961년 8월 10일부터 다시 동경 135도선을 표준 자오선으로 하고 과거와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낮 12시는 문자적 의미 그대로의 정오는 아니다. 12시 30분이 진짜 정오인 것이다.

서머타임제의 실시

표준시의 문제만 해도 시간에 대한 개념이 흔들릴 지경인데, 일광절약시간제, 일명 서머타임(Summer Time)제에까지 이르면 인간의 삶을 조절하는 시간은 결국 인간이 정한 약속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더더욱 든다. 서머타임제는 여름철 낮 시간이 긴 것을 이용해 법령으로 표준시를 원래 시간보다 1시간 앞당긴 시각을 사용하는 제도이다.

서머타임제는 18세기 후반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고안해내고, 영국의 윌리엄 월릿(William Willett)이 적극 주장하였다. 시간을 앞당기면 그만큼 일찍 일을 시작하게 되고 일찍 잠을 자게 되어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경제적 이유와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낮 시간에 일광을 장시간 쬐어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발의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도입되지 않다가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독일에서 경제문제를 이유로 도입되었다. 이에 잇따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이 제도를 실시하였다. 이후 서머타임제는 신대륙에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메리카 주요국들이 서머타임제를 실시한 것이다. 1976년에는 EU가 길어진 낮 시간을 활용,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서머타임제를 유럽 전 지역에 도입하였다.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을 타고 광복 이후 1949년부터 1961년까지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였다. 보통 여름이 시작되는 5월에 시작해 가을의 시작인 9월에 종료하였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는 1961년 표준시의 기준을 다시 정할 때 잦은 시간변경이 국가적 혼란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1년 내내 시간이 변하지 않는 고정 시간제를 유지하였다.

일광절약시간 제정에 관한 건 참고 이미지
일광절약시간 제정에 관한 건(1949)
일광절약시간(써머타임) 실시와 야간통행금지 시간에 관한 건 참고 이미지
일광절약시간(써머타임) 실시와 야간통행금지 시간에 관한 건
(1951)

그러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시간대를 맞출 필요성이 제기되자 1987년부터 1988년까지 서머타임제가 다시 시행되었다. ‘한 시간’을 앞당겼을 뿐이지만, 그 변화는 적지 않았다. 이 제도가 실시되자 당시 오후 7시가 넘어도 날이 훤했고 주류 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3.1%에서 2.3%로 감소했다. 대신 헬스클럽, 볼링장, 실내수영장, 극장 등 취미·레저산업의 매출은 서머타임 기간 동안 10~20% 증가했다.

SUMMER TIME제 실시 참고 이미지
SUMMER TIME제 실시(1987)
SUMMER TIME제 해제 참고 이미지
SUMMER TIME제 해제(1987)
일광절약시간제 실시에 관한 규정 폐지령안 참고 이미지
일광절약시간제 실시에 관한 규정 폐지령안(1989)

그러나 서머타임제로 생활리듬이 변화됨에 따라 신체적 적응이 어렵다는 시민들의 호소가 있었고, 한 시간 빨리 출근했으면 한 시간 빨리 퇴근해야 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근무시간이 연장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특히 외국인 TV 방영시간에 맞추기 위한 ‘올림픽용’이라는 사실이 국민적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서머타임제는 시행 2년만인 1989년에 폐지됐다.

(집필자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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