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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의약분업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 간의 직능에 대한 역할 분담뿐만 아니라, 진료 받는 병원과 약을 조제 받는 약국을 분리하는 기관분업을 통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당시 선진국의 5배~7배에 이르는 국내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정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환자중심의 서비스, 새로운 질서 의약분업의 해외경향과 국내 의학분업의 필요성 설명(2000, CEQ0001785(1-1)) 참고 이미지
환자중심의 서비스, 새로운 질서 의약분업의 해외경향과 국내 의학분업의 필요성 설명(2000)

의약분업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그만큼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1998년 5월 의약분업 추진협의회를 구성했고 8월 기본모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의사회는 시행 연기를 청원하며 반발했다. 그해 11월 26일 의약분업을 규정한「약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의사 협회, 약사 협회가 큰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갈등은 사실 1964년부터 불거진 것이었다. 의약분업이 「약사법」에 명시된 것은 1963년의 일이었다. 1964년에도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당시에도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의료법 개정안 중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였을 경우 처방전을 발행해야 한다는 ‘처방전 발행 의무 규제’(동법32조) 조항을 둘러싸고 이를 적극 주장하는 약사 측과 절대 반대하는 의사 측이 날카롭게 대립, 국회가 과연 어떤 판가름을 내릴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사고 있다.”

<의약분업을 제도화>, 《동아일보》, 1964.08.01.

1964년 처방전 의무조항에 대해서 약사 측(대한 약사회)의 주장은 이랬다. 1) 처방전 내용이 공개되니 의사는 한층 더 책임 있는 치료를 하게 되고 2) 약국의 적정 배치와 시설향상을 기할 수 있으며 3) 의약품의 남용 또는 오용으로 인한 피해방지 4) 무자격 의약업자의 발호를 방지할 수 있다고 찬성했다. 그러나 의사 측은 1) 의약분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국민소득이 풍부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 2) 현실성에 비추어 이대로 법이 실시된다면 환자의 부담이 진찰료, 처방료, 약값 등 이중 삼중으로 가중된다. 3) 영세 환자에 대한 대책 없이 실시한다면 개인 의료기관의 봉사적인 시료의 길이 막히며 무료 진료의 혜택도 상실된다. 4) 부정 의약업자 단속도 행정적으로 미흡한데 처방전 발행의무조항으로 인해 야기될 제반 부정, 모순을 방지하기 힘들다며 반대했다.

보건사회부는 1982년 의약분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시당사자인 의학협회와 약사회가 참여하는 의약분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 위원회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전에 분업을 할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여 시범 의약 분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1982년 7월 1일부터 목포시에서 시범적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하였다.

의약분업 방식은 처방발행을 의사의 자율에 맡기는 임의분업과 서구식 완전분업방식이 의약사단체간에 팽팽히 맞섰다. 결국 두 방식 모두 시범분업을 실시한 후에 그 성과에 따라 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3년 뒤 보건사회부는 의약분업 사업을 백지화했다. 이유는 ‘의약의 전통과 관행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 없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불편만 주고 의사와 약사 간에 싸움만 붙이는 결과를 빚어와 이를 전면 폐지한다’였다.

그렇게 1964년부터 약 30년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던 의약분업에 관한 갈등은 1999년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1998년 1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의약분업 시행을 연기해줄 것을 국회에 청원하였고, 국회는 이 제도의 시행을 1년간 연기하게 된다. 그러다가 1999년 5월 10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 약사회는 의약분업에 전격 합의했다. 두 단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의사의 처방전 기재방식과 관련해서 처방 약품의 성분을 밝히는 ‘일반명 처방’을 권장하되 약품의 상품 이름을 적는 ‘상품명 처방’을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상품명 처방의 경우 약사가 환자의 동의를 얻어 동일함량, 동일 성분, 동일제형의 의약품 가운데 다른 상품으로 바꿔 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그동안 약사 임의 조제에 대해 적용하던 약국의료보험제도가 폐지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받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었다.

약사법중 개정법률안(1999, BG0002127(18-1)) 참고이미지
약사법중 개정법률안(1999)

그러나 1999년 5월 11일 전국의 병원장 800명이 ‘의약분업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결의문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완전 의약분업을 빌미로 약사와 조제실을 갖춘 병원 외래 약국을 폐쇄하려는 행위를 배격한다”는 뜻을 밝혔다. 9월에는 병원 외래조제실 폐쇄 조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외래조제실 폐쇄에 국민 70.3%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제시했으나 1999년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의약분업 시행 전날인 2000년 6월 30일, 병원에서 운영하는 외래환자용 약국은 모두 폐쇄됐다. 이에 대한병원협회 회장단은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병원외래약국 존속 등의 의견을 관철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도 했다.

여러 잡음 끝에 2000년 7월 10일부터 전국병원에서 전면적으로 원외 처방전을 발행하기 시작하며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처음 시행된 2000년 한 해에만 의료계는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에 맞서 수차례의 거리시위와 5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개인 의원을 중심으로 1차 파업투쟁을 벌였으며 6월에는 개업 의사는 물론 대학교수까지 참여해 6일간 파업투쟁을 벌여 의료대란을 불러왔다. 7월 29일부터는 각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파업을 선도해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거기에 2만여 명의 의대생이 ‘교과서적 진료환경 조성과 올바른 의약분업 실현’을 내걸고 의료계 파업에 동참, 전공의와 함께 투쟁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 의대생 대부분이 10월 4일 자퇴서를 제출해 파장을 일으켰으며 의대 본과 4학년 3,081명 중 62명을 제외한 3,019명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약대생들은 ‘의료계 폐업철회 투쟁’으로 맞섰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료대란이 학생들로 확대된 상황이었다.

  • 이한동 국무총리 의약분업관련 관계장관회의 전경(2000, DET0032918(2-1)) 참고 이미지
  • 이한동 국무총리 의약분업관련 관계장관회의 전경(2000)
  • 이한동 국무총리 의약분업관련 당정회의 주재 전경(2000, DET0032987(1-1)) 참고 이미지
  • 이한동 국무총리 의약분업관련 당정회의 주재 전경(2000)

의약분업 파동은 12월 초 「약사법」개정안에 의료계, 약사회, 정부가 합의함으로써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새로운 「약사법」 개정안에 모든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약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환자의 불편이 있었고,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 계층이 보여준 집단 이기주의에 국민의 따가운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의약분업 정착과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특별담화문(2000, DA0533749(14-1)) 참고이미지
의약분업 정착과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특별담화문(2000)

현재도 의료계는 일부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성분명 처방’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가 추진하는 ‘방문 약사 사업’ 시범 시행을 앞두고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약사회 역시 기업형 면대(면허대여) 약국과 병·의원 부지 내 불법 약국이 개설되어 의약분업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이뤄진지 약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진료를 보고 난 뒤 약을 처방받는 것이 당연한 절차가 되어버렸지만 의사회와 약사회의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집필자 : 최유진)

참고자료

  • 보건복지부 (http://www.mohw.go.kr)
  • 매일경제용어사전 (http://dic.mk.co.kr)
  • 「언젠가는 풀어야할 매듭 의약분업 무엇이 쟁점인가」, 동아일보, 1982.06.26.
  • 「의약분업 일지 63년부터 추진·유보 되풀이 연속」, 매일경제, 1999.03.09.
  • 「의약분업 시행 1년 연기」, 매일경제, 1999.02.25.
  • 「의약분업 전격 합의」, 한겨레, 1999.05.11.
  • 「의약분업 근간 훼손 '성분명처방' 안된다」, 의학신문,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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