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은 교복과 빡빡 깎은 머리, 여학생들은 교복과 달랑 자른 단발머리, 그것으로 학생임을 인정하던 때가 있었다. 1974년 서울에서 고교평준화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고등학교를 선택해 진학을 했고, 학교 마다 교복이 달랐다. 이때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교복만 보면 어느 학교 학생인지 알 수 있었으므로 같은 잘못을 해도 명문교 교복을 입고 있으면 덜 야단을 맞는다든지 하는 일종의 차별대우도 있었다. 당사자인 학생들도 교복에 따라 등굣길 걸음걸이에 차이가 났다. 교복, 교모, 배지로 자존심이 좌우되던 시절이었다.
교복은 학교에서 지정하여 학생들에게 입히는 제복의 일종이다. 교복은 학생의 정장이며, 도덕 교과서의 복장 예절 부분에서 결혼식 등의 행사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갈 것을 권하였다. 지금은 중·고등학생만 교복을 입지만, 1950∼1960년대에는 대학생들도 배지를 단 감색 교복과 군복을 재활용한 옷을 교복으로 입고 다녔다. 대학생이 귀할 때라 1960년대 들어 교복이 없어지자 상당 수 학생들은 아쉬워했으며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교복이 없어진 후에도 사복 위에 학교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교복은 원래 학생들 간에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을 없애고 한마음의 공동체의식을 키워주기 위해서 입었는데, 대부분의 학교는 교복을 학교 상징으로 여기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복이 곧 학교의 얼굴이므로 교복을 입고 행동을 조심해야했다.
한국의 교복 역사는 여학생은 1886년 이화학당이 다홍색 무명천으로 된 치마저고리를, 남학생은 1898년 배재학당이 당복(堂服)을 입음으로써 시작되었다. 당복은 당시 일본의 학생복과 비슷한 형태였는데 소매끝, 바지의 솔기 부분과 모자에 청·홍선을 두른 것이었다. 실제로 교복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04년 한성중학교가 개교하면서부터 였는데, 검은색 두루마기에 검은색 띠를 두른 옷을 입고, 모자를 써서 교표와 ‘한성’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말인 1939년, 일제가 전시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남학생들에게 학업과 일상 훈련까지 겸할 수 있는 국방색 국민복을 입기 시작했고, 광복 후에도 이어졌다. 최초의 양장교복은 1907년 숙명여학교에서 원피스 차림의 교복이 등장한 이후, 1920년경에 근대교복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스커트 차림의 여학생 교복과 양복식의 남학생 교복이 등장하였다. 1940년대에는 조선 학생들에게도 전투태세를 갖춘 제복으로 통일시켜 여학생들은 ‘몸뻬’라는 작업복 바지에 블라우스를,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었다. 그 후 8.15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상하 검은색 혹은 짙은 감색 중심의 교복을 입게 되었다. 1969년 중학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학생의 경우 시·도별로 획일화·균일화된 검은색 교복을 입었는데, 고등학교 교복은 학교마다 디자인과 색상이 조금씩 달랐다. 이러한 스타일은 1983년 교복자율화 조치가 실시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전두환 정부의 제5공화국은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2년 1월 2일 중·고등학생의 머리 모양과 교복의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머리 모양은 새 학기부터, 교복은 다음 학년도 신입생부터 자율화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1982년에는 학생들의 머리 모양이 자유화되었고, 1983년 3월 2일부터 중·고교생의 교복자율화가 시행되었다. 교복자율화 조치는 '획일', '몰개성', '일제 잔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교복으로부터 중고생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복자율화 이후 교복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자유 복장에 따른 교외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중·고생의 탈선행위 및 가계 부담 증가 등을 해소하기 위해 1986년부터 교복 착용 여부를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게 되었는데, 이후 다시 교복으로 '돌아가는' 학교가 늘어나게 되었다. 1989년에는 전체 학교의 약 13%, 1991년에는 전체의 절반가량이더니, 1993년 전국의 83%에 달하는 학교가 ‘교복 착용’을 택하면서, 사실상 교복자율화는 사라지게 되었다. 대신, 새로 등장한 교복들은 전처럼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아 편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에 밝은 색상이 주류를 이루며, 교복을 채택하는 과정에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한 종래의 교복은 소속감이나 통제성을 강하게 나타낸 반면, 최근의 교복은 소속감과 함께 심미성이나 기능성 등을 더 고려하고 있다. 현재 민족사관고등학교 등과 같은 일부 학교에서 한복을 교복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남학생은 윗도리와 바지 양복 정장을, 여학생들은 윗도리와 스커트 정장을 입는다.
2000년대 들어 '교복도 패션'이란 인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교복의 디자인도 기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디자인에선 '타이트'하게 몸매를 살리는 디자인과 '컬러풀'한 것이 특징으로, 예전의 교복 보다 세련미가 더해졌다. 다만, 이러한 교복의 진화는 업체 사이의 경쟁으로 점점 고급화되면서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와는 달리 고가(高價)의 교복으로 변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그동안 ‘교복이 싫다’면서도 수십 번의 설문조사에서 교복 착용을 찬성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오래전 무채색 일색이던 교복을 입던 때의 학생들과 요즘 학생들의 교복은 많이 바뀌었지만, 교복은 여전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의 상징일 것이다.